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신호등이 없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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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매력을 찾다. 섬, 숲, 돌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가고 싶은 여행지 부동의 1위, 제주도. 남국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은 섬 우도는 섬 전체가 올레길 1-1코스에 속할 만큼 매력적이다.
1112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여름날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제주도만의 특별한 숲에 닿는다.
500~800년 수령의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룬 비자림과 산책하기 좋은 사려니숲길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곶자왈에 세워진 돌문화공원도 그 자락에 있다.

글·사진. 임수아(여행작가)
우도의 진면목은 올레길에 있다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제주도에는 ‘작은 제주도’라 불리는 우도가 있다. 여의도 면적의 3배 정도 크기인 이 섬은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으로써 제주도 부속 섬 가운데 가장 넓다. 바다에서 바라봤을때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우도(牛島)라 부른다. 우도는 제주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5분 남짓 물길을 가르면 닿는다. 제주 본섬과 멀지 않는 데다 ‘섬 속의 섬 여행’이라는 특별한 로망과 낭만이 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우도에서는 렌터카 이용이 제한된다. 때문에 우도를 여행하려면 두 발에 의지해 걷거나, 버스, 자전거, 스쿠터, 3륜 전기차 등을 이용해야 한다. 몇해 전부터 스쿠터와 3륜 전기차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안전상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우도의 골칫거리인 셈이다.
우도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스쿠터나 전기차 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선택하길 바란다. 사실 우도가 유명해진 이유 가운데 올레길이 한몫했는데 올레길은 달리는 길이 아니라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우도에 놓인 올레길은 1-1코스다. 총거리는 11.7km를 걷고 나면 우도를한 바퀴 돌아본 거나 진배없다. 코스는 우도 천진항을 출발해 산호사 해변~하우목동항~산물통 해녀촌~탑다니탑~하고수동 해변~비양도 입구~우도봉에 오른 뒤 천진항으로 되돌아온다.
대부분 해안을 따라 산책하듯 걷는다. 특별히 난코스가 없으며 비경을 따라 걸을 수 있어 우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엔 금상첨화다. 더위에 지친다면 완주할 필요도 없다. 쉬어가기 좋고 머물기 좋은 곳이 있다면 그곳을 종착지로 삼아도 그만이다. 올레길 여행의 묘미는 완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정에 있으니까.
더위를 단숨에 식혀줄 우도의 으뜸 해변을 꼽으라면 산호사 해변을 추천한다. 검은 현무암과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새하얀 백사장, 쪽빛으로 투명한 바닷물이 압권이다. 이곳 백사장이 유난히 하얀 이유는 홍조류(김, 우뭇가사리 등)의 분비물이 흰빛인데다, 조개껍질이 모래보다 더 곱게 부서져 백사장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우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색 모래가 깔린 검멀레 해안, 해녀 동상이 바다 가운데 서 있는 하고수동 해변도 볼만하다. 이들 해변은 수심이 얕고 수온이 비교적 낮지 않아 9월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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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도봉으로 올르는 초원길.
    2. 여유로운 우도의 풍경.

천년의 아득한 세월이 만든 비자림 속으로
예로부터 비자나무 열매는 한약재로 사용돼 왔다. 또 목질이 우수해 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 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 자리한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곳으로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됐다. 우도 여행을 마치고 성산항에서 차량으로 20분 남짓 달리면 닿는다.
탐방코스는 A, B 코스로 나뉜다. 총거리 2.2km인 A코스는 유모차,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무장애길이어서 누구나 비자림의 그윽한 향과 아늑한 품을 경험할 수 있다. B코스는 탐방로에 돌멩이가 깔려 있다.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 걷는 데 무리가 없다면 두 코스를 모두 걸어볼 일이다. 해설사의 안내를 받고 싶다면 매표할 때 신청하면 된다. 해설사와 동행하면 비자나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비자나무 열매 맛을 보는 등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추억도 만들 수 있다. 비자나무 열매는 아몬드처럼 고소한 맛이 감돈다.
비자림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 그늘이 뙤약볕을 막아주고 나무가 뿜는 피톤치드가 머리를 맑게 한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단숨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비자나무는 1년에 1.5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생육이 느린 나무다.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면서 몸집을 조금씩 키워온 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탐방 구간에는 황토를 깔아놓았다. 황토의 질감을 맨발로 느끼려는 사람들은 맨발로 걸으며 여유를 즐긴다. 숲에서 챙겨볼 게 있다. 수령 826년 된 새 천년 비자나무다. 키 14m, 둘레 6m에 이르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비자나무 중 최고령목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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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려니숲길 외곽길은 유모차가 다녀도 좋을 만큼 잘 다져진 길이다.
    4. 볕을 피해 쉬기 좋은 비자림.

사려니숲길 걸으며 뒤엉킨 마음의 실타래를 풀다
비자림에서 1112번 지방도를 따라 내륙으로 향하면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쳐 가는 길목에 삼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약 600m가량 되는 이 길을 사려니숲길이라 부른다. ‘사려니’는 ‘실 따위를 흐트러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다. 그래서일까, 숲길을 걷는 동안 헝클어졌던 마음이 실타래 풀리듯 가지런해지고, 무거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사려니숲길이 제주도에서만볼 수 있는 특별한 비경으로 알려지면서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에 등재됐으며, 2002년에는 유네스코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도로가에는 삼나무가 빽빽하지만, 숲속으로 들어가면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 있다.
숲길 전체구간을 탐방하려면 사려니숲 주차장~조릿대 숲길~물찻오름을 지나 되돌아온다. 3시간 이상 소요된다. 한 시간 안팎으로 가볍게 산책하려면 사려니숲길 주변 주차장에서 출발해 가까운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숲길은 산책로가 울퉁불퉁한 탓에 유모차 진입이 불가능하다. 대신 외곽 산책로는 유모차를 밀고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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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 이색적인 풍광에 사진찍기에 좋은 사려니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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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우도 올레길에서 만나는 조형물.
    돌, 예술작품으로 거듭나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三多島)’라 했다. 그중에 돌만큼 제주다운 것이 또 있을까?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현무암은 제주도의 상징이라 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제주도를 이야기할 때 설문대할망을 빼놓을 수 없다. ‘할망’은 ‘할머니’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지만, 제주 설화에서는 ‘여신’을 일컫는다. 아주 오래전 제주 사람들은 여신이 섬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여신은 한라산, 오름, 해안 등 제주의 모든 환경과 식생에 까지 영향을 끼쳐 제주를 지키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와 설문할망에 얽힌 설화를 소재로 한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다운 면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려니숲길을 지나 1112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도로변에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매표소를 지나면 공원 들머리에 옛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이 있다. 자갈과 돌무더기 등 쓸모없는 나무들로 이루어진 ‘곶자왈’이라 부르는 숲이다. 공원에 곶자왈이 있는 이유는 이곳이 중산간 지역의 곶자왈 형성지역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한때 버려진 숲이었지만 요즘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희귀 숲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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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우도봉을 오르는 여행자들과 오른쪽 성산일출봉.
    곶자왈 숲길을 지나면 콘크리트가 노출된 박물관에 이른다. 박물관 옥상에는 지름 40m, 둘레 125m의 대형 연못, 하늘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겉보기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표현한 것 같지만 속내는 설문대할망의 죽 솥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하 전시실에는 제주도 생성과 화산활동, 제주 돌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자세한 정보가 전시돼 있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수석들이다.
    수석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사람처럼 수석의 오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아이를 업고 있는 어머니, 비상하는 새, 입벌린 악어, 기도하는 사람 등 자연이 빚어낸 절묘한 형상에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져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다. 박물관을 나가면 2코스가 이어진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제주도의 전통가옥과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뒤를 이은 3코스는 오백장군상이 위엄이 느껴질 정도로 엄숙하게 다가온다. 설문대할망의 아들들인 오백장군에는 서글픈 설화가 전해온다. 제주도를 창조한 여신이었지만 궁핍한 가운데 자식들을 근사하며 삶을 꾸려야 했던 설문대할망. 하루는 오백 명이나 되는 아들들에게 먹일 죽을 쑤고 있었다. 그런데 실수로 죽 솥에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아들들은죽 솥에 어머니가 빠져 죽은 줄도 모르고 솥이 밑바닥을 보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그제야 자신들이 먹은 죽이 어머니가 빠져죽은 죽임을 안오백 명의 아들들은 그 자리에서 돌이 됐다고 한다. 이것이 오백장군 설화다. 2~3코스를 모두 돌아볼 경우 약 2km 정도를 걷는 셈이다. 제주의 풍습과 돌을 이용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슴에 담는다. 그런 까닭에 셀프웨딩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연인이나 부부가 이곳을 찾길 바라는 이유다.

    TIP.

    여행지별 정보

    - 우도는 제주도 성산항, 종달항에서 배가 출발한다. 렌터카는 우도에서 숙박예약자에 한해 도선이 가능하다.
    문의 성산종합관광안내소 064-782-8860, 우도해운 064-782-5671
    - 비자림(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3161-1)
    문의 064-710-7912
    - 사려니숲길(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37-1)
    문의 064-900-8800
    - 제주 돌문화공원(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문의 064-710-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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