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담장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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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 낭만, 향수가 내려앉다
미국 시애틀

시애틀은 조금 느리게 마주할 때 에스프레소처럼 여운이 짙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면 시애틀의 날씨는 고독 모드다. 흐리고 우울한 계절을 애인처럼 다독여주는게 커피다. 비행기나 호텔에도 시애틀 커피에 대한 애정과 인심만큼은 각별하다. 커피는 시애틀을 추억하는 촉매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스타벅스 1호점은 구경꾼들로 늘 문전성시다. 커피 공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도 파인 스트리트에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은 주효했지만 시애틀 주민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캐피탈 힐이나 파이오니어 지구에서는 한적한 스타벅스 대신 단골로 채워진 동네카페들을 발견하게 된다.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1. 19세기 골목과 건축물을 간직한 파이오니어거리
2. 예술프로젝트의 중심인 옥시덴털 공원의 옛 벽돌 건물
3. 시애틀의 과거를 엿볼수 있는 인디언 토템들
4. 네덜란드 렘 쿨하우스가 설계한 시애틀 센트럴도서관


추억과 예술이 묻어나는 골목

도시의 과거 중 일부가 지하로 잠들었다.
파이오니어 지구는 도심재생 예술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다

추억여행은 빛바랜 파이오니어 거리에서 발을 뗀다. 시애틀의 태동과 19세기 옛 벽돌건물을 만나는 곳이다. 광장 한편에는 옛 시애틀 추장의 동상이 있다. 시애틀이란 이름도 추장의 이름을 따왔다. 이 일대는 120여 년 전 큰 화재 뒤 건물을 세우고, 거리의 1층을 덮는 질곡의 과정을 거쳤다. 도시의 과거 중 일부가 지하로 잠들었다. 파이오니어 지구는 도심재생 예술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다. 옥시덴털 공원에서 만나는 인디언 토템들은 분위기를 돋운다. 노숙인은 햇살아래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토템이나 조각물 외에도 오래된 길목에 들어서면 버려진 물건들이 예술로 다시 숨을 쉰다. 갤러리와 벽돌 빛만큼 고풍스런 카페들도 거리 한편을 채운다. 한때 맨해튼 이외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스미스타워는 순백 연필모양의 아담한 자태로 서있다.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길목, 시애틀 센트럴 도서관은 시애틀 건축분야의 한 획을 그은 도서관이다.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가 설계한 내부 디자인이 더욱 도드라진다. 10층 높이 도서관 천장으로 햇볕이 내려쬐고 주변 건물과 바다가 보인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던 밤’과 풍경들

여유로운 여행자라면 케리파크에 올라 시애틀 센터를 내려다 본다

다운타운의 시애틀 센터 주변은 늘 분주하다. 우뚝 솟은 스페이스 니들은 추억의 영화 <시애틀의 잠못 이루던 밤>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치훌리 정원& 유리공예 전시관’은 시애틀의 유리공예가인 치훌리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유리 정원은 스페이스 니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여유로운 여행자라면 케리파크에 올라 시애틀 센터를 내려다 본다. 언덕 위 케리파크 길에 만나는 오래된 가옥들은 풍채도 색감도 다르다. 시간여행으로 분위기를 몰고 간다. 케리파크에 오르면 체스 두는 연인, 춤추는 멕시코인 등 풍경도 제각각이다. 공원 뒤로는 시애틀의 다운타운과 바다가 어우러진다. 케리파크에서 내려서면 올림픽 조각공원이다. 바다가 현대조각작품 뒤로 자맥질을 한다. 예술에 목마르다면 1번가의 시애틀미술관 SAM 으로 달려간다. 올림픽조각공원은 ‘SAM’의 야외별관이다. 북쪽 프리몬트에서는 시애틀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거리는 엉뚱하다. 메인스트리트에 레닌 동상과 로켓이 등장한다. 오로라 다리 밑에는 집채만한 괴물 트롤 동상이 웅크리고 있다.
레닌 동상은 가산을 탕진한 괴짜 수집가의 유물을 동네 주민들이 사들인 결과물이다. 프리몬트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등 아티스트들이 머물던 동네다. 거리에는 자유로운 향취가 가득하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동상을 모자, 스카프, 넥타이 등으로 장식하는 행사를 연다. 프리몬트 선데이 마켓은 시애틀의 장터로는 꽤 이름난 명소다. 시장 옆길, 유니언 호수로 향하는 수로에는 연인들이 옹기종기 앉아 발을 담그고 논다. 그 사람들 앞으로 작은 요트가 지나고 뒤로는 자전거가 달리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캐피탈힐에서 청춘, 자유를 만나다

시애틀 추억여행의 완결편은 결국 따뜻한 사람냄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굳이 찾는 것도 사람에 취하기 위해서다.

해질 무렵, 시애틀의 청춘들은 캐피탈힐을 향해 공간이동을 한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이채롭다. 캐피탈힐의 핫 플레이스는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파인 스트리트와 파이크 스트리트 일대. 자정 넘도록 레스토랑, 바, 골목이 흥청거린다. 캐피탈힐의 횡단보도는 무지개색이다. 문화적 다양성을 강변한다. 시애틀 출신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동상은 거리 한편을 지키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식도 바에서 열린다. 캐피탈힐에서는 노천에 앉아 맥주 한잔 들이켜야 제격이다. 시애틀 수제맥주는 커피만큼 유명하다. 맥주의 맛과 향도 도시처럼 달달하다. 시애틀 추억여행의 완결편은 결국 따뜻한 사람냄새다. 시애틀 관광의 대명사가 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굳이 찾는 것도 사람에 취하기 위해서다. 사과 두알 산다고 타박 하는 상인 없고, 러시아 만두, 수제 치즈를 구입해 땅바닥에 주저앉아 배를 채워도 눈치 볼 필요 없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낮에는 구경꾼 덕에 흥이 오르고, 해질 무렵이면 사람들 너머 석양이 내린다. 왕년 스타 이소룡은 청년시절 시애틀에서 풋풋한 연애를 했다. 시애틀의 발이 된 ‘우버’ 운전자들의 마지막 인사는 늘 “오늘 하루 잘 지내!"다. 여행에서 ‘기분 좋은 날’은 늘 ‘멋진 추억’이 뒤섞여 가을 커피향처럼 무르익는다.

TIP.

교통 & 문화
“뚜껑 없는 커피를 들고 버스 타지 마시길...”

시애틀 외곽에서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서는 광경은 독특 하다. 유니언 호수 줄기를 지나친 광역버스는 다운타운에 접어 들면 땅속 아래를 달린다. 이 지하도로는 ‘link’ 라는 고속전철의 운행통로다. 시애틀의 광역버스는 다운타운에서는 전철과 지 하공간을 공유한다. 전철과 정거장이 같으며 신호등 없이 씽씽 달린다. 가을을 넘어서면 시애틀은 비가 자주 내리는데, 지하공 간에서는 빗속에서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릴 필요도 없는 셈 이다.

한낮 기온이 오르더라도 시애틀의 아침, 밤기온은 차다. 커피 한잔씩 들고 버스에 오르는 사람이 다반사다. 최근 한국에서도 음료를 들고 버스 탑승하는 것을 제한했는데 시애틀 버스정거 장에도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제발 뚜껑 없는 커피를 들고 버 스를 타지 마시길!” 해변과 이어진 비탈진 땅위에 세워진 도시 는 도로를 넓힐 공간이 딱히 없다. 시애틀의 지하도로는 교통체 증을 줄이는 데도 큰 몫을 한 듯싶다. 이 밖에도 다채로운 교통 수단이 시애틀의 거리를 누빈다. 캐피탈힐에는 노면전차가 언 덕길을 오른다.

시애틀센터에서는 공중모노레일을 타고 다운타운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오리처럼 생긴 수륙양용버스도 도심을 오가며, 알래스 카 크루즈의 출항지 역시 시애틀이다. 요즘 시애틀에서는 딱히 택시가 아쉽지 않다. 민간콜택시 역할을 하는 ‘우버’에 이어 최 근에는 우버와 닮은 ‘리프트’라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시애틀 의 파이오니어 지구에는 백년세월을 간직한 정거장이 문화재 로 보존돼 있다. 정거장 너머 트램이 달리는데. 인터내셔널지구 로 향하는 트램 외관은 다채로운 시애틀의 문화를 암시하듯 일 본, 중국, 베트남 문양으로 단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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