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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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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가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

글. 강민수 교수(강원지부 안전교육부)
녹색 점멸등이 부르는 갈등
물건을 고르거나 오늘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것부터 배우자 선택, 집 구매 등 정말 중요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는 도로 위 보행자에게도 적용된다. 길을 건널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잠깐의 선택이 우리를 사고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통계를 참고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2015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4,621명. 그중 보행 사망자는 1,79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0%에 육박하고, 특히 차와 사람 사고의 경우 도로횡단 중 사망자 수는 954명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횡단보도의 녹색 점멸등이 깜빡이며 보행이 가능한 시간을 알려줄 때 보행자는 고민에 빠진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에는 남은 시간 내에 횡단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운전자들이 날 보고 기다려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무단횡단을 하기도 한다. 이때 주위를 살피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들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유형의 사고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특히 고령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은 큰 사고로 이어진다. 고령 보행자들의 경우 녹색 점멸등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고 해도 저하된 신체 능력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만 앞서 차와 차 사이를 가로지르는 무단횡단을 시도하는데,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을 경우 운전자의 시야를 가로막아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은 배가 된다.
횡단보도라고 안전할 줄 알았지?
횡단보도와 정지선 사이를 가로질러 횡단하는 경우에도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횡단보도 부근이니까 운전자들이 조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났다면 횡단보도 근처일지라도 보행자 책임이 70%라는 판결이 많다. 이 예로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62 단독 정회일 판사는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와 차량 정지선 사이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 고령 보행자 김씨와 가족 등 네 명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김 씨의 과실이 사고 발생과 손해 확대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판결 내렸다. 고령 보행자가 자신의 신체 능력 저하를 인정하고, 무단횡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판결 사례다.
보행자로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또 다른 순간, 적색 신호가 녹색 신호로 바뀌기 직전이다. 우리나라 보행자들의 특징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뀔 때쯤 슬며시 한 발짝 내디뎌 보자. 함께 기다리고 있던 보행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대부분의 보행자들이 신호가 바뀐 것으로 착각하고 함께 발을 내디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보행자의 경우 신호가 바뀌자마자 바로 횡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요즘 젊은 보행자들은 스몸비(smombie :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로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라고 불릴 정도로 횡단 대기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이어폰을 꽂은 상태에서 횡단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황색 신호나 적색 신호를 위반하는 직진 차량 또는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한 우회전 차량과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행자의 올바른 선택이 만드는 교통질서
지금까지 도로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운전자가 형사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근래에는 아니다.
운전자가 필요한 조치와 의무를 다한 것으로 판단될 때는 무단횡단을 한 보행자에게 과실을 부여하고 있다. 보행자로서 안전하게 도로를 걸어 다니는 일 또한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구성원의 역할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늘 인지하고, 보행자가 가지는 딜레마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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