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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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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실은 교통봉사대
손삼호 대장


전국 방방곡곡 이들이 가지 않는 곳은 없다. 궂은 날씨에도, 역사의 격동 속에서도 이들은 한결같이 길 위를 내달렸다. 우리의 일상 속 더없이
친숙한 존재이자, 비상시마다 발이 되어주는 ‘택시’ 그리고 ‘택시 운전사’.
이들은 시민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며 많은 이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해왔다. 그래서 이들은 세상에 대한 너른 관심과 높은 접근성을 보다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고자 했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글. 편집실 사진. 이현재


한마음으로 뜻을 모은 택시 운전사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는 손삼호 대장을 추축으로, 뜻이 맞는 9명의 택시기사가 모여 1986년에 창립했다. 뉴스를 보던 중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어린이가 동료의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모금을 시작한 것이 초창기 활동의 계기였다.

“그 누구보다 안전을 지켜야 하는 택시 운전사가 자식이 아프면 어떻게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겠어요. 실제로 동료 운전사의 자녀가 백혈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일을 지켜봐왔던 터라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죠. 교통안전을 지키려면 마음이 편해야 하고, 마음이 편하려면 아픈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심장병 어린이부터 돕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택시에 ‘껌통’을 놓고
탑승객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00원, 500원, 천 원 등 그렇게 푼돈을 모아서 언제 후원할 수 있겠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의 승객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태주었고, 덕분에 활동 3년 만에 500만 원을 모아 심장병 어린이를 도울 수 있었어요. 얼마나 뿌듯하고 마음이 좋았는지 몰라요.”
작은 모금활동으로 시작한 이들의 활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분야를 넓혀갔다. 택시를 운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세상에 대한 통찰이 깊어진 덕분이다. 현재는 전국에 39개 지부가
창단된 것도 모자라, 독도와 방콕에도 지부가 생겼을 정도. 일반인도 가입할 수 있어 회원 수만 1만5천230명에 이르는 큰 규모의 봉사단체로 거듭났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에는 없는 게 딱 네 가지 있어요. ‘자랑’, ‘꾸밈’, ‘바람’, ‘차별’.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봉사여야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자랑하려고 하는 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 같은 활동이념을 만들었어요. 순수한
봉사활동 외에 그 어떤 것도 개입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스스로 실천하고
보람을 느끼면 그만인 것이죠. 봉사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32년째 운영되고 있는 봉사대 사무실

세상을 향한 너른 이해와 사랑으로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는 심장병 어린이 돕기부터 무연고자 장례, 교통안전 캠페인, 수재민 돕기, 코로나19 방역활동, 반찬배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이 있다면 두 팔 걷어붙이고 몸소 참여하는 실천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봉사대에서는 10가지의 목적활동을 정해놓고 있어요.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사랑봉사’, 교통약자를 우선으로 태우는 ‘마음봉사’, 골목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노력봉사’,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궁화를 달아드리는 ‘효행봉사’,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사랑의 날’, 영호남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한 ‘사회통합봉사’, 다른 생명을 돕는 ‘장기기증’, 무연고자를 위한 ‘장례봉사’, 북한동포를 돕는 ‘통일 후 준비활동’ 그리고 범국민적 교통안전을 위한 ‘교통안전 캠페인’이 그것입니다. 이 중 ‘교통안전 캠페인’은 2014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봉사활동으로, 나날이 늘어가는 교통사고를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택시 운전사들은 도로 위가 직장이잖아요. 그런데 동료들이 보고 들은 교통사고 현장 이야기들은 너무나 안타깝고 또 위험하게 느껴졌어요.
도로 위에서 일하는 우리가 먼저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고 이를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자고 마음먹었지요.”

사무실 한편에는 그간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는 교통안전을 위한 기본 태도인 ‘질서’를 강조한다.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은 사회제반질서 역시 잘 지킬 것이고 이는 곧 국가 전반의 사건·사고를 줄이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이 손삼호 대장의 생각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평소의 습관을 바꾸고 의식을 새롭게 해 교통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봉사활동이 힘들지 않으냐고 종종 물어보는데,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힘들게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고, 재밌고 즐겁게 생각하면 봉사뿐만 아니라 삶 전체가 그렇게 되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람과 즐거움이 따라올 거예요.”

지역 곳곳을 운행하는 택시 운전사들이 고유의 특성을 발판 삼아 사회 곳곳을 돌보는 봉사대를 꾸리고 오래도록 다양한 봉사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위안을 준다.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활동을 알고 함께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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