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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이 운전할 때보다
조수석에 있을 때 더 불안을
잘 느끼는 걸까?

조수석 탑승자의 불안 심리


운전석에 앉는다는 것은 자동차를 조작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교통환경에 적응하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과제는 상당히 길고 복잡하며 어렵다. 반면에 조수석에 앉는다는 것은 이런 상태에 노출되지 않으며 이동 중 휴식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운전석보다 조수석에서 더 큰 두려움을 경험하곤 한다. 동승자일 때 일어나는 불안한 마음, 극단적인 경우 동승자 또는 승객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글·박선진(충북대학교 교통심리학 강사)


운전경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불안 심리

사회심리학자 Triplett(1898)은 낚싯줄 감기 실험을 통해 타인의 존재가 과제수행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혼자 운전할 때와 누군가를 태우고 운전할 때 운전수행
능력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동승자의 존재 여부 및 동승자의 특성에 따라 운전자의 운전 행동이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혼자 운전할 때보다 동승자가 있을 때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할 때보다 조수석에 앉을 때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만약 초보운전자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탄다면 완전히 편한 마음으로 타지는 못할 것이다. 다양한 연구에서 초보운전자들이 경험이 많은
운전자에 비해 운전장면에서 중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다양한 운전상황에서 다른 교통참가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초보운전자가 동승자를 태울 경우, 운전과제에 투입해야 하는 주의자원이 동승자에게 분산되어 이들의 운전수행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초보운전자가 운전할 때 경험하는 불안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한 운전 경험을 가진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서도 불안에 떨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인간의 특성으로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낚싯줄 감기 실험: 혼자 낚시를 하는 것과 단체로 낚시를 하는 것 중 어떤 상황에서 더 물고기를 많이 낚아 올리는지를 비교해본 실험. 여러 사람이 함께했을 때 더 많은 물고기를 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타인의 존재는 개인의 행동에 자극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각 정보의 차이와 독립성 부재의 요인

먼저,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입력되는 시각 정보 차이가 이러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얼핏, 운전석과 조수석은 모두 도로 전방을 향하고 있기에 두 자리에서 보는 장면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운전석과 조수석의 위치에 따라 볼 수 있는 시야 범위 및 사각지대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운전하는 동안 입력되는 정보는 인간의 경험, 정서, 피로 상태 등
개인적 특성에 의해 선택적으로 입력된다. 따라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보는 장면이나 중요한 자극에 대한 정보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자극을 동승자는 볼 수 있고 동일한 자극을 보았더라도 운전자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동승자는 중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운전자와 동승자의 초점 차이도 조수석에 탄 사람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운전자의 초점은 운전장면에 있지만, 동승자의 초점은 운전장면과 더불어 운전자의 행동으로 향할 수 있다. 운전자는 외부에 존재하는 자극에 초점을 맞춰 자신이 그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없다. 그러나 동승자는 운전장면에 존재하는 자극과 더불어 이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즉, 운전자는 자각하기 어려운 운전자의 불완전한 행동, 위험한 운전습관 등 적절하지 않은 운전 행동을 동승자는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운전한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 이동의 독립성이다. 즉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갈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한다.
이것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극과 문제 및 갈등상황을 자기 자신이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수석에 앉게 되면 자신의 안전을 비롯해 운전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해석 및 의사결정권을 모두 운전자에게 의탁하게 된다. 조수석에 앉아 본 운전자라면 운전상황에 대한 통제감 상실 및 그로 인한 불쾌한 심리상태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수석에 있는 경우 자신의 반응이 운전장면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은 나중에 발생할 사건이나 자극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한다. 즉, 조수석에 앉게 되면서 자기가 노출되는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낮아져 통제감을 상실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통제감을 상실하면 자신과 주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을 경험하고 흥미와 재미를 잃고 자신감이 떨어지며 불안을 느끼게 된다.

경험의 차이를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

학자들은 조수석에서 느끼는 불안은 이동수단 이용 공포증과 관련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불안이 심하면 극단적
으로는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따라서 불안에 집중하기보다는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발생하는 경험의 차이를 이해하고 운전자는 조수석에서 보이지 않는 자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통제감 상실에서 오는 부정적인 경험은 적극적으로 통제감을 포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정함으로써 심리적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조수석에서 불안에 떠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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