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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움직이는
바퀴

글. 이상우(문화평론가)

바퀴는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요소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기계 장치 중 하나다.
가축을 길들인 것이 자연에서 이동수단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면, 바퀴는 이동에 필요한 도구를 ‘발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축이라는 자연물과 바퀴라는 인공물은 훗날 ‘마차’ 혹은 ‘전차’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바퀴는 말과 더불어
초원의 유목민들을 변방에서
세계사의 중심으로 이끌어낸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바퀴는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흔히 바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처음 발명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바퀴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림문자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추정된 것일 뿐, 물리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바퀴는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못했으며, 실용적인 목적보다 는 지배계급의 과시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즉 당시의 바퀴는 왕이나 사제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바퀴에 대해 깊이 연구한 리처드 불리엣은 『바퀴, 세계를 굴리다』에서 바퀴가 처음 발명된 지역으로 동유럽 카르파티아 산맥의 구리 광산을 꼽는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바퀴의 경쟁력이 가축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가축 활용이 어려운 곳에서 가장 먼저 바퀴가 만들어졌을 거라는 추측이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바퀴가 유용하게 사용된 또 하나의 지역은 말이 처음으로 길들여진 유라시아의 초원이다. 유목민들은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수레 위에 텐트, 식품, 물을 싣고 오랫동안 이할 수 있었다. 수레에 의한 운송은 ‘원거리 유목’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유목민들은 말과 수레를 활용해 유라시아의 광대한 초원지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바퀴는 말과 더불어 초원의 유목민들을 변방에서 세계사의 중심으로 이끌어낸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바퀴와 수레의 진화

운송수단으로서 수레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바퀴의 형태도 조금씩 달라졌다. 최초의 바퀴는 통나무를 원통형태 그대로 잘라서 만들었다. 나무의 지름이 곧 바퀴의 지름이 되었고, 큰 바퀴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나무가 필요했다. 나무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바퀴의 내부에는 빈틈이 없었고, 당연히 무게도 무거웠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바퀴살이 있는 가벼운 바퀴로 발전했다. 바퀴살을 붙여서 만들면 통나무보다 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레 전체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고 운반효율도 높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바퀴살이 있는 바퀴는 여러 부품을 이어서 만들기 때문에 크기의 제약에서 자유로웠다. 바퀴가 커진다는 것은 길 위의 장애물들을 효과적으로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늘날 노면의 상태가 좋지 않은 유럽 지역에서 바퀴 지름이 큰 자전거 스쿠터가 선호되는 것은 바퀴의 크기만으로도 안전성과 승차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볍고 튼튼하며 커다란 바퀴는 정교해진 수레 제작 기술, 그리고 말이라는 가축과 결합되면서 ‘전차’라는 빠른 탈것으로 진화했다. 마침내 육상 수송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전장에서 퇴각한 이륜전차는
사륜마차가 되었고, 주로 상류층 여성들의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7세기 무렵 마차를 타는 것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증기기관이 발명될 때까지
대표적인 장거리 여행수단으로
사랑받았다.


전차의 시대에서 마차의 시대로

영화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에서는 당시 전차의 빠른 속도감을 느껴볼 수 있다. 영화에서 묘사된 전차는 재갈 물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이륜수레 형태다. 기수는 고삐와 채찍으로 말을 조종하는데 조금만 실수해도 말들이 넘어지면서 수레가 전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전차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차를 만드는 기술은 물론이고, 전차를 움직이기 위해 특별히 훈련받은 여러 마리의 말, 그리고 숙련된 전차사가 필요했다. 이 중에서도 전차사의 운전 실력은 전차의 성능과 위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특히 곡선에서 전차를 몰기 위해서는 여러 말들의 고삐를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균형을 유지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아마도 숙련된 전차사를 키워내려면 오늘날 전투기 파일럿 못지않은 훈련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말이 전쟁에서 빛났듯이 바퀴와 말을 결합한 전차 역시 전쟁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한동안 전차는 화려하게 전장을 누볐다. 하지만 등자가 발명되고 기마병이 투입되면서 군용전차는 점차 승용이나 화물운반용으로 그 용도가 바뀌었다. 전장에서 퇴각한 이륜전차는 사륜마차가 되었고, 주로 상류층 여성들의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7세기 무렵 마차를 타는 것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증기기관이 발명될 때까지 대표적인 장거리 여행수단으로 사랑받았다.



역사라는 거대한 바퀴

자동차의 발전과 함께 바퀴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그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바퀴는 여전히 둥글고 축을 중심으로 굴러간다. 포장된 도로가 없던 시절, 바퀴 달린 수레는 가축보다 효율이떨어졌다. 인간이 수레를 포기하고 계속 가축에만 의존했다면 아마도 바퀴는 도태되어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바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바퀴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가축보다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만들었다. 바퀴는 한계에 도전하면서 살아남은 인류의 역사, 혹은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바퀴는 앞으로 굴러가는 모습 때문에 종종 ‘시간’과 ‘역사’의 은유로 사용된다.
‘역사의 수레바퀴’라는 표현에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의 특성이 담겨 있다.
그래서 황동규 시인은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라는 작품에서 정체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꿈꾸기도 했다. 바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진력과 함께 지면과의 마찰력 또한 필요하다. 아무리 거센 힘이 작용해도 얼음판처럼 미끄러운 길 위에서 바퀴는 제자리에서 헛돌뿐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아가듯이 앞으로 가려는 구동력과 붙잡아 두려는 마찰력이 만나서 역사의 바퀴는 천천히 굴러간다.


황동규 시인은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라는
작품에서 정체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꿈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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