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있는 풍경

안전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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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에
마음껏 양보하자

최근 들어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곳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보행 신호시간도 늘려주는 등 많은 예산을 들여 교통안전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나, 여전히 보행자 사고비율은 크게 감소되지 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운전자들은 보행자 우선의 운전습관을 가져야할 것 같다.

혹시, 여러분들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횡단하는 보행자를 위협한 적은 없는가?

글. 김기환 안전연구원(경기지부 시설조사부)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통행하는 자동차와 걸어다니는 보행자가 많아 서로 뒤엉켜 복잡할 뿐만 아니라 사고 위험도 많아 소통보다 안전을 위한 교통정책인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통계를 보면 2018년도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 217,148건중 보행자 사고 발생건수는 45,921건으로 약 21%를 차지하고, 사망자 수는 전체 3,781명 중 보행자 1,487명으로 39%를 차지하여 미국보다 2배 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관할경찰서나 지방자치단체는 사고감소와 보행친화적 교통 환경조성을 위해 끊어진 보행로에는 어김없이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먼거리를 우회하는 불편이 있으면 횡단보도를 신설해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여유롭게 건널 수 있도록 보행신호 시간을 늘리고,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보행신호를 두 번 주는 곳도 많이 있다.

< 그림1. 횡단보도에 진입한 차량(암사역) >

< 그림2. 우회전 전용신호기(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
(출처: 구글지도 스트리트 뷰)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교통안전시설 측면에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정작 미래의 사고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교통사고로부터 얼마나 보호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대다수의 운전자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위협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과연 ‘없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운전자는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우회전이 언제나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심지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우회전차로에서 정지하고 있으면 뒤에서 대기하는 차량들이 수차례 경적을 울리곤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적색 신호시 우회전 허용 RTOR, Right-Turn on Red 신호체계’가 적용되므로 운전자들이 신호와 상관없이 우회전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만도 아니다.

필자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차량 정체를 감수하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보행시간을 더 길게 주고 있지만, 오히려 그 시간만큼 보행자는 사고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기다리는 여유로움이 부족하다. 그래서 신호가 바뀌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고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차가 달려와 움찔해 한 적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호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쾌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만약 자동차 운전자가 정지선에서 정지 후 주변을 살폈다면 보행자에겐 불쾌한 순간, 운전자에게 사고위험의 순간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1 참고) 사실 ‘RTOR 허용’이라고 항상 우회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교차로에서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할 경우 횡단보도 정지선에서 반드시 ‘일시정지’한 후 횡단하는 보행자가 없을 때 진행하고, 보행자가 있다면 계속해서 정지해야 한다. 그리고 우회전 하는 운전자는 차량 신호등은 볼 수 있지만 보행 신호등은 시계범위 밖이라서 쉽게 볼 수 없으므로 ‘일시정지’가 필수조건이고, 모든 차량이 ‘일시정 지’ 후 좌우를 살펴야만 보행자가 진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교차로내 보행자 사고 발생건수를 살펴보면 매년 14%가량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 중에서 횡단중 발생하는 보행자 사고는 매년 24%씩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프1 참고) 통계에서 보듯이 보행자 안전을 위한 물리적 시설 확충만으로 사고감소 효과에 한계가 있으므로 운전자 스스로가 보행자를 배려해야 한다. 또한 상용화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보행자를 위한 윤리적 선택을 기대할 수 없으니 여러분이 직접 운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이제는 우회전 할 때 정지선에서 ‘일시정지’를 꼭 지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의 보행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이러한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보행자가 횡단을 시작한다는 명확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으므로 우회전 전용 신호기 도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RTOR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의 경우에도 우회전 전용 신호체계를 부분적으로 운영하여 보행자를 보호하고 있다. (그림2 참고) 마지막으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뛰지 않고, 차량 사이를 피해 횡단 보도를 건널 필요가 없는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 모두 보행자 시선으로 여유로운 운전을 권해 본다.

< 그래프1. 최근5년간 교차로내 차대사람 사고 추이 >
(출처: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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