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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가면 여름이 짜릿하다
어름치마을

여름이 절정이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다.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있는 어름치마을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하늘과 땅속 지하,
그리고 강물을 가르며 짜릿한 체험을 겸할 수 있는 천혜의 피서지다. 어름치마을에서는 뜨거운 태양, 치솟는 열기, 찜통더위는 TV 뉴스에나 나올법한 철 지난 소식이다.
‘여름 완전정복!’이라는 큰 미션을 안고 강원도 평창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급류가 발달한 동강은 래프팅을 즐기기에 최적의 코스다.
몸이 먼저 느끼는 해피 700m
횡성을 지나 강릉으로 향하는 길목에 평창이 자리한다. 평균 해발고 도가 700m 이상인 평창은 태백산맥이 자리하고 있어 구름도 쉬어 가는 곳이다. 특히 평창 북쪽은 가리왕산, 오대산, 백적산, 선자령 등 1,000m가 넘는 높은 산과 봉우리에 에워싸여 있다. 평창 남동쪽에 위치한 어름치마을 역시 산기슭에 위치해 찾아가는 길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울렁거린다. 서울에서 3시간가량을 달리면 평창 미탄면 마하 리에 도착한다.
어름치마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마을에는 어름치가 다량 서식하고 있다. 어름치는 한강, 금강, 임진강에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 어종(천연기념물 259호)이다. 환경오염에 매우 민감해 깨끗한 물에 서만 볼 수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만큼이나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어름치마을엔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백룡동굴이 있다. 그런데 이 동굴은 돈만 내면 볼 수 있는 관광형 동굴이 아니다. 만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아쉽게도 동굴을 구경할 수 없다.
물론 만삭의 임산부도 그렇다. 하루에 동굴 관람 기회는 단 9회뿐. 그것도 1회당 20명씩 하루에 180명에게만 선택받을 수 있다. 동굴 탐사 가 이렇게 까다로운 이유는 탐사를 마치고 나면 알게 된다.
탐사에 앞서 탐사복, 장화, 안전모, 헤드랜턴까지 완전무장을 한다. 군인 조교의 말투를 닮은 동굴 해설사가 탐사자들을 인도한다.
“여러분이 위치한 백룡동굴은 동강을 따라 해발고도 235m, 즉 수면 위로부터 약 10~15m 지점에 입구가 있습니다. 동굴 입구 주변에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배를 타야만 접근이 가능한 석회동굴 입니다. 모두 승선하겠습니다.”
약 2~3분이 지나자 배는 동굴 입구에 도착한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위아래가 붙은 항공기 정비사 작업복처럼 생긴 탐사복을 입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땀이 물 흐르듯 흐른다.
더위도 잠시, 동굴에 들어서자 에어컨 바람을 능가하는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에 땀이 식을 때쯤 엉거주춤한 자세로 안으로 들어 간다. 곧이어 어둠이 밀려온다. 헤드랜턴이 없다면 한 치 앞도 볼 수없는 어둠의 연속이다. 다소 넓은 터에 황토로 만든 구들장이 있는데그 앞에 일행이 멈춘다.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이어서 ‘개구멍’이라 부르는 통로 앞에 도착 한다. 이 좁은 통로가 뚫리면서 백룡동굴이 세상에 알려졌다. ‘백룡’이 라는 이름은 백운산의 ‘백’과 백룡동굴을 최초로 발견한 정무룡씨의 ‘룡’자를 합쳐서 지은 이름이다.
개구멍 바닥은 약 3m정도 되는 길이인데 통로가 워낙 좁아서 애벌레 처럼 기어 들어가야 한다. 구멍을 통과하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가 나타난다. 기상천외한 종유석이 천정에 매달렸고, 석순이 땅에서 자라고 있다. 다양한 굵기의 석주들은 위태롭게 동굴을 떠받치고 있다.
‘우주 만물이 어떻게 저절로 생겼을까, 창조주는 분명 예술가임에 분명하다’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예술가의 손길을 거친 최고의 조각품이 연이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남근석’에 얽힌 이야기인데 예전에 고위 공무원이 아들을 낳고 싶은 욕심에 남근석(종유석)을 떼 갔다가 비난이 일자 다시 갖다 놓았다고 한다. 떨어진 남근석 접합 수술(?)은 치과의사가 맡았다. 천만다행 으로 수술이 잘 되어 남근석이 지금도 조금씩 자라고 있단다.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동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동굴 탐사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중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머리를 싸매고 외우던 교과서 속 현장에 온 듯하다.
어느덧 탐사 마지막 구간에 이른다. 탐사 안내를 맡은 가이드가 랜턴을 끄고 함께 명상을 하잔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 보란다. 하나둘 랜턴이 꺼지더니 동굴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순간이다.
왕복 1.5km의 탐사는 4D영화관이나 테마파크에서 절대 맛볼 수 없는 스릴 만점의 신비로운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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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어름치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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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어름치마을과 기화마을에는 송어회 전문식당들이 모여 있다.


짜릿한 물맛, 동강 래프팅

어름치마을은 동강에서 래프팅을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지금으로 부터 20여 년 전이다. 래프팅은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의 급류를 헤쳐 나가는 레포츠다. 어름치마을 앞을 지나는 동강은 래프팅을 즐기 기에 최적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곳이 있는가 하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너울이 심한 곳도 있다. 한마디로 물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인기 있는 코스는 문희마을 절매나루에서 진탄나루까지 이어지는 약 5km 구간이다. 가장 짧은 구간으로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가장 긴 코스는 백운산 코스인데 25km에 장장 8시간이 걸린다.
보트 탑승에 앞서 안전교육과 몸풀기를 먼저 실시한다. 마른장마 탓에 예년보다 물살이 약하다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고무보트의 울렁임에 탑승객들은 잔뜩 긴장한다.
‘자! 시작입니다’ 교관이 단호한 시작 외침과 함께 한바탕 물을 끼얹는 다. 기왕 버린 옷, 더 이상 내숭이나 얌전을 떨 필요는 없다. 야생에서 필요한 생존법칙이 존재할 뿐이다. 앞서가는 보트엔 젊은 남자 8명이 탑승했다. 그 뒤에 50대 중년 남성이 탑승한 보트가 뒤따른다. 뒤따라오는 보트는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노를 젓는다. 다름 아닌 20대 젊은 피를 따라 잡으려는 것이다. 엎치락뒤치락하며 간발의 차로 중년 보트가 젊은 보트를 추월한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급류가 문제다. 손쓸 틈도 없이 보트가 급류에 휘말리더니 빙그르르 돌아간 다.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은 자동차 같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진 중년 보트를 젊은 보트가 추월하려 한다. 급박해진 중년 보트, 반칙을 쓸 수밖에 없다. 젊은 보트를 향해 물 대포를 쏜다. 질수 없다는 듯 반격에 나선 젊은 보트. 피 끓는 젊음과 노련한 중년의 한판 대결이다. 생사를 건 명량대첩이 이와 같을까.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동강에 평화가 찾아온다.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웃고, 즐기는 사이 1시간 30분은 13분보다 짧게 지난다.
참고로 어름치마을에서는 동강 래프팅과 백령동굴 탐사체험을 패키 지로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한다. 패키지는 개별 체험비 4만 원 보다 3만 5천원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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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일명 개구멍이라 불리는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백령동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04. 파이프오르간을 닮은 종류석

짧지만 대명천지를 맛보는 구간

동강은 유난히 곡선이 많은 강이다. 당연히 물줄기가 거세고 사납다.
영월의 한반도 지형, 정선의 병방치와 같은 물돌이 지형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평창에서 유일하게 동강을 접하고 있는 미탄면은 U자로 휘감아 도는 동강과 기암절벽을 조망할 수 있는 칠족령 트레킹구 간이 있다. 이 구간은 문희마을에서 전망대까지 1.8km 거리로 약 40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칠족령’이란 이름은 고개 건너편 정선 제장마을에서 옻칠을 하던 집의 개가 이 고개를 넘나들며 발자국을 찍었다 해서 ‘옻 칠(漆)’에 ‘발 족(足)’을 붙여 부르게 되었다.
칠족령 트레킹은 백룡동굴 매표소 옆길을 따라 출발한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짙은 녹음의 활엽수가 여름을 노래하고, 그 아래엔 작년에 떨어진 낙엽이 푹신한 양탄자처럼 깔렸다. 등산로는 마주 오는 사람과 비켜서서 지나가야 할 정도로 좁다. 그래서 혼자 걷는 묘미가 있다. 숲이 깊어 하늘도 가리고 주변 산도 가린다. 1km 정도를 걸어가자 평창과 영월의 경계로 삼았던 성터가 나온다. 지금 남은 것은 돌탑이 고작이다. 15분 정도 더 오르자 불규칙하게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가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채 위용을 자랑한다. 그 뒤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서는 순간 막혔던 숨이 탁 트이는 것처럼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금까지 길을 걷는 동안 숲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았 는데…, 드디어 모든 것이 탁 트이면서 환해진 것이다. 그야말로 ‘대명 천지(大明天地)’다. 구불구불 뱀처럼 휘어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 ‘사행 천’의 진면목이 눈앞에 펼쳐진다. 높은 산자락을 휘감고 흐르는 역동 적인 동강의 모습과 암벽지대에 위태롭게 채색된 녹음의 화려함이라 니. 감히 최고라 할만하다. 예리한 칼에 절단된 듯 위태롭게 서 있는 절벽은 ‘뼝대’라 부르는데 높이가 100m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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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낙엽수가 유난히 많은 칠족령 트레킹 코스
    06. 고무보트가 급류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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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백룡동굴은 배를 이용해 입구까지 가야 한다.
    08.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칠족령전망대

지역 별미
평창은 우리나라 최초로 송어양식에 성공한 곳이다. 고운 속살을 자랑하는 송어회를 시작으로 매운탕으로 마무 리하면 좋다. 자녀에게는 송어 탕수육, 송어 튀김도 괜찮다. 어름치마을과 기화마을에 송어회 전문점이 많다. ‘송 어의 집(033-332-0506)’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송어 양식을 시작한 곳이다. 직접 기른 송어를 바로 손질해 싱싱하고 윤기 있는 송어회를 맛볼 수 있다.
함께 돌아보면
좋은 곳
어름치마을 스카이라인은 마을 야산 중턱에 위치한 점프대에서 250m를 날아 마하천 건너편에 착륙한다. 점프 대에 서면 꽤 높은 곳이라 무섭기 마련인데 눈앞에 들어오는 풍경에 먼저 정신을 빼앗긴다. 하지만 카라비너(등 반용 D 모양의 링)를 채움과 동시에 오금이 저리고 어깨가 굳는다. ‘하강’이라는 구호와 함께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찌릿함, 아찔함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달된다. 이어서 약 15초 정도 허공에 매달려 하늘을 날다 보면 더위는 물론이고 일상의 스트레스까지 날아간다. 어름치마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도전해보라. 외줄에 매달려 11m 공중에서 떨어지는 스카이점프도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한다.
문의
어름치마을 033-332-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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