삶을 담는 다큐 한 그릇 - 다큐멘터리 PD 이욱정
자르고 뒤섞어 만든 한상 <누들로드>
보통의 다큐멘터리는 호흡이 길다. 하나의 이야기를 충분한 분량을 통해, 순서대로 풀어낸다.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욱정 PD는 기존의 방식에 과감히 칼을 댔다.
2년 6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세계 24개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국수 이야기를 잘게 자르고 뒤섞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낯선 전개 방식 덕에 ‘속도가 너무 빨라 딴짓을 할 수 없게 하는 다큐멘터리’라는 평을 얻었다.
한편, ‘다큐멘터리는 따분하다’고 생각하던 10, 20대의 구미를 당겼다. 빠른 리듬이 매력적이라는 평이었다. 국수를 음식이 아닌 문명의 한 갈래로 다룬 이야기는 전 세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국수에 대한 이미지까지 바꿨다. “인간의 삶과 역사를 함께 해온 음식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문명 다큐멘터리’라면 으레 만리장성, 피라미드 등 위대한 유물을 소재로 다뤄왔으니, 일상 음식인 국수를 조합하면 더욱 신선하겠다 싶었지요. 전개 리듬도 한결 빨라요. 시청자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영상미에도 많은 신경을 쏟았습니다. 요즘은 즐길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도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어야 하니까요.”
2년 6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세계 24개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국수 이야기를 잘게 자르고 뒤섞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낯선 전개 방식 덕에 ‘속도가 너무 빨라 딴짓을 할 수 없게 하는 다큐멘터리’라는 평을 얻었다.
한편, ‘다큐멘터리는 따분하다’고 생각하던 10, 20대의 구미를 당겼다. 빠른 리듬이 매력적이라는 평이었다. 국수를 음식이 아닌 문명의 한 갈래로 다룬 이야기는 전 세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국수에 대한 이미지까지 바꿨다. “인간의 삶과 역사를 함께 해온 음식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문명 다큐멘터리’라면 으레 만리장성, 피라미드 등 위대한 유물을 소재로 다뤄왔으니, 일상 음식인 국수를 조합하면 더욱 신선하겠다 싶었지요. 전개 리듬도 한결 빨라요. 시청자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영상미에도 많은 신경을 쏟았습니다. 요즘은 즐길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도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어야 하니까요.”
‘오감’을 이용해 얻은 배움
이욱정의 생각은 전 세계로 통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방송됐고, 2010년에는 다큐멘터리 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했다. 이욱정 PD는 결심했다. 음식 전문 프로듀서가 되겠다고. 이미 <누들로드> 제작 과정에서 음식 이야기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뒤였다. 휴직 후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 자비로 입학한 것은 보고 먹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사람의 판단력은 손과 마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을 다해, 직접 해봐야 자신만의 관점이 생겨요. 저 역시 요리학교에서 깨닫고 생각한 것들을 다큐멘터리 기획 곳곳에 녹여냈지요.” 유학에 다녀온 뒤, 화려하고 색다른 요리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요리를 좋아하게 됐다고.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영양의 균형이 음식의 본질이자 가치라는 생각에서다. 셰프의 역량을 평가하는 관점도 바뀌었다. 요리사의 역량은 테크닉과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통찰력이라는 것. 그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비슷한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게 통찰력의 힘이자 기획력이라고 말한다. 이욱정 PD만의 훈련법은 남들이 보지 않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그는 매일 아침 해외 언론 기사 속 정치, 경제, 문화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기획 소스를 얻는다. 같은 기사를 보더라도 자신의 분야와 접목해보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유명한 영화, 유행하는 공간 등 주류 콘텐츠만을 즐기다 보면 결국 관심사나 생각도 비슷해집니다. 빨다른 분야,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둬야 해요. 상상하고, 컨셉을 잡고, 의미를 부여하는 힘, 즉 기획력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음식, 역사와 지혜를 담은 문화
방송 촬영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말 그대로 ‘노가다’이다. 음향, 조명, 스크립트 등 작은 소품에까지 사람 손이 닿아야 한다. 수많은 스텝과 일정, 비용에 맞춰 촬영하다 보면 잠깐의 쉴 틈도 없다. 날씨, 장소, 취재원 등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해외 촬영 시에는 고려할 게 더욱 많다. 그럼에도 이욱정 PD가 다큐멘터리 제작에 쉼없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사명감 그리고 즐거움이다. “어려운 상황이 오면 그 순간을 하나의 도전으로 보고 몰입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자체가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그는 올해 1월부터 <요리인류-도시의 맛>(KBS)을 촬영 중이다. 요리를 통해 도시의 특징과 문화를
그는 올해 1월부터 <요리인류-도시의 맛>(KBS)을 촬영 중이다. 요리를 통해 도시의 특징과 문화를
효율과 속도보다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이욱정 PD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음식으로 소통해왔다. 음식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기도 했다. 음식을 통해 온 세계를 여행해본 그는 ‘외국에서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곳의 환경과 사람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의 본질’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하나의 요리에는 그 음식을 만든 자연과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음을 눈으로, 귀로, 손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욱정 PD가 모든 작품에 음식 문화에 대한 존경심과 경의를 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요리인류-도시의 맛>을 이을 새 다큐멘터리도 구상 중이다. 음식의 안전을 다루는 작품이다. “음식에 대한 기준은 계속 바뀌어 왔어요. ‘많이, 빨리’를 넘어 이제는 맛있는 걸 최고라고 여기지요. 교통수단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을 빠른 시간에 이동시키려고 해요. 하지만 우리는 지속가능성과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효율과 속도 위주로 흘러온 가치의 흐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도로와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질서 그리고 지속가능성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