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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있는 차로만 막히지?
잦은 차로변경의 심리학

출퇴근 시간대이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운전자가 이용
하는 도로는 종종 막힐 때가 있다. 모든 차로가 정체 상황이라면 운전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느린 속도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 그러나 종종 운전자들은 자신이 운전하는 차로만 막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즉, 다른 차로 차들의 운행이 더 원활해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운전자들은 답답한 차로에서 벗어나 더 빨리 가기 위해 차로를 변경한다.
이렇게 길이 막힐 때 정체가 풀리길 기다리는 것보다 차로를 변경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까?

글. 박선진(충북대학교 교통심리학 강사)


불공평함을 느끼는 데서 유발되는 불쾌감

기다리는 것은 일정한 시간을 참고 견디는 것으로, 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 자체도 유쾌하지 않은데 옆에 나란히 있던 사람이나 뒤에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면 짜증은 점점 커진다. 즉, 내 차로는 막혀서 나는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옆 차로 차들은 자꾸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막히는 도로 위에 있는 운전자의 불쾌지수를 점점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곤 한다. 운전은 동일한 목적지에 더 일찍 도착해야 이기는 경주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은 운전자에게 스트레스가 될까? 기다릴 때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정리한 마이스터(Maister, 1985)는 사람들은 기다림이 불공평하다고 여기면 더 많이 기다렸다고 느낀다고 보고했다. 사회적 공평성에 의해 자신에게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다. 즉, 나보다 늦게 온 사람보다 내가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 불공평하다고 여기며 자신이 더 많이 기다렸다고 느끼는데 이것은 상당한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운전자의 시지각과 손실혐오 현상

그렇다면 하나의 차로에서만 심각한 정체가 발생할 수 있을까? 보통 정체는 일정 구간의 도로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유독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차로에서 정체가 심하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운전자의 시지각과 관련이 있다. 운전과업 자체가 목적지까지 나아가는 것이기에 운전과업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정보는 대부분 시각 자극으로 운전자 전방에 존재한다. 운전자의 전방에 존재하는 자극은 운전자가 주행하는 차로와 옆 차로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살루치(Salucci)와 동료들의 연구(2001)에 따르면 차로가 막힐 때 운전자들은 옆 차로 차를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 옆 차로 앞쪽을 보는 것을 포함해 운전자는 운전하는 시간의 80~90%를 전방을 주시하는 데 할애한다. 차로를 바꾸지 않는 운전자들도 자기 차로를 두 번 보면 옆 차로 앞쪽은 한 번 정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운전자가 후사경(Rearview Mirror)으로 뒤에 오는 차를 바라보는 시간은 전체 시간의 불과 6%로 자신이 추월한 차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반면, 앞서간 차에 대해서는 유별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앞서간 차들은 운전자의 전방 시야에 등장하는 새로운 자극이기에 주의를 끌 수밖에 없다.
더불어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손실혐오 현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이 얻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는데, 정체 상황에서 운전자가 자신이 번 시간보다 손해 본 시간을
계산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즉, 운전자의 주의는 자신이 손해 본 시간에 쏠려 있기에 손해 본 시간은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식되는 데 반해 번 시간에 대한 인식은 희미해진다. 운전자 자신은 손해를 보고 있는 차로에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런 착각은 결국 운전자들을 차로변경의 유혹으로 이끈다.

차로변경이 유리하다는 생각은 큰 착각

그렇다면 차로를 바꾸는 게 나을까? 운전자들이 차로를 바꾸는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고 더 큰 이익을 준다고 믿기 때문인데, 정말 그럴까? 차로를 바꾸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두 운전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운전자 중 한 명은 최대한 차로를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고 다른 한 명은 가능한 차로를 바꾸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험 결과, 차로를 바꾼 운전자가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80분으로 차로를 유지한 운전자보다 4분 빨랐다. 4분 빨랐다는 결과가 차로변경이 주는 이익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차로변경 작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수고와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차로변경이 더 효율적이고 더 큰 이익을 준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내가 달리는 차로보다 옆 차로가 더 잘 빠진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리고 차로변경이 더 효율적이고 결과적으로 운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준다는 것도 착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착각에 빠지면 운전자는 자기도 모르게 차로변경의 유혹에 빠진다. 이에 대해 레델마이어와 팁시라니(Redelmeier & Tibshirani, 1999)는 후사경을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기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위안을 얻는 것처럼 운전자도 앞에 달리는 차보다 뒤에 있는 차들을 보면 심리적 위안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옆 차로가 더 잘 빠진다는 것과 차로변경이 주는 이익이 크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참고문헌]

  • Maister, D. (1985). The Psychology of Waiting Lines.
  • Redelmeier, D., A., Tibshirani, R., J. (1999). Why cars in the next lane seem to go faster. Macmillan Magazines Ltd, 35-36.
  • Salucci, D. Liu, A., Boer, E. R. (2001). Control and Monitoring During Lane Changes, Vision in Vehicl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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