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담장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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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햇살이 내려앉는,
어느 오후 프랑스 코트다쥐르



리비에라 해안의 지중해는 강렬하다. 니스, 칸을 품은 코트다쥐르 지방은 1년 중 300일 동안 햇살이 내리쬐는 남프랑스의 땅이다. 태양과 바다, 도시에 반해 샤갈, 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마티스는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며 코트다쥐르를 칭송하기도 했다.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프로방스에서 코트다쥐르로 접어들면 남프랑스의 윤곽은 또렷해진다. 코트다쥐르를 대표하는 니스, 칸은 여행자들에게는 ‘본능의 도시’다. 빛바랜 열차 안에는 세련된 프랑스어가 빠르게 흐르고,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은 빠르게 요동친다. 니스의 바다는 아득하다. 낮은 건물들이 파도의 포말과 어우러져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다. 해변 곳곳은 햇살에 몸을 맡긴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파리의 골목에서 오랜 건물을 응시하며 카페를 메우던 파리지앵들의 단상과는 또 다르다. 이들은 해변 벤치에 나란히 몸을 기댄 채 태양에 부서지는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본다. 그리고 바다만큼 깊은 상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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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메세나 광장. 높게 솟은 조형물이 독특하다.
  2. 코발트블루의 리비에라 해변을 수놓은 비치파라솔.

니스 구시가와 맞닿은 바다

앙증맞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니스의 골목마다 얼굴을 내민다

분수와 높게 솟은 동상이 인상적인 마세나 광장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니스의 중심이자 경계가 된다. 마세나 광장은 매년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화려한 공간이다. 광장에서 해변으로 연결되는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산책을 부추긴다.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의미의 해변은 예전 영국 왕족이 길을 가꾸고, 영국인이 정착해 붙여진 이름이다. 앙증맞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니스의 골목마다 얼굴을 내민다. 구시가 살레야 광장에는 꽃시장과 벼룩시장이 살갑다. 낯선 가게에서 기울인 커피 한잔에는 바다향과 담백한 건물향이 녹아들었다. 이곳 골목길에서는 마주치는 간판 하나, 문패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길가에 내걸린 엽서와 수공예품 역시 분위기가 다르다. 힘겹게 오른 구시가 꼭대기의 콜린성 공원은 니스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쇼핑타운인 장 메드생 거리는 설렘만큼이나 구시가와 빠르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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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예술가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생폴드방스의 레스토랑.

    미술가들의 온기 서린 골목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간 생폴드방스을 ‘제2의 고향’으로 섬겼던 샤걀

    코트다쥐르에서 예술향에 더욱 한적하게 취하고 싶다면 니스가 품은 마을인 생폴드방스를 두드린다. 고흐가 프로방스의 아를을 사랑했듯, 샤갈은 생폴드방스에서 여생을 보내며 코트다쥐르의 향취를 캔버스에 담았다. 마을은 첫인상부터가 바깥세상과의 단절의 이미지가 깊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한가운데에는 교회당이 우뚝 선 외로운 풍경이다. 샤갈, 르느와르, 마네, 마티스, 브라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1900년대 초반 니스와 생폴드방스를 찾아 몸을 기댔던 아티스트들의 면면들이다. 거리에는 이들 예술가들이 숙박료 대신 그림을 제공하고 묵었다는 호텔이 자리 잡았고, 돌담으로 성기게 단장한 제법 규모 있는 미술관도 위치했다. 생폴드방스의 터줏대감이었던 샤갈은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간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섬겼다. 그가 산책했던 골목길과 언덕 아래 코트다쥐르의 아름다운 풍광들은 작품의 소재이자 오랜 반려자였다. 이곳 예술가들의 삶터이자 작업실인 갤러리들은 70여 개에 이른다. 프랑스의 명배우인 이브 몽탕 역시 생폴드방스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영화배우 디카프리오가 밀월여행으로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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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리비에라 해변을 오가는 앙증맞은 꼬마열차.
      5. 예술적 풍미가 묻어나는 칸의 열차역.

    칸, 영화 속 숨결이 젖어 들다

    칸은 영화제의 도시답게 기차역부터 현란하다

    니스에서 시작된 리비에라 해안길은 앙띠브를 거쳐 칸으로 연결된다.
    차창에 비낀 바다와 마을은 쪽빛이다. 로마인이 역사가 서린 앙띠브는 피카소의 아뜰리에로 유명해진 곳이다. 작고 아담한 해변마을에서는 매년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칸은 영화제의 도시답게 기차역부터 현란하다. 플랫폼에는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고, 영화제 기간을 전후로 도시 전역이 들썩거린다. 칸의 숙소는 일찌감치 동나고 인근 니스까지 덩달아 축제의 영향을 받는다. 올해로 71회째를 맞았던칸 국제영화제에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칸의 거리들은 한 템포 더디게 흘러간다. 가로수들은 종려나무와 붉은 꽃들로 단장 됐고 그 아래로 꼬마열차가 지난다. 부티크 숍들로 채워진 바닷가 크루아제트 거리는 니스의 해변보다 선명함이 강하다. 해변을 걷다 보면 낯선 여배우와 마주치는 착각에 빠져든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이방인들이 곳곳을 활보하며, 과한 포즈와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을 찾는 것으로 욕망을 대신한다. 칸에서는 쉐케르 전망대에 오르거나 생트 마르그리트 섬으로 향하는 유람선에 기대 숨 가쁜 도시의 정취를 다독일 수도 있다. 코트다쥐르의 도시와 마을은 아티스트들의 사연이 곳곳에 스며 있다. 햇살과 낭만 가득한 해변에서 예술가들은 일과와 여생을 보내며 지중해의 풍광에 몸과 작품을 의지했다. 따사로운 해변 어느 곳에 머물던, 캔버스의 한 장면처럼 진한 잔상이 추억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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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니스의 구시가인 살레야 광장 길목의 건축물.
      7. 돌담, 화실이 담긴 생폴드방스의 골목에는 샤갈의 호흡이 남아 있다.
      8. 꽃으로 단장된 생폴드방스의 아뜰리에.

    TIP BOX

    욕망과 절제의, 리비에라 해안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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