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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땅에서, 로망의 거리로
쿠바 아바나

쿠바 아바나는 오랜 몽상을 현실로 뒤바꾸는 로망의 땅이다.
아바나의 구도심인 아바나 비에하에는 룸바 선율이 흐르고, 추억의 올드카가 오가며, 해변 너머 달그락거리는 스페인풍 돌길이 이어진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아바나 여행은 구도심 문화지구인 아바나 비에하에서 강렬하다. 쿠바의 역사와 문화, 드라마속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투박한 돌길에는 온기가 느껴지고, 햇살은 선명하고, 배회하는 이방인들의 피부색깔은 다채롭다. 아바나 비에하의 대성당 광장에 서면 한때 혁명이 숨쉬던 고장의 거친 호흡은 낭만의 장면 속에 잠시 숨을 고른다.
스페인풍 잔영이 서린 구도심
대성당의 고풍스런 스페인풍 건물은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다. 비대칭의 대성당과 광장은 아바나의 랜드마크다. 바로크 스타일의 대성당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곳이다. 광장에서는 알록달록한 치마에 꽃과 터번으로 치장한 여인들과 여행자 들이 빠르게 뒤섞인다.
대성당 광장에서 남쪽으로 접어들면 오비스뽀 거리다. 거리에는 음식점과 바가 즐비하다. 쇠고기, 피망, 양파를 넣고 끓인 고기스튜 ‘로빠 비에하’나 옥수수 가루를 쪄낸 ‘따말’ 등 쿠바의 전통음식을 맛볼수 있는 곳이다. 쿠바의 음식들은 대부분 조미료를 쓰지 않아 달거나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 오비스뽀 거리의 카페에서는 밤낮으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비스뽀 거리 끝자락에서 만나는 아르마스 광장은 아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다. 16세기부터 도시의 중심부 역할을 했으며 18세기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광장 주변으로는 작은 신전과 박물관이 옹기종기 들어선 아담한 모양새다. 광장에서는 중고책 시장이 들어서 도시의 온기를 더한다. 책 표지의 주요 모델은 대부분 쿠바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다.
아바나의 구도심을 이국적으로 채색하는 것은 올드카들이다. 박물관 에서나 볼 듯한, 5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산 차들은 버젓이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크라이슬러, 포드 등 요즘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차들이다. 미군정 시절, 아바나는 미국 부호들의 휴양지였고 그들이 남긴 유흥의 흔적은 수십 년 세월을 지나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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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오비스뽀 거리에서는 연주자들의 선율이 연중 울려퍼진다.
    02. 아바나 비에하 골목길의 엽서장수 할아버지


낭만의 골목, 럼 시가를 즐기다

광장 남쪽으로는 한때 해적선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던 산프란시스꼬 교회, 쿠바의 술인 럼을 만날 수 있는 럼 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럼박물관에서는 사탕수수 채취에서 증류에 이르는 과정을 엿볼 수있으며 시음용 럼도 한 잔 마실 수 있다. 럼은 민트, 탄산수를 첨가한 모히또나 콜라와 레몬을 넣은 쿠바 리브레가 대표적이다.
헤밍웨이는 쿠바의 럼 칵테일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헤밍웨이는 오비스뽀 거리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 머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했다. 해가 저물면 대성당옆 ‘라 보데기따’에 들려 모히또를 마셨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닮은 까삐똘리오, 혁명박물관 등은 센뜨로 아바나 지역에서 만나게 된다. 혁명광장 인근, 내무성 건물의 한 벽면을 체게 바라의 얼굴이 채우고 그의 대표 어록이 함께 새겨져 있다. 쿠바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는 티셔츠의 디자인으로, 그래피티 벽화속 주인 공으로 단골 등장한다.
구시가와 도심은 방파제 옆 도로인 말레꼰과 나란히 이어진다. 말레 꼰에서 카리브해의 바람을 맞으며 쿠바의 청춘들은 럼을 마시고 데이트를 즐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남자친구’에서도 말레꼰은 달콤한 배경으로 나온다. 해풍 속에 럼 한잔 걸치며 시가 한 개비 피우는 것은 쿠바 여행자들의 오랜 로망이기도 하다.
아바나 도심의 잔영들은 산 카를로스 요새에 오르면 선명하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 도시의 실루엣은 바다를 끼고 더욱 아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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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비대칭의 스페인풍 외관을 간직한 대성당
    04. 쿠바 최고의 기호품인 시가
    05. 헤밍웨이가 즐겨마시던 럼칵테일 모히또

헤밍웨이의 숨결이 깃든 공간들

쿠바 아바나와 함께 어촌마을 꼬히마르는 늙은 소설가의 숨결이 녹아든 고장이다. 아바나 동쪽, 한적한 포구마을인 꼬히마르는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줬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장소다. 이념도 피부색도 달랐던 공간에서, 헤밍웨이는 카리브해의 아득한 바다를 촉매 삼아 한 늙은 어부의 삶을 그려냈다. 꼬히마르 해변 한쪽에는 헤밍웨이의 동상이 서 있고 그가 즐겨 찾았다는 술집도 남아 있다. 흉상은 헤밍웨이가 그토록 동경했던 바다를 바라보고 외롭게 서 있다. 레스토랑 ‘라 테레사 La Terraza ’는 유일하게 이 포구마을에서 붐비는 곳으로. 소설가가 즐겨 찾았다는 단골 술집 내부에는 그의 사진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대문호의 숨결은 꼬히마르 외에도 쿠바의 낯선 해변, 골목과 바에 잔잔하게 녹아 있다. 소설 ‘노인과 바다’의 다른 한 공간이었던 마리나 헤밍웨이는 요트가 즐비한 관광지가 됐고, 그가 실제로 거주했던 아바나 남쪽의 저택은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박물관에 들어 서면 애장품인 낚싯배가 함께 전시돼 있어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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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혁명광장에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건물 한 벽면을 채운다.
    07.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에서 만나는 소설가의 동상
    08. 구시가와 나란히 이어지는 말레꼰과 카리브해의 바다

아바나의 거리를 단장하는 올드카
울퉁불퉁한 올드카들은 아바나의 상징이 된 채 개인택시로 활용된다. 올드카 택시는 미터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즉석 흥정에 의해 탑승이 이뤄진다. 겉모습은 단아하고 멋있지만 매연의 주범이기도 하다. 고장도 잦고 부품도 부족한 골칫덩이지만 올드카는 외국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눈독을 들여도 팔지 않는 쿠바의 상징이 됐다.
아바나의 출퇴근 시간 때 목격하는 가장 희한한 풍경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정거장도 아닌 곳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손을 번쩍 들어 지나가는 차량을 세우는 일이 다반사다. 도심에는 버스나 택시가 빈번하게 오가지만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다수의 출퇴근족들이 히치하이킹을 애용한다.
출퇴근뿐 아니라 지방으로 이동할 때도 히치하이킹을 선호한다. 80년대 러시아에 의해 건설된 아바나의 고속도로변에는 히치하이킹을 하려는 사람들을 곳곳에 서 만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히치하이킹에 운전자들이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2008년 카스뜨로가 50년 가까이 지켜오던 쿠바 평의회 의장직을 사임하면서 쿠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한때 중국산 차량들이 대세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한국차량들도 거리에서 흔하게 목격 된다. 도심에서는 아바나의 신흥 명물인 세바퀴 달린 코코택시를 만날 수 있다. 이 앙증맞은 노란색 코코택시는 문도 없이 좌우가 뚫려 있어 관광용으로 애용되고 있다. 체게바라의 흉내라도 내듯 구식 모터사이클을 몰고 외국인 폭주족들이 도심을 질주 하기도 한다.
쿠바의 자동차 번호판은 총천연색으로 가지각색이다. 국가 소유차는 파랑, 개인차는 노랑, 합작회사차는 분홍, 렌트카는 녹색, 외교관 차는 빨강, 군인차는 녹색 등으로 구분된다. 번호판 색깔만 봐도 소유 여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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