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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봄을 만나다
완도에 찾아 든 봄

몇 해 전부터 현대인들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잠에서 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게 있다.
‘오늘의 날씨’ 그중에서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황사를 챙기는 일이다.
뿌연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까지 답답해오는 요즘, 그럼에도 봄의 전령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모처럼 맑은 날, 미뤄두었던 일들이 산더미라 해도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 봄나들이다.

글·사진. 임수아(여행작가)

바다가 통째로 먹는 향긋한 맛
한반도의 땅 끝에 맞닿은 전라남도 완도. 김과 미역 등 해조류가 풍성한 이곳은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봉긋봉긋 솟아난 군도로 이루어져 있다. 산에 나무가 많으면 큰 숲을 이루듯 바다의 수많은 섬들은 완도의 지형을 자연스럽게 리아스식 해안으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완도에서 생산 되는 전복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81%를, 다시마, 미역, 매생이 등 해조류의 생산량은 60%가량을 차지한다. 이쯤이면 완도에서 꼭 챙겨 먹어야 할 게 해조류라는 결론이 나온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완도까지 가장 빠른 교통편은 서울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광주공항을 거쳐 버스로 환승한 다음 해남까지 2시간 20분 정도를 더 달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KTX가 있다. 서울에서 광주나 목포에 도착한 뒤 버스를 타고 해남에 입성하는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5시간은 걸린다. 쉽게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새벽 밥을 챙겨 먹고 출발하면 점심시간에 이르러서야 닿으니 배가 출출한 것은 인지상정.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미 정답은 해조류가 아니던가.
완도를 대표하는 별미, 전복 해조류 비빔밥에는 전복 한 마리에 밥 한 공기가 그대로 투하된다. 여기에 싱싱한 채다시마, 건세모가사리, 염장꼬시 래기, 생톳, 김, 콩나물, 당근, 오이 등이 앙상블을 이룬다. 고소하면서 새콤한 향을 담당하는 참기름과 울금 식초도 빠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입맛에 따라 톳고추장이나 톳강 된장 양념을 넣어 슥슥, 재료가 다치지 않게 살살 비벼 맛을 본다. 각종 해조류가 입안에서 뒤섞인다. 입안에서 한바탕 야단법석이 난 것이다.
바다를 통째로 먹는 맛. 맛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전복, 씹을수록 깊은 바다향이 배어 나오는 각종 해조류들…, 산나물에서 맛볼 수 없는 날것의 향연이라고 할까. 그 맛이 비빔밥 한 그릇에 오롯이 담겼다. 진정 바다의 맛이다.

형형색색의 청산도 풍경

바다로 연결된 청산도 슬로길


완도, 여기는 가봐야 해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A, B 두 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태봉대교에서 출발해 승일교에 이르는 약 5㎞구간이고, B코스는 승일교~고석정~ 순담계곡(부교길)까지 걷는 약 2㎞ 구간이다. 두 코스를 모두 걷는다면 6~7㎞에 3시간 남짓 5시간 이상을 달려온 터라 몸이 지칠 법도 하건만 바다의 건강한 밥상이 지친 몸을 다시 일깨워준다. 원기를 보충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완도 여행에 나설 차례. 먼저 찾은 곳은 완도 전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완도타워다. 야외에 조성된 바다정원, 꽃비정원, 미소정원 등에는 봄꽃 으로 한껏 멋을 부려 놓았다. 전망대 1층에는 특산품 전시장, 포토존, 영상시설 등이 있고, 2층에는 완도를 빛낸 인물들과 해산물을 응용한 이미지 벤치로 꾸며져 있다. 타워에서 볼만한 곳은 역시나 전망대다. 인간의 손길로는 절대 빚을 수 없는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섬들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떠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영암의 월출산과 제주도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완도타워는 주경도 괜찮지만 야경이 특히 볼만하다. 타워 외부에 설치해 놓은 경관조명이 시시각각 색을 달리 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게다가 매일 밤마다 환상적인 레이저 쇼까지 펼쳐진다. 완도의 밤바다는 완도타워가 책임진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완도수목원은 봄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전남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인 이곳이 세계 최고·최대 규모의 상록활엽수 집단 자생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난대림 문화와 전통 창호 문양을 한눈에 볼수 있는 산림박물관과 남부 지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열대 온실이 볼만하다. 수목원은 코스에 따라 1코스(1시간 소요), 2코스(1시간 30분 소요), 3코스(2시간)로 나뉘는데 봄날에 권할만한 코스는 2코스다. 산림 전시관을 출발해 사계정원~수변데크~난대림탐방로~산림박물관~아열 대온실~중앙관찰로~방향식물원~계곡쉼터~육림교 순으로 이어진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수변데크만 걸어도 한결 산뜻한 기분이 들것이다. 수변을 따라 철쭉꽃이 붉게 물들었다면 더욱 그러하리라.
완도를 빛낸 인물 가운데 해상무역의 왕으로 칭송받는 이가 있다. 해상왕 장보고(?~846)가 그 주인공이다. 신라의 무장이었던 그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한 장본인 이다. 완도에는 장보고 관련 여행지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장보고기념관을 먼저 돌아보고 장보고 공원을 산책한 뒤, 청해진 유적지를 찾으면 좋다. 청해진 유적지가 있는 장도는 원래 간조 시에만 출입이 가능한 섬이었으나 최근 다리를 설치하여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해졌다. 현지인 들은 장도를 장군섬이라 부른다. 그만큼 무역왕 장보고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 전복을 엎어놓은 듯 둥글넓적하게 생긴 장도에서는 여러 유물 들이 출토됐다. 당시 청해진을 지키기 위해 섬 둘레에 박아 놓았던 목책 1,000여 개가 남아 있으며 청해진성, 기와와 토기, 사당, 법화사지터 등이 있다. 이러한 유물들은 장보고기념관에 전시 중이다.


완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완도타워

완도타워에서 내려다본 완도의 야경


유채꽃 흐드러진 섬을 거닐다
완도는 당일치기 여행보다 1박2일 이상이 적합하다. 첫날 완도의 명소를 찾아봤다면 다음 날에는 265개 군도 가운데 섬 한곳을 꼭 들러볼 일이다. 요즘 같은 봄날에는 청산도가 제격이다. 완도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50분가량을 달리면 닿는 섬이다.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지정될 만큼 자연경관이 특출하게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구들장논, 돌담장, 해녀 등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섬 고유의 정서가 흠뻑 묻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슬로시티 본부가 2007년 12월에 청산도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한 까닭도 그 때문이다. 청산도의 진면 목은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통해 오롯이 드러났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구불구불한 돌담 사이엔 유채꽃과 청보리, 코스모스가 시기를 달리해가며 색감을 덧칠하고 있다. 요즘은 푸른 청보리와 노란 유채 꽃이 한창이다.
청산도에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쉽다면 청산도 슬로길이라 불리는 길을 천천히 걷어보길 권한다. 이 길은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과 마을을 오가며 걷던 길로써 섬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다. 게다가 청산도가 선사 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 마음껏 즐겨도 좋다.
청산도 슬로길은 모두 11개 코스에 총 길이 42.195km에 이른다. 그중 봄날의 서정을 가장 느리게 선보이는 길은 1코스가 으뜸이다. 도청항방문 자센터에서부터 도락노송길을 지나 화랑포갯돌밭입구를 거쳐 연애바위 입구까지 이어지는 6.8km 구간이다. 전체적으로 걷기에 매우 수월하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고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닷바람에 한없이 춤추듯 흔들리는 유채꽃과 청보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노란색과 푸른색의 절묘한 조화는 마치 봄 마실 나온 어린 아이의 색동저고리를 보는 듯하다. 1코스의 백미는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날의 왈츠’의 촬영 배경이 되었던 그림 같은 풍경에 있다. 그리고 미항길을 지나 느림의 종을 울려보고 60여 점의 청산도 사진이 전시돼 있는 도락리 갤러리 길을 걷는 것이다. 청산도 특유의 풍광이 궁금하다면 6코스와 7코스를 찾아보자. 우선 6코 스는 청계리 중촌들샘에서 상서 돌담마을까지 구간으로 약 5.2km의 거리고 소요시간은 약 1시간 20분 정도다. 청산도는 논밭에 돌이 많아 농사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섬지역의 특성상 천수답이 대부분이다. 우리 선조들은 환경에 굴하지 않았다. 구들장논이라는 특별한 농사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 방법은 척박한 지형인 비탈을 개간해 온돌 방식으로 축조한 뒤 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통수로를 만든 것으로 국내 유일의 계단식논 농업시스템이다. 구들장논은 국가 농업유산 제1호 및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전 세계의 전통적 농업 시스템과 경관, 생물 다양성, 토지이용체계를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7코스는 마을 전체가 돌담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상서 돌담마을 에서 신흥리 풀등해변까지 약 6.21km 정도 거리이며 약 1시간 20 정도 소요된다. 돌담길에서는 소박한 농가의 모습과 돌담을 쌓아 지은 외양간 에서 여물을 먹고 있는 순진한 소들과 눈이 마주칠 수도 있다.
완도에서 꼭 가볼 곳이 한 곳 더 있다. 고산 윤선도 원림이 있는 보길도 다. 고산 선생이 병자호란을 피해 제주도로 향하던 중 보길도에 머물렀 었다. 그때 섬의 절경에 매료되어 어부사시사 등 주옥같은 한시를 남겼 다. 조선시대를 대표할만한 정원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사계절 가운데 연꽃과 백일홍이 자태를 뽐내는 여름이 제격이다. 완도에서 봄을 맞았건 만, 아서라! 완도에 다시 오려면 여름을 기다려야겠구나.

색감 고운 청산도의 소경

고샅길을 너머에 드라마 ‘봄날의 왈츠’ 세트장이 있다

청산도의 전통적인 묘지형태인 초분


교통정보
▷완도에서 청산도 방면 여객 운행은 주중에는 오전 7시 첫배를 시작으로 1일 8회 운행, 주말에는 오전 6시 첫배로 15회 운행한다.
단, 4월과 5월 운항시각이 변경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문 의: 청산농협 061-552-9388)
▷청산도 슬로길은 비순환형 길인데다가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 다. 도청항에서 택시 연락처를 받아서 호출하는 편이 좋다.
문의
완도군청 관광안내소 061-550-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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