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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문화, 자연을 잉태하다
호주 서부

석양을 배경으로 낙타 행렬이 지나는 브룸 케이블비치 전경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호주 서부는 ‘격리된 감동’의 공간이다. 퍼스, 브룸 등 바다와 사막 사이의 낯선 도시들은 대자연의 풍광이 외곽을 채운다. 트렌디한 골목, 와이너리를 벗어나면 붉고 푸른 해변이 고요한 정적을
만들어낸다.

감성골목, 와이너리, 스완강의 퍼스

서호주의 남쪽으로 내려서면 중심도시 퍼스와 조우한다. 퍼스는 서쪽으로는 인도양이, 동쪽으로는 끝없는 사막이 펼쳐진 외로운 도시다. 골드러시로 단초를 다진 공간은 격리된 여유로움 속에서
호주 내에 그들만의 문화를 잉태했다. 이곳에서는 일상과 휴식, 이벤트가 큰 경계 없이 진행된다. 중심가에서 철로 하나를 지나면 강렬한 문화의 거리로 이어지고, 차를 타고 20여 분 달리면 훈풍이 부는 해변과 맞닿는다. 번화가에서 가깝게 와닿는 바닷가는 고요하고 아득하다. 그중 코슬로우 비치는 호주 출신의 영화배우인 히스 레저가 산책 삼아 즐겨 찾던 해변이다.
머레이 스트리트, 헤이 스트리트 등은 퍼스 최대의 중심가이자, 쇼핑의 거리다. 퍼스가 이채로운 것은 다운타운에서 걸어서 10분, 철로 하나만 지나면 문화적 깊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다국적
식당들과 ‘나이트 라이프’로 명성 높았던 노스브리지 일대는 퍼스의 새롭고 당당한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노천바와 노천영화관, 콘서트장 등은 노스브리지의 주말을 단장하는 주요 아이콘이다.
노천광장 소파에 누워 영화를 감상하는 풍경이나, 공장 담벽 그라피티 너머로 흐르는 음악은 노스브리지를 거니는 이방인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그동안 퍼스를 감상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남반구 최대의 도심공원인 킹스파크와 종 모양의 현대 건축물인 스완벨 타워 등을 둘러보는 것이 주를 이뤘다. 요즘은 작은 와인 바나 식당들이 도심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주역을 자처하고 있다. 바에서 맛보는 와인은 스완강에서 연결되는 스완밸리나 남서부 마가렛 리버의 마을 단위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친근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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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퍼스는 스완강이 에돌아 흐르는 ‘격리’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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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마가렛리버 일대의 관광용 마차

카푸치노 향 묻어나는 프리맨틀

스완강을 따라 30분이면 닿는 프리맨틀은 서호주 여행의 향취를 더한다. 프리맨틀은 진한 바다 내음과 커피 향이 묻어나는 소도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거리 이름도 카푸치노 거리다. 시청사가
들어선 킹스 스퀘어 광장에서 10여 분 거닐면 노천카페가 줄지어 들어선 카푸치노 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굳이 이 골목까지 발길을 옮긴다. 이곳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것은 분위기에 취하려는 낯선 외지인들의 선택이다. 서호주의 청춘들은 카푸치노보다는 카페라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에스프레소 샷이 추가된 ‘플랫화이트’를 즐겨 마신다.
낭만의 거리는 예전에 죄수들의 유배지였던 반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도시에 지어진 첫 번째 주요 건물 역시 감옥이었다. 프리맨틀은 친환경 섬으로 명성 높은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로
향하는 경유지이기도 하다. 섬이 간직한 바다는 연둣빛 라군으로 단아하게 치장돼 있다. 로트네스트 섬에서는 자전거를 타다 우연히 만나는 외딴 해변에서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다. 섬 이름의
유래가 된, 쥐를 닮은 ‘쿼카’ 역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서호주의 남쪽 해변에서는 에코투어의 천국이 열린다. 퍼스 남부의 지오그라피 베이 일대는 버셀턴, 얄링업 등 작고 매력 넘치는 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 해변들은 서핑, 와이너리 투어, 바다표범
구경, 해변 숲 트레킹의 아지트로 사랑받는다. 뜨거운 햇살 아래 서핑을 즐기다가도 해질녘이면 전원 속 와인 바에 앉아 레드와인 한잔 즐기는 로망이 이곳에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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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노스브리지의 트렌디한 와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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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완밸리 와이너리 ‘윌로우 브릿지’

경이로운 노을, 진주잡이 도시 브룸

서호주 북부 브룸에서는 바다와 하늘이 그려낸 경이로운 노을을 만나게 된다. 바다 위 선홍빛 석양, 낙타의 행렬, 진주잡이의 사연까지 어우러져 도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아득하게 해변이 이어진 브룸 케이블비치는 세계적 수준의 일몰이 매혹적이다. 해질녘이면 모래 위에 간이 의자를 펼친 채 술잔을 기울이는 여행자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석양 사이로
돛단배가 지나고, 바다와 연결된 경계선에서 낙타들은 석양의 해변을 뚜벅뚜벅 걸으며 그림자와 여운을 남긴다.
노을 이전의 브룸은 진주잡이의 땅으로 명성이 높았다. 1880년대부터 진주를 채취하기 위해 일본인을 필두로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등이 몰려왔고 눈망울만 한 자연산 진주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진주잡이 다이버들은 시내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채취하다 숨져간 일본인들을 기리는 묘지가 시내에 있고 도심 한가운데 차이나타운이 들어서 있다.
브룸에는 1916년 문을 연 가장 오래된 야외 영화관도 들어서 있다. ‘선 픽처스’라는 노천영화관에서는 쏟아지는 별과 함께 마당 의자에 앉아 스크린에 빠져드는 오붓한 시간이 주어진다. 브룸의
경이로움은 외곽으로 접어들며 무르익는다. 서호주 최북단 푸눌룰루 국립공원의 벙글벙글은 2억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세계자연유산인 사암지형이다. 호주에 남겨진 마지막 미개척지로,
사암단층은 수백만 개의 벌통을 늘어놓은 듯 기이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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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도시 프리맨틀의 과거가 담긴 옛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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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벌집 형상을 지닌 서호주 최북단 벙글벙글(Bungle B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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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브룸 케이블비치의 숨 막히는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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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푸눌눌루 국립공원의 사암지대

대형 고양이가 그려진 무료버스 ‘캣(Cat)’ 퍼스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쏘다니는 재미가 있다. 시내 도심은 이방인들조차 마음이 동할 정도로 무료 교통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눈에 띄는 대중교통수단은 ‘캣’이라는 무료 순환버스다. 버스는 옆면이 커다랗고 역동적인 고양이로 화려하게 채워진 재미있는 형상이다. 블루캣, 레드캣, 옐로캣 등 3종류가 있어 도심의 동서남북을 가로지른다. 캣 정거장마다
노선표와 다음 도착할 버스의 도착 예상시간을 알려주어 이용에 큰 불편은 없다. 프리맨틀에도 무료버스 ‘캣’을 만날 수 있다.
퍼스는 강과 바다를 아우른 도시다. 버스나 열차 외에도 페리를 타는 게 근교로 이동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이 일대에서는 버스, 전철, 페리를 하나의 티켓으로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다. 티켓 한 장이면 두 시간 동안은 무제한 환승도 가능하다. 친환경 섬인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자전거 투어의 아지트로, 섬까지 오가는 페리에는 자전거용 승선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사막을 간직한 북부 브룸에서는 사륜구동차가 필수 이동 수단이다.
호주 서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주로 비행기가 이용된다. 시드니에서 퍼스까지는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싱가포르에서 퍼스까지 걸리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시드니에서 서부해안까지 열차로 이동하려면 대략 65시간이 소요된다. 육로로는 3박 4일 걸리는 꽤 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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