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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신호위반을
모방하는 이유

횡단보도에서 우리는 초조하게 파란불을 기다리다가도 누군가 빨간불에 건너면 이를 따라 하게 된다. 이는 도로 위에서도 마찬가지.
신호위반인 것을 알면서도 앞차가 출발하면 덩달아 액셀을 밟는다.
우리는 왜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것일까?

글. 박선진(충북대학교 교통심리학 강사)


교통환경에 존재하는 위험성을 무겁게 받아들일 것

사람들이 교통신호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동차나 보행자를 포함한 교통참가자가 없어 보이거나, 야간이나 한산한 지역에서 좌우에서 오는 자동차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빨간불에 멈춰 기다리는 데 시간을 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사소한 신호 무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서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교통참가자들은 본인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데 신호를 기계적 으로 지키는 것이 어리석고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이순철, 2000). 이러한 이유는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보며 우리가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사용함에 있어 쓸데없이 허비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 것처럼 보여준다.
그러나 신호위반은 확실한 안전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호위반을 하는 사람들은 교통상황에서 조심해야 하는 대상 들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나 안전행동이 주는 비합리성을
신호위반의 이유로 들고 있다. 이것은 교통참가자들의 위험지각이 그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환경에 존재하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신호위반
가능성은 올라간다. 문제는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낙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안전을 위해 교통법규를 기계적으로 지키겠다는 마음이 자기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는 길이다.

잘못된 동조 현상의 고리를 끊을 것

한편, 다른 사람도 위반하니까 자기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이순철, 2000).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신호위반 행동은 비자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신호 위반이 위험하며 법을 위반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로 ‘동조’를 생각할 수 있다. 동조는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현상인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모르는 애매한 상황뿐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고 있는 분명한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애매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동조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정보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간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동조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동조는 규범적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적합한 행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줄 때 일어난다. 문제행동임이 분명함에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행동이 그 상황에서 적합한 행동이라는 정보로 작용한다. 일탈 행동이라도 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상황에서 적합한 행동이 된다. 이 경우 다른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을 이탈자로 만드는데 인간은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위반
행동을 하는 경우,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그 상황에 휩쓸려 신호를 위반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상황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자.

교통위반 행동에 대한 자기합리화에 주의할 것

한편, 자신이 저지른 신호위반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이 행동에 대한 교통참가자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행동의 원인을 찾는 사회적 추론을 귀인이라고 하는데, ‘거짓합치성효과’는 자신이 한 나쁜 행동에 대한 귀인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현상이다. 거짓합치성효과는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했을 때 그런 행동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즉, 신호위반을 했을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만큼 신호위반을 한다고 여기며 자신의 행동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명백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신호위반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위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감소시켜 계속해서 신호위반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살면서 신호위반을 한 번도 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교통신호는 교통 공간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교통신호를 지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교통 행동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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