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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교통시스템과
기후위기 대응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지속된 호주의 산불로 야생동물 30억 마리가 죽거나 다쳤다. 캘리포니아의 가을 산불은 올해 유난히 심해 서울 면적의 26배나 되는 삼림을 불태웠다. 아프리카를 휩쓴 사막 메뚜기떼의 습격은 가뜩이나 식량 부족을 겪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난민으로
내몰고 있다. 이 모든 일의 배후로 기후위기가 지목되고 있다.

글. 박종훈(칼럼니스트)


원폭보다 무서운 공장과 자동차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섭씨 1도 상승했다고 한다. 기후학자들은 현 상황이 지난 25년간 지구에 히로시마 급 원자폭탄을 초당 4개씩 터뜨렸을 때의 결과와 같다고 비유한다. 상상을 넘어서는 폭격에도 지구 온도가 겨우 1도밖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열을 바다가 흡수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에 달해 해수의 온도 상승은 남극과 북극을 녹아내리게 했고 이 외에도 갖가지 자연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산불이 길어진 것은 모두 태평양의 온도 상승으로 삼림이 더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인도양의 온도 상승은 사막 메뚜기의 급속한 번식과 잦은 태풍을 야기했고, 태풍을 타고 이동한 메뚜기떼는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 일로에 있는 인도의 인구는 2030년 15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베트남을 위시한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경제 성장은 더 많은 공장의 가동과
함께 자동차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규제가 미비한 이들 국가에서 공장과 자동차의 증가는 고스란히 기후위기 심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공장과 자동차의 금지를 요구할 수도 없다. 현재의 기후위기를 만든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선진국과 중진국들이 그런 요구를 한다면 책임을 호도하고 전가하는 후안무치한 일이 될 것이다.


IoT 기반 스마트 교통시스템

스마트 교통시스템(STS, Smart Transport System)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소 장황하게 기후위기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스마트 교통시스템 구축의 목적 중 하나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공장 등 일련의 스마트 프로젝트들 모두 마찬가지다. 결국은 자원 이용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와 환경오염을 방지하여,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 교통시스템 또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에 대한 논의는 이미 9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그동안은 개념을 구현할 기술과 인프라가 매우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고 5G가 시작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스마트 교통시스템 구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STS라 부르든 ITS라 부르든, 핵심이 되는 것은 두 가지의 네트워킹 기술이다. 하나는 주행차량들 간 상호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V2V(Vehicle to Vehicle)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주행 차량과 도로 주변에 설치된 인프라 사이의 통신을 지원하는 V2I(Vehicle to Infra) 기술이다.
V2V와 V2I를 온전히 구현하려면 개념상 모든 자동차와 도로 곳곳에 통신을 위한 모듈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모든 차량에 통신 기능이 탑재될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지금은 일부 고급차량 및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차량에만 탑재되어 있다. 그마저도 V2V나 V2I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차량과 특정 서비스 시스템 사이의 통신을 위한 것이다. 즉, 온전한 의미의 STS나 ITS의 구현까지는 아직 차량 측면에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현실적인 스마트 교통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령 모든 교차로나 신호등에 정보 송신이 가능한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차량 흐름과 보행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한 후 통합관제를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만약 교차로에서 돌발 사고가 나 특정 방향의 정체가 심해진 것이 감지될 경우, 정체 방향의 주행 신호를 좀 더 오래 주도록
실시간으로 신호체계를 변경함으로써 차량 흐름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다.
IoT 센서는 스마트 교통시스템의 두 가지 핵심 모듈 중 하나인 V2I를 구현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지금은 차량들과 통신 없이 오직 센서의 데이터 감지로만 작동하지만, 향후 모든 차량에 통신기능이 탑재되면 IoT 인프라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 시티의 교통 당국은 모든 차량의 주행 계획 정보를 토대로 보다 정교한 제어 계획을 실시간으로 실행할 수 있고, 각 차량에도 최적의 경로를 조정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IoT 기반 교통시스템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미 세계 몇몇 도시에서 일부 가동 중이다. 현재 IoT 센서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가격은 낮아지고 있으며, 4G에 이어 5G가 시작되며 네트워크 속도 역시 극적으로 빨라지고 있어, IoT 기반 교통시스템의 구축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식 필요한 스마트 교통시스템

모든 IT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시스템 구축만으로 어떤 문제든 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결국은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시스템이 조화를 이룰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런 면에서 스마트 교통시스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스마트 교통시스템의 목적이 도시 전체의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있지, 개개 시민 모두의 차량 흐름을 동시에 빠르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교차로에서 막히는 방향으로 주행 신호를 더 오래 주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방향의 주행 신호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도시
전체의 흐름은 나아지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매번 나만 손해 보는 일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떤 때는 내가 다른 이의 배려를 받아 스마트 교통시스템의 덕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의 교통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또는 평균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시민들이 스마트 교통시스템의 요청에 적극 부응할 때, 시스템은 애초의 의도대로 작동될 수 있다.
스마트 교통시스템의 이용에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스마트 교통시스템이 올바로 작동해 에너지 낭비와 대기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을 때,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문제에 조금이나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시민들의 관용과 배려는 그 어떤 정교한 스마트 교통시스템보다 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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