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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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중 스마트폰 ‘위험 속으로’
우물에 빠진 천문학자

글. 신기주 교수(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일러스트. 백지현

매우 유명한 천문학자가 있었습니다. 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던 어느날 저녁에 자신을 따르는 몇몇의 제자들과 함께 하늘의 별을 살피며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별들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보고 싶은 별을 찾느라 집중하던 천문학자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를 뒤따르던 제자들도 하나씩 순식간에 땅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늘만 바라보며 걷던 그들은 눈앞에 놓인 우물을 피하지 못하고 우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꽃이 많이 핀 공원으로 향하는 보도에 횡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 서있다. 무리 중 누군가 횡단을 시작하자 그 옆에 서 있던 남성도 차도에 발을 내딛었다. 때마침 달려오던 자동차와 그 남성이 충돌했는데 신호는 차량의 진행신호였다. 그 남성은 방금 전까지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횡단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보이는 것들 중 1%만이 진짜 주의(主意 )
인간은 감각의 80%를 시각으로부터 얻는다. 그리고 그 시각은 보여진 자극의 약 1%만이 뇌로 전달되어 진짜 정보가 된다. 망막에 존재하는 세포는 1억 3천만 개에 이르고 세포에 수집된 정보를 120만여 개 시신경들이 뇌의 시각피질로 전달시켜 진짜 정보가 된다고 한다.
유명한 천문학자는 제자 여럿을 데리고 하늘을 보며 별을 관찰하다 우물에 빠진다. 그렇다고 해서 스승의 뒤를 따르던 여럿의 제자들까지 스승을 따라 우물에 빠질 이유는 없다. 별에 대한 스승의 열정은 따를지언정 우물에 빠지는 부주의는 따라야 할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별을 쫓는 천문학자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사례 속 남성의 눈에 비춰진 정보의 99%는 필연적으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보일 뿐이다. 자신을 곤란에 빠뜨리는 눈앞의 우물과 멈출 줄 모르는 자동차는 보고 싶어야 볼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
스승과 함께 우물에 빠진 제자들과 횡단하는 옆 사람을 따라 차도에 발을 내딛는 남성의 불행은 무관할까.
위험은 주의해야 보인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안전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도로에서 만나는 엄청난 자극들이 모두가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이 좌측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볼 수는 없다.
하늘에 별만 바라보는 사람이 발 앞에 놓인 우물을 살피기도 어렵다. 모든 위험은 주의해야 보인다.
도로의 보행자는 하늘만 보아서도 스마트폰만 보아서도 안된다. 그것들은 안전하지 않은 행동이다. 위험을 피해가는 것이 안전이라면 1%밖에 안되는 진짜 주의(主意)는 위험을 살피는 데 사용해야 한다.

사람을 따를 것인가 규칙을 따를 것인가
천문학자로서 스승은 본받을 만 하지만 길을 살피는 데는 그렇지 못했다.
적색 신호에 횡단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신호등이 적색인 경우는 차량도 보행자도 더이상 나아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규칙이 아닌 사람을 따를 때에는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정장 차림의 남성과 초라하게 옷을 입은 남성이 적색 신호에 길을 건너는 조건에서 주변 보행자들의 반응을 관찰한 실험이었다. 실험결과 정장 차림의 남성을 따라 횡단하는 사람이 3.5배나 더 많았다. 이 실험은 명성이나 외모가 주는 정보에 의존해 적색 신호에 횡단을 하는 실수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명성이나 고급 정장이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하도록 할 가능성은 없다.
도로에서 규칙을 어기는 것은 법적인 벌칙보다 교통사고라는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도로에서만큼은 사람보다 규칙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혹시라도 사람을 따르고 싶다면 규칙을 정확히 실천하는 사람을 따라야 한다.
평소 규칙준수만을 강조하면 유연한 사고를 방해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그 대책이란 늘 규칙준수라고 하지 않던가.

도로교통법(보행자 안전)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를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 횡단하려는 경우 보행자의 신호에 따라야 하며 이 경우에도 좌우의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에 주의를 게을리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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