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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의 붉은 골목에 머물다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의 해변 도시들은 윤곽이 또렷하다. 성곽과 궁전, 중세풍의 붉은 골목에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비껴 있다.
아드리아해의 훈풍은 내전의 생채기를 겪은 거리를 쓰다듬고 흐른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두브로브니크는 발칸반도에 몸을 기댄 휴양도시다. ‘아드리아해의 낙원’으로 섬겨지는 도시에서는 구시가 성벽에 빠르게 매혹된다. 떡갈나무와 참나무 숲을 의미하는 ‘두브라바’에서 유래된 두브로브니크는 도시의 붉은 깃발이 아드리아해를 장악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수려한 성곽도시를 지키기 위해 유고 내전 때는 폭격에 반대하는 인간 방어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두브로브니크의 바닷가 성벽 걷기

두브로브니크 성곽 안에는 현지인들의 일상이 가지런하게 공존한다. 구시가지의 입구인 필레 게이트를 지나면 석회암 바닥으로 채워진 중앙로가 나타나고, 해질 무렵이면 상점들 뒤로 음악이 흐른다. 이발소와 정육점이 미로 사이에 들어서 있고, 아침 시장이 대성당 옆 광장에 문을 연다. 60년 전통의 두브로브니크 여름 페스티벌 기간은 성 전체가 재즈, 클래식 연주로 들썩거린다.
성벽 걷기는 두브로브니크의 독특한 체험으로 사랑받는다. 단지 성벽 위를 걷기 위해 수천km를 달려와 도시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13~16세기에 지어진 성벽은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성벽의 길이가 2km에 높이는 25m, 성벽 두께가 넓은 곳은 6m에 달한다. 절벽에 세워진 성 밑으로는 바닷물이 통하는 해자가 연결돼 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 성안으로는 붉은 지붕과 골목길이 길게 도열한다. 성 밖으로는 짙푸른 아드리아해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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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바다 조망의 두브로브니크 성벽 걷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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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중세 건물을 리모델링한 두브로브니크의 레스토랑

중세 유적 간직한 발칸반도의 낙원

성 내부에는 도시의 수호 성인 성 블라이세를 기념하는 성당과 스폰자 궁전, 렉터 궁전 등 유적들이 남아 있다. 스폰자 궁전은 성안에 들어오는 상인들이 거쳐야 했던 곳으로 6개의 기둥으로 된 1층 화랑은 세공술이 도드라진다. 궁전에는 천년 세월의 문서와 유고 내전 당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렉터 궁전은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된 15세기의 조각 기둥이 견고하다.
성곽 뒷편 구항구로 나서면 유람선들이 잔잔하게 바다 위로 밀려 나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두브로브니크 성곽은 아드리아해에서 바라볼 때 더욱 눈부시다.
플로체 지역의 언덕 숙소에서는 성곽과 해변이 한눈에 담긴다.
옥상에 걸려 있는 흰 빨래들, 창 너머로 실려 오는 종소리와 푸른 바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두브로브니크의 바다는 곳곳이 다이빙 포인트이며 10월까지 따사롭다. 아드리아해보다 더 푸른 하늘 아래, 세르비아계의 피가 흐르는 멋진 선남선녀들이 활보한다. 굳이 두브로브니크를 ‘낙원’으로 칭송하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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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성벽안 일상이 된거리의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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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두브로브니크 성

전쟁의 상흔 깃든 ‘궁전 도시’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에서 스플리트로 향하는 버스는 아드리아 해변의 아슬아슬한 절벽 위를 달린다. 붉은 지붕의 낯선 마을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자맥질 한다. 구불구불한 2차선 E65 도로는 뛰어난 풍광 때문에 유럽에서도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동하는 동안 보스니아의 국경을 넘는 이채로운 경험과도 맞닥뜨린다.
스플리트는 궁전 너머 푸른 생채기를 간직한 도시다.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에는 아픈 과거가 담겨 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 대전 후에는 문화, 언어가 다른 민족과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5년 동안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전쟁으로 인한 상처는 도시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
스플리트의 상처 너머 빛을 내는 곳은 구시가 그라드 지역이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은퇴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아드리아의 햇살 가득한 땅에 AD 300년경 궁전을 지었다. 그리스의 대리석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가져다가 꾸밀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궁전은 동서남북 200m 남짓의 아담한 규모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는 궁전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다. 신하와 하인들이 거주하던 궁전 안 200여 개 집터는 잔재가 남아 상점, 카페 등으로 활용 중이다. 황제가 행사를 열었던 안뜰은 석회암 기둥이 가지런하게 도열된 채 여행자들의 쉼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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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붉은 모자를 쓴 뜨로기르의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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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붉은 지붕과 아담한 포구의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뜨로기르

좁고 구불구불한 구시가를 조망하려면 황제의 묘였던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에 오르면 된다. 이곳 궁전 벽에 기대서 바라보면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도 구식 슬라이드처럼 느리게 느껴진다. 스플리트는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페리가 정박하고, 헝가리에서 출발한 열차의 종착역이 있는 아득한 곳이다. 대리석으로 치장된 산책로에는 야자수들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밤이면 노천 바에 청춘들이 북적이는 낭만의 항구이기도 하다. 스플리트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뜨로기르는 섬마을 하나가 온전히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문 경우다. 도시 형성 과정에서 그리스인이 정착했고, 15~18세기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은 과거는 섬의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골목길은 운하를 낀 산책로로 연결되고 요트들이 정박한 한가로운 길목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 성당 등이 해변을 장식한다.
섬 중앙의 성 로렌스 교회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베네치아풍의 사자 조각과 달마티아 지방 최고로 여겨지는 아담과 이브 조각상이 명물이다. 르네상스 양식의 루치 궁전, 11세기에 지어진 성 니콜라스 성당 역시 해변을 수놓는다.
크로아티아의 어느 도시, 섬마을에 머물던 붉은 지붕과 맞닿은 노천식당에서는 푸짐한 해산물 요리가 눈과 코를 유혹한다. 창 너머로 실려 오는 아드리아해의 바람까지 뒤섞여 ‘중세 나들이의 꿈’을 더욱 푸르게 부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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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석회암 바닥으로 채워진 두브로브니크 중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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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고즈넉한 골목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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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스플리트의 중세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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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인 스플리트의 거리 풍경
열차 대신 버스, 바닷가 벼랑을 달리는 차량들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지역간 이동 때 열차보다 버스가 애용된다. 철로의 대부분이 단선일 정도로 열차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유럽의 열차들은 스플리트까지 운행된다. 아드리아해와 접한 아슬아슬한 해안지형은 철도 건설의 장애물이었다.
열차 대신 유럽 각지에서 버스들이 오가지만 터미널 규모가 거창하지는 않다. 스플리트 버스터미널에는 대합실과 매점이 앙증맞게 들어서 있다. 버스터미널은 해안 도시답게 페리 선착장과 연결된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프리트 두 도시를 오가는 해변도로의 중간지점은 크로아티아 땅이 아닌 보스니아-헤르체고비아의 영역이다. 버스를 잠시 지나칠 때 여권검사를 받아야 하며 일반 차량을 이용할 경우에는 크로아티아 정부에서 발행하는 ‘그린카드’가 필요하다. 세계유산인 두 도시의 구시가는 차량뿐 아니라 모터바이크의 진입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버스를 타면 추억의 장면도 목격된다. 완행버스에는 차장이 동승하는데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작은 기계를 들고 요금계산을 해주는 장면이 이채롭다. 버스에 큰 짐을 실을 때에는 별도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아드리아해의 해안 도시와 섬들 사이로는 보트와 여객선들도 주요 교통수단이다. 크로아티아 요트산업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의 요트들은 높은 세금을 피해 크로아티아의 해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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