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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기다렸다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겨울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따뜻한 실내에서 바깥세상과 담을 쌓든가, 야외에서 추위와 맞서든가.
만약 야외에서 추위와 맞장 뜰 생각인가?
그렇다면 꽁꽁 얼어붙을수록 스릴 만점인 빙판길 트레킹에 도전해 보자.
강원도 철원 한탄강 일대에 조성된 ‘한여울길’ 1코스 ‘주상절리길’은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만끽할 수 있다.
이맘때가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니 주저 말고 떠나볼 일이다.

글·사진. 임수아(여행작가)

철원이 유난히 추운 까닭은
태곳적 철원에선 엄청난 화산폭발이 있었다. 그 흔적들이 한탄강에 고스 란히 남아 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땅속 깊은 곳에서 용암이 불출했다.
그리고 걸쭉한 용암은 한탄강으로 흘러들어 협곡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형성된 지형이 한탄강 제1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주상절리다.
철원은 아름다운 비경만큼이나 역사에 자주 등장한다. 후삼국시대엔 궁예가 태봉국을 건국하면서 철원을 도읍지로 삼았으며, 조선시대엔 부패한 조정의 관료들과 양반들에 맞서 싸운 활빈당 임꺽정의 근거지였다.
현대에 와서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그 상흔이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 분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철원은 휴전선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왠지 모를 긴장감에 체감온도 마저 뚝 떨어지는 것 같다. 특히 철원에서 군 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철원의 ‘철’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릴 것이다. 오죽하면 철원 방향으로 볼일도 보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20m가 넘는 송대소의 주상설리

고석암 맞은편 임꺽정이 석성을 쌓았다는 봉우리가 얼음산으로 변했다.


주상절리 만져보는 명품 길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A, B 두 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태봉대교에서 출발해 승일교에 이르는 약 5㎞구간이고, B코스는 승일교~고석정~ 순담계곡(부교길)까지 걷는 약 2㎞ 구간이다. 두 코스를 모두 걷는다면 6~7㎞에 3시간 남짓 걸린다. 코스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직탕폭포, 고석 암, 순담계곡 등이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들은 해마다 한탄강을 찾았고 이제 한탄강 얼음트 레킹 전도사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얼음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 얼음트레킹을 계획했다면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바로 날씨에 예민해진 것.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날씨가 추워서 한탄강이 꽁꽁 얼어붙길 바라는 마음뿐일 것이 다. 주의할 것은 트레킹 전날까지 날씨가 춥지 않다면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아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꼭 ‘진입금지’ 팻말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팻말이 없는 구간은 얼음이 20㎝ 이상 두껍게 얼었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괜한 호기를 부려 얼음판에 미끄 러지지 않으려면 얼음트레킹에서 반드시 챙겨야 게 있다. 아이젠과 등산용 스틱이다. 아이젠은 발바닥 전체를 감싸는 것이 좋고 스틱은 빙판에서 접지력이 있는 것이 좋다. 직탕폭포를 뒤로하고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긴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얼음판 위를 걸을 때는 ‘혹시…’ 하는 염려에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아슬아슬하지만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묘미다. 먼발치에 태봉교가 보인다. 빨갛게 채색된 다리다. 앙상한 겨울 풍광과 어우러져 생동감을 더한다.


섶다리를 건너는 이색체험은 쉽게 할 수 없는 이곳만의 묘미다.

강물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갈대가 길을 안내한다.

고석정에서 바라본 고석암


태봉교 아래에는 수심이 깊어 부교를 설치해 놓았다. 하얗게 언 한탄강과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새빨간 태봉교가 유난히 화려해 보인다. 강 건너 양수장에는 철원 특산물 피망 조형물을 얹어놓았다. 그 역시 빨간색 으로 색칠해 놓아 태봉교와 조화를 이룬다.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곳은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는다. 길은 강옆으로 난 돌길로 우회한다. 돌길을 조심조심 1㎞ 남짓 걷다 보면 어느덧 송대소에 이른다. 강 수심이 명주실꾸러미가 끝없이 풀릴 정도로 깊은 곳이다. 송대소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주상절리 절벽이 모습을 드러 낸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커진다. 제주도에서 봄직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나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주상절 리의 높이는 20m에 이른다. 벌집마냥 육각형으로 생긴 길쭉한 주상절리 절벽을 따라 거대한 얼음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주상절리 절벽 아래에 서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위협까지 느낀다. 육각기둥이 강에서 솟은 것 같기도 하고, 하늘에서 꽂은 것 같기도 한 기이한 풍경 앞에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대부분의 주상절리는 가까이에서 볼수 없다. 그런데 이곳은 직접 만져보기까지 하니 이 얼마나 놀랍고도 귀한 진풍경인가.
주상절리를 향해 거침없이 카메라 셔터 세례를 퍼붓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수심이 깊은 곳에는 역시나 부교가 설치돼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小)빙하기가 찾아온 듯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수면 깊은 곳에서는 강물이 흐르고 있다. 강물의 유영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시간은 창조의 섭리를 보여주는 것일까? 일점일획도 변함없이 자연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협곡 구간을 지나자 이번에는 너럭바위가 펼쳐진 화강암 구간이다. 화강 암은 용암이 천천히 식으면서 굳어진 것으로 표면이 매끈하다. 반면 용암이 땅 밖으로 흘러나와서 빠르게 식으면 거친 현무암이 된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은 가스가 빠져나간 자국이다. 한탄강에서는 현무암과 화강 암지대 모두가 발견된다.
화강암지대에는 바람을 피할 곳이 여럿 있다. 그런 덕분에 바위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 햇볕까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바람까지 막아주니 식사 자리로 그만한 명당은 없으리라. 탐방객들이 준비한 식사는 대부분 컵라면이다. 찬바람에 언 몸을 녹이는 데는 컵라면의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고석정에서 길을 마무리하다
마당바위 지역을 벗어나자 억새가 뒤덮인 새로운 길이 열린다. 큼직한 바위 뒤편에는 언제 내렸는지 모를 하얀 눈이 소복하고 꽁꽁 얼어붙은 강물은 세월마저 얼릴 기세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 미세먼 지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쌀쌀한 날씨 덕분에 푸른 하늘이 열렸다.
어느새 강을 따라 걷던 길이 강을 벗어나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그럼에도 물길은 변함없다. 원래 흐르던 대로 제 모습을 잃지 않고 흐른다. 물은 묵묵히 흐르다가도 때론 숨 가쁘다. 또 잔잔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모습을 바꿔가며 흐른다. 이런 강물과 함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 섶다 리나 얼음기둥도 볼만하다. 모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를 겨냥해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그중에 가장 볼만한 것은 승일교 못미처 조성된 빙벽이다. 야트막한 봉우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거대한 빙벽 앞에 이르자 탄성이 터진다. 그 옆으로 승일교와 한탄대교가 나란히 지난다. 세월의 두께가 묵직한 승일교와 빨간색의 현대식 한탄대교가 대조적이다.

순담계곡을 따라 이어진 트레킹구간

승일교는 1948년 철원지역이 북한 땅이었을 때 북한이 러시아식 공법으로 아치교를 만들기 시작했다가 6·25전쟁으로 중단됐다. 그런 것을 휴전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완공했다. 승일교 이름은 당시 대통령 이승만의 ‘승’과 김일성의 ‘일’자를 합쳐서 ‘승일교’로 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이름이야 어떻든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듯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라는 별명도 가졌다.
이렇듯 역사적 의미가 깊은 까닭에 등록문화재 제26호로 지정돼 사람은 교행할 수 있으나 차량은 교행할 수 없다. 승일교에서 한탄강을 보려다보니 협곡지형이 그대로 드러난다.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파노 라마 사진처럼 웅장하게 주위를 에두른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어느덧 발걸음이 고석정을 향한다. 고석정은 한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 이는 경치 좋은 곳에 세워진 정자였는데 6·25전쟁에 불타 없어졌다. 현재 것은 1971년에 2층으로 지은 콘크리트 정자다. 정자에 오르면 옛날의 운치는 찾아볼 수 없지만 아쉬운 대로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예나지 금이나 다를지 않을 터. 그나마 위로가 된다.
고석정 건너편 고석암에는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석성을 쌓고 은거한 곳이라 전한다. 고석암 정상부에 삭풍을 이겨내고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멋스럽다. 이 모든 게 겨울 얼음트레킹의 묘미이리라.
걷기 코스
직탕폭포~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고석정, 총거리 6.5㎞
내비게이션 정보
직탕폭포(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검색 대중교통 : 철원 동송시외버스공용터미널(033-456-1213)에서 택시이용이 편하다.
요금은 7천 원 안팎.
지역 별미
철원을 찾으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있다. 연교차가 60도 이상인 철원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음나무순이다.
대득봉(033-452-2915)식당에서 음나무순 정식을 맛볼 수 있다.
함께 돌아보면 좋은 곳
철원평화전망대는 철원군 중부전선의 비무장지대와 북한 땅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제2땅굴과 군 막사, 검문 소를 재현한 전시물과 비무장지대 사진 등을 볼 수 있으며 모노레일이 설치돼 관광객들이 쉽게 전망대에 오를수 있다.
쌍안경을 통해 북한군의 모습도 관찰된다. ▷철원평화전망대(강원 철원군 동송읍 중강리 588-14, 033-450-5440)
문의
철원군 관광문화 033-450-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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