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로 다가가는
대형차량 사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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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는 차량·인적 요인, 도로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며, 이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유발 요인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해야 한다.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을 조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사고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진실을 파악함으로써 사법기관(법원, 검찰,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고,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함이다.글. 신혜정(인천광역시지부 사고조사연구원)
- 마찰계수측정기를 대형차량에 장착한 모습
- 차량 속도 산출의 주요 변수,
마찰계수 -
교통사고 분석에 있어서 차량의 속도는 법적 책임을 가리기 위한 주요 쟁점 중 하나이며, 사고 당시의 차량 속도 산출은 고전물리학에서의 ‘운동에너지가 미끄럼 마찰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을 응용’하여 도출한 것이다.
차량의 속도와 정지(회피) 가능 거리를 산출할 때의 주요 변수는 바로 사고 차량의 마찰계수*이다. 마찰계수는 ‘차량
제동 시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을 말하는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비가 내려 젖은 노면이 맑은 날의 건조한 노면보다 미끄러지기 쉬운 것은 바로 습기로 인해 마찰계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여러 기관의 실험 결과치를
토대로 승용차량의 마찰계수는 0.8, 대형차량의 마찰 계수는 0.6~0.68(승용차량의 75~85%)을 적용한다. 다만, 대형차량은 차량 중량(또는 적재량) 및 타이어의 노후 정도에 따라 보편적 마찰계수와 실 마찰계수 간에 수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도로의 CCTV나 차량 블랙박스가 없는 사고에서 증거자료만으로 대형차량의 속도 분석을 하는 경우, 반드시 여러 가지 요인을 검토하여야 한다. 다양한 요인에 대한 검토 없이 보편적 마찰계수를 적용할 경우, 사고 차량의 속도가 과대 추정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속도 과대 추정을 최소화하고자 사고 대형차량에 마찰계수측정기(VC-4000)를 장착한 후 실험을 한 결과,
측정된 마찰계수는 0.386으로 이론상의 마찰계수 0.6과는 0.2 이상 차이를 보였다. 대형차량의 속도산출을 위해 마찰계수를 적용해야 하는 경우, 사고 당시와 유사한 환경(온도, 도로 포장 상태 등)에서 사고차량으로 마찰계수 측정실험을 수행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속도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 더욱 정확한
사고분석을 위한 노력 -
인천광역시는 국가 물류와 여객의 중심 도시로서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위치하여 타 지자체와 비교해 대형차량의 통행이 빈번한 지역이다. 도로교통공단 인천광역시지부에도 대형차량에 대한 속도 분석 의뢰가 종종 접수된다. 이때
다양한 분석 장비를 활용하는데, 앞서 언급한 마찰계수측정기의 경우 정확하고 공학적인 분석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에 반하여, 실제 차 실험 시 장소 확보가 어렵고, 급제동으로 인한 2차 사고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2차 사고위험과 야외환경의 무더위, 궂은 날씨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단 한 명의 교통사고 당사자도 억울해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분야에서 고대 그리스인이 꿈꿔온 이상향인 아르카디아처럼 되기를 꿈꾼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교통사고조사매뉴얼(도로교통공단,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