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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신전에 녹아든 ‘아라비안나이트’
이집트 나일강의 도시

나일강변 위로 노을이 내린다.
강에 기댄 사람들의 일상이 수천년 유적 사이로 고즈넉하게 녹아든다.
적도에서 시작돼 지중해로 흘러드는 나일강은 이집트 아스완, 룩소르, 카이로, 알렉산드리아를 스쳐 지닌다.
강과 도시가 만들어낸 잔상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오랜 꿈을 꾼 듯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강변에 석양이 깃든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 마주한 다는 신호다. 나일강 상류의 아스완, 룩소르는 파라오의 전설이 서린 ‘노천 박물관’과 조우하는 곳이다. 아스완에서 남쪽 수단과의 국경까지는 사막지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사막지대를 황금의 교통로라는 의미로 ‘누비아’라 불렀다.
‘파라오의 노천 박물관’ 룩소르, 아스완
돛단배 펠루카가 오가는 강 위의 단상은 운치 넘치지만 아스완 지역의 과거는 아련하다.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로 거대한 인공호수 니세르호가 사막 안에 등장 했고 20여 개의 신전과 무덤은 대부분 수몰됐다. 수몰된 유적들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아스완에서 가깝게 만나는 유물은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 신전인 필레 신전으로, 클레오파트라가 이곳에 신혼여행을 오기도 했다. 신전에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비석이 남아 있다.
아스완의 잔상은 뱃길을 따라 룩소르까지 이어진다. 언뜻언뜻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온통 사막과 오아시스가 혼재된 모습이다.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고 ‘테베’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아득한 땅이다.
길목 곳곳은 황토 빛 유적들로 채워져 있다.
룩소르는 나일강의 동쪽과 서쪽 풍경이 제각각이다.
동쪽 카르나크 신전은 이집트의 신전 중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신전 안 높이 23m의 기둥은 134개나 늘어서 아득한 숲속을 연상시킨다. 정교하게 솟은 오벨 리스크나 양들의 얼굴을 한 스핑크스들도 특이하다.
왕들의 계곡으로 불리는 서쪽 지역은 피라미드를 닮은 바위산 계곡 아래 파라오들의 무덤이 늘어서 있다.
세인들이 발견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많은 왕의 무덤은 숱한 도굴에 착취당했다.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췄던 투탕카멘의 유물은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옮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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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돛단배인 펠루카가 오가는 아스완 나일강의 고즈넉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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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기자 지구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

문명의 발상지서 만나는 거대 피라미드

나일강 물줄기는 수도 카이로를 적시며 유유히 흐른 다. 카이로 나일강변의 크루즈 위에서는 마천루를 배경으로 이방인을 위한 축제가 연일 펼쳐진다. 곳곳에서 만나는 모습들은 카이로가 이집트의 중심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이집트 박물관에는 십만여 점의 유물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600여 년 역사를 지닌 칸 엘칼릴리 시장의 미로 같은 골목에는 카펫, 향신료, 수공 예품 등 수만여 가지 물건들이 팔려나간다.
카이로 남단,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들은 100m 높이 거대한 불가사의로 눈을 현혹시킨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피라미드는 70여 개가 넘는다. 나일강 일대, 문명의 발상지에 고루 흩어져 있는 피라미드 중 기자 지구의 3대 피라미드는 가장 빼어난 것으로 손꼽힌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부터 카프라왕, 멘카우라왕의 피라 미드 등 사막 위에 도열한 세 개의 무덤들은 묘한 여운이 서려 있다. 그 중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2,650년경 전 만들어진 것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가장 크고 오래됐다. 이곳 피라미드는 보는 위치와 높이에 따라 표정이 다르다. 사막의 태양 아래 반만년을 견뎌온 바위에는 지난한 세월의 온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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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노천식당이 늘어선 카이로의 골목길을 오가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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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나일강 크루즈에서는 무희들의 독특한 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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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룩소르 재래시장인 수크에서는 현지인의 소담스런 일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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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십만여점 유물이 간직된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

  • 알렉산더와 클레오파트라의 도시
    이집트를 가로지르는 나일강의 길이는 수천km에 달한다. 누비아인의 흔적이 서린 아스완, 파라오의 무덤이 웅크린 룩소르를 거친 강줄기는 카이로를 경유해 지중해 북부로 흘러든다. 바다와 만나는 비옥한 델타 지대 끝자락의 땅이 알렉산드리아다. 카이로 이전에 이미 천년 동안 이집트의 찬란한 수도였고, 흥망과 성쇠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과 클레오파트라의 도시다. 기원전 4세기에 페르시아군을 무찌르고 이집트를 점령한 알렉산더는 수십 개의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고 이집트의 파라오로 군림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여왕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 곳 역시 알렉산드리아다. 아스완과 룩소르의 강변에서 돛단배 펠루카가 유적 사이를 오갔다면,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삶의 어선들이 오바리 광장 앞바다로 나선다. 알렉산 드리아의 가장 선명한 자취는 지중해 연안에 들어선 카이트베이 요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팔로스 등대가 서 있던 자리에 요새는 세워졌다. 기원전 3세기 무렵 건설됐다가 부서진 등대의 석재들은 요새의 일부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정복의 위업을 담아낼 세계 최대의 도서관을 간직했던 도시다. 태양을 형상화해 재현된 도서관은 외관뿐 아니라 거대 기둥이 들어선 내부 열람실과 박물관 컬렉션도 이채롭다.
    0707.나일강 하류, 푸른 지중해의 풍경을 간직한 알렉산드리아

    0808.알렉산드리아의 카이트베이요새는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 유적이다

    0909.카이로의 시장에서 만나는 전통 수공예품

    1010.사막의 풍경을 예쁘게 담아낸 이집트의 골목길


    경적과 수신호로 ‘다 통한다’

    이집트에서 운전할 때는 경적은 필수다. 경적으로 소통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빵빵”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경적으로 많은 내용을 주고받는다. 단순한 ‘비 켜라’ 뿐만 아니라 ‘미안하다’ ‘됐다’ ‘무슨 일이냐’ 등을 경적의 횟수나 소리의 크기로 표현하 기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특이하다. 변두리를 오가는 버스는 좀처럼 완전히 멈춰 서는 경우가 드물다. 원하는 버스가 정류장에 다가서면 몸짓언어로 ‘잠깐’이라는 의사를 운전수에게 전달해야 한다. 검지, 중지, 엄지를 모으고 좌우로 흔드는 제스춰를 취하면 버스가 속도를 서서히 늦춘다. 승하차때 승객이 타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속도에 맞춰 뛰어올라 타야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카이로에는 지하철도 다닌다. 특이한 점은 맨 앞칸은 여성 전용이라는 점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먼저 트램(노면 전차)이 운행된 도시다. 알렉산드리 아의 트램은 1860년에 처음 등장했다. 트램은 푸른색이나 노란색으로 단장돼 있다. 이 노면 전차가 시민들에게는 귀중한 발 역할을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교통 수단 중 가장 요금이 저렴한 게 트램이다.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접어들면 광활한 사막이 이어진다. 독특한 것은 사막도로는 몇 시간을 달려도 휴게소가 한 곳에 불과하 다. 눈여겨 볼 점은 외딴 도로 휴게소에도 기도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교도인 이집트인에게 기도를 위한 장소는 필수 공간이다. 아스완 룩소르 등 외곽에서는 마차가 버젓이 택시 대용으로 이용되는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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