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끌림

길 위의 사람들

  • 좋아요
HOME > 따스한 끌림 > 길 위의 사람들

<신호등> 초창기
제작 담당자들과의 인터뷰

젊은 날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신호등>의 40주년을 축하하며
<도로교통>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40년 세월 동안 다양한 사람, 이야기들과 함께해온 <신호등>. 그렇다면 그 시작은 어땠을까.
초창기 <신호등>과 함께했던 홍종순 前 지부장, 김경녀 단장, 유종률
現 태백시험장장을 만나 발행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힘들었거나 보람
있었던 순간 등 당시의 생생한 일화들을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이현재


<신호등>의 시작과 함께했던 분들을 뵙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시의 담당업무와 발행 과정 등의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홍종순 저는 개간 때의 멤버는 아니고, 한 호가 발행된 후에 합류 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잡지사에서 편집자, 그러니까 지금의 에디터로 일했었고요. 경력을 살려 <신호등(당시 ‘도로교통’)>의 편집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홍보처가 아닌 ‘편집실’ 소속이었는데, 섭외에서부터 취재, 촬영, 원고청탁, 교정, 인쇄 등 전 과정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업무의 양이 방대했어요.
지금과는 달리 월 1회 발행되는 월간지였던 데다가, 128페이지로 볼륨도 상당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고,
자료 역시 일일이 발로 뛰어 공수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들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젊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김경녀 저는 개간 3년 뒤에 전문직(편집직) 공채로 채용됐어요. 당시 이사장님께서는 매거진의 발행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 셨었고, 그만큼 잘 만들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3명의 직원이 공채 1기로 입사하게 된 것이었죠. 앞서 지부장님께 서도 말씀하셨지만, 당시엔 뭐든 직접 찾아가 면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요. 오전과 오후 각각 3건씩 미팅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적도
있을 정도로 바빴죠. 지부장님은 교통 관련 콘텐츠를, 저는 문화·교양 콘텐츠를 담당해 둘이서 모든 원고를 만들 어냈어요. 심지어 디자인과 인쇄까지 담당했었죠(하하).
유종률 어떻게 보면 저는 업무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혀있을 때인 1990년도에 합류하게 되어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당시 편집디자인 담당이었는데, 손으로 일일이 레이아웃을
만들었던 이전과는 달리 매킨토시를 활용한 편집작업을 진행했었죠. 덕분에 디자인이 많이 업그레이드되고 업무도 수월해졌다고 좋아하시던 모습들이 생각나네요.

  • 개간 초기였고,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홍종순 아무래도 콘텐츠 수급이 가장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모든 페이지를 김경녀 단장과 저 둘이서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마감 때는 정말 아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였어요. 이메일이나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서 섭외와 원고청탁 등의 과정을 진행하는 요즘과는 달리, 예전에는 무조건 모든 콘텐츠 제작의 시작은 ‘면대면’이었죠. 유명 교수나 전문가에게 전화로 원고를 부탁했다가는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으니까요. 원고를 청탁하고, 이를 받고, 원고료를 주고, 발행된 책을 전달하는 모든 과정이 제가 직접 움직여야만 가능했어요. 덕분에 한 사람을 한 달에 세 번씩 만나는 경우도 허다했고요.

김경녀 지금은 교통 관련 법규나 기술 등의 연구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초창기 때만 해도 관련 자료를 찾는 데에 무척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 때문에 매달 관련 전문가에게 원고를 청탁했어야 했는데, 일정을 펑크내거나 자료만 턱 내어주는 경우도 많았죠. 제작을 해보신 분들은 그게 얼마나 사람 피를 말리게 하는지 아실 거예요(웃음). 이외에도 워낙 악필이라 글을 해독해야 하는 수준의 원고도 있었고, 본인의 원고를 조금이라도 수정하면 화를 내는 분도 계셨어요.
유종률 앞서도 말씀하셨지만, 페이지 수가 많은 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요. 흑백 1도 인쇄에서 색이 하나 더 추가된 2도 인쇄로 바뀌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색 사용이 무척 한정적이라서 먹의 농도로만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것도 애로사항 중 하나였고요. 당시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한계점들이 많아서 좀 더 잘 만들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워요.
  • 반면 뿌듯했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김경녀 힘든 와중에서도 기쁘고 즐거운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중 단연 최고의 보람은 인쇄된 책을 손에 쥐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매달 꼬박꼬박 발행되는 책을 보고 있으면, ‘이번 한 달도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구나’ 하는 뿌듯함이 차올라요. 무엇보다 노력의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게 가장 보람됐어요.
    홍종순 2천 부로 시작했던 <신호등>이 많을 땐 4만7천 부까지 부수가 늘어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후 발행량이 조금씩 줄어 책자를 받지 못하는 독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죠. 속상하기도 한 반면, ‘아, 우리 책을 꾸준히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수가
    줄어든 만큼 독자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도로교통(80~91년)>에서 <신호등(92년~현재)>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도 <도로교통>이라는 제호가 다소 딱딱하다는 대중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었어요. 내부 직원부터 독자 의견까지 응모를 통해 제호를
    변경한 것이 지금의 <신호등>이 됐네요.

당시와 현재 <신호등>의 차이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홍종순 지금의 <신호등>은 ‘도로교통안전 종합정보지’잖아요. 관련 정보가 워낙 다양하니 알릴거리도 많고, 그만큼 국민 의식도 깨어있고요. 하지만 예전 <신호등>은 ‘대국민 교통안전 계몽지’
였어요. 손수운전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뿐더러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역시 미미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죠. 또, ‘상업광고’의 유무도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아닐까 해요. 당시엔 매거진에 실리는 광고를 통해 일정 부분 수익사업이 진행됐었거든요. 제작자들에게는 광고를 하나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유종률 디자인이나 인쇄의 변화가 저한테는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당시엔 편집자들이 손으로 일일이 레이아웃을 그려주면 그걸로 디자인을 했었거든요. 지금은 워낙 툴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정리되어 보는 재미가 더 커졌어요.

  • 제작 담당을 맡았던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신호등>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홍종순 책의 볼륨을 줄이는 게 일차적인 목표예요. 너무 바쁘고 정신없다 보니, 콘텐츠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거든요. 볼륨을
    줄이고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갔다면 더 나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유종률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어요. 한정된 시간과 인원으로 매달 128페이지 분량의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거든요. 불륨을 줄이는 대신, 종이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갔다면 더 나은 책이 되었을 것 같아요.
    김경녀 저는 다시 돌아간다면 못 할 것 같아요(하하). 도저히 엄두가 안 나요.

    40주년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신호등>에게 애독자로서 바라는 점이나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홍종순 독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조금 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을 것 같고요.
    김경녀 저는 바라는 거 없어요. 40주년에 이르기까지 안 해본 콘텐츠가 없었을 테니까요. 우리 때보다 더 잘 만들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해요.
    유종률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매거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홍종순 前 지부장 초기 <신호등> 편집실 소속 취재 및 원고작성·청탁, 교정·교열 담당 (교통 관련 분야)
김경녀 단장 초기 <신호등> 편집실 소속 취재 및 원고작성·청탁, 교정·교열 담당 (문화·교양 분야)
유종률 現 태백시험장장 초기 <신호등> 편집실 소속 편집디자인, 행정, 인쇄계약 등 담당

공단 대표번호
안내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포스트
개인 정보 취급 및 이용 정책 Copytight 2017KoROA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