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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게와 아기 게
안전한 도로횡단

글. 신기주 교수(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일러스트. 백지현

따뜻한 해변에서 엄마 게와 아기 게가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집 밖으로 처음 나온 아기 게는 보드라운 모래를 밟으며 요리조리 뛰어다녔습니다.
행복하게 라보던 엄마 게의 표정이 굳어지며 아기 게를 불렀습니다.

“아가야 네가 걷는 모습을 보니 조금 이상한 것 같구나, 엄마 앞에서 다시한번 걸어가 보렴”


아기 게는 엄마의 지시대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가야 그렇게 옆으로 걸으면 안 되지, 앞을 보고 똑바로 걸어야 한단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게도 눈은 앞을 보면서도 옆으로 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기 게가 엄마 게처럼 걸었습니다. 아기 게를 보는 엄마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애들아 이쪽으로 와서 횡단보도로 건너렴” 하는 소리에 학교 앞을 지나가던 이솝이 고개를 돌려 횡단지도를 하는 한 여성을 보았다. 그 여성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횡단하도록 지도하는 그 지역의 봉사자 같았다. 잠시 후 횡단지도를 마치고 보도를 따라 걷던 그 여성이 갑자기 반대편 보도로 휙 하고 뛰어 건너더니 골목길로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안전한 횡단보도 이용을 지도하던 어른이 봉사활동이 끝나자 자신이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안전한 횡단은 정말 가능할까”


이솝은 이렇게 생각했다.
보이면 보이는 대로 한다.
어린이 행동특성 중 하나는 ‘모방’이다. 뇌 과학자 또는 교육학자 등의 어려운 이론을 참고하지 않아도 부모가 되어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어른조차도 생각과 다르게 행동할 때가 많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어른들의 무단횡단은 내일의 도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엄마 게에게 옆으로 걷는 자신의 걸음걸이는 이상하지 않아도 옆으로 걷는 아기 게의 걸음걸이는 이상해 보인다. 그래서 반듯하게 앞으로 걸으라고 가르치지만 아기 게가 보는 엄마 게의 걸음걸이는 자신과 전혀 다르지 않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채 시범을 보이는 엄마 게는 사고의 오류에 빠져있다. 미국의 코넬대학교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은 1999년 자신들의 연구에서 ‘사고의 오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라는 사실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자신이 속한 환경 속에서 보이면 보이는 것을 모방하며 살아간다. 이는 어린이 행동 특성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엄마 게의 ‘사고의 오류’와 횡단지도를 하는 어른의 ‘사고의 오류’는 다르지 않다. 보이는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는 판단하면서도 자신이 무얼 모르는지는 모른다.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으로는 자신을 살피지 못하는 ‘사고의 오류’ 역시모방되는 것이다.
이솝에게 ‘횡단’이란
사람들은 횡단보도 횡단과 무단횡단에 대한 오해를 지니고 살며 이 둘의 공통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선 횡단보도 내에서 횡단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믿는 것은 오해에 해당한다.
도로교통공단의 2016년, 2017년 교통사고 통계분석집의 ‘보행사상자 사고 시 상태별 현황’을 보면 사망자는 횡단보도 외에서 더 많았지만 부상자 수까지 합하면 횡단보도 내 사상자가 오히려 더 많다.
또한 횡단보도를 이용한 횡단과 무단횡단은 ‘횡단’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운전자에게 횡단하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눈에 담아두는 대상이 아니다. 설령 속도위반을 하는 운전자라도 앞 차량의 행태는 지속적으로 살피며 대비를 한다. 그러나 횡단하는 보행자는 운전자의 좌측 또는 우측에서 불쑥 나타나는 대상일 뿐이다. 보행자라면 당연히 지정된 안전한 장소에서 횡단해야 하지만 건너는 장소보다 횡단할 때 해야 할 안전한 행동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이유는 바로 ‘횡단’에 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속도를 줄이면 자동차도 보인다.

도로에서 보행자도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단횡단의 사고로 인해 자동차 안에 운전자도 마음의 상처가 생기고 사고책임으로 사회에서 격리되기도 하며 족의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운전자에게 속도를 줄이라고 한다.
당연히 도로의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구호임에 틀림없다. 도로에서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속도’는 값어치 있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상대를 죽이고 자신을 해(害)하는 속도는 슬프기만 하다. 운전자가 도를 줄이면 보행자가 보이고 보행자가 속도를 줄이면 자동차가 보인다.
다만 속도를 줄이기만 해서는 보행자가 보이지 않고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도를 줄이고 좌우를 보아야 사람도, 자동차도 또렷하게 보인다.
횡단하려는 보행자는 속도를 줄이고 좌우를 먼저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살리고 운전자도 살릴 수 있다.
반듯하게 걸으라는 엄마 게의 가르침처럼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이용하라는 어른들의 가르침에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 책임이란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속도를 줄이고 좌우를 살피는 행동이 그 책임을 하는 것이다.

안전한 횡단

  • 1단계 우선멈춤
  • 2단계 좌우살핌
  • 3단계 횡단종료까지 안전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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