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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딤의 미학’ 깃든 운하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텔담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아침풍경은 단아하다. 구도심을 가로 질러 운하가 흐르고, 운하 주위로는 자전거 행렬이 물결처럼 오간다. 수로 옆에는 아침 꽃시장과 아담한 카페, 갤러리가 들어선 살가운 모습이다. 렘브란트, 고흐 등 유명 화가의 흔적이 서린도시는 예상 밖 모습들로 그윽함을 더한다.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암스텔담은 고리 모양의 운하들이 구도심을 둘러싼 운하의 도시다.
에이셀 호수의 저지대를 간척해 만든 도시는 17세기풍맞배지붕의 ‘파사드’ 건물들이 운하를 사이에 두고 가지런히 마주보며 서 있다.
그 건물의 1층에 아담한 카페와 치즈가게, 소규모의 갤러리들이 늘어선 그림같은 정경이다.
운하 옆 앙증맞은 카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커피 한잔 기울이는 것은 이곳 시민들이 누려온 오랜 호사중 하나다.
도시는 무분별한 개축으로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지 않았고 따뜻하게 옛 것들을 지켜냈다.
‘캐널 링(canal ring)’으로 불리는 암스텔담의 운하가 개설된 지는 400년을 넘어섰다.
국립박물관이나 반 고흐박물관 등 도시의 주요 건물들은 400주년에 맞춰 오랜 재단장을 마무리 짓고 다시 문을 열었다.
그만큼 암스텔담에서 운하가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는 깊고 크다.


1. 담 광장 뒷골목에서는 다양한 서브컬처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2. 운하 주변에는 자전거가 오가는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3. 오래된 도시의 흔적은 구시가의 담장에도 스며들어 있다.
4. 카페의 외관을 치장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400년 세월 운하와 자전거 풍경

‘아이 바이크 홀랜드’. ‘나는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이채로운 문구를 이곳 암스텔담 곳곳에서 살필 수 있다.

암스텔담에서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오전 일찍 문을 나설 일이다.
미술관이 들어선 뮤지엄 광장이나 운하와 출퇴근족들이 만나는 레이체광장 주변으로 산책을 나서면 이곳이 자전거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길을 걷는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를 찬찬히 헤아려봐도 언뜻 수가 비슷하다.
자전거 이용자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 미니스커트에 예술 빵모자를 쓴 여인, 백발의 노파.... 출근시간이 지날무렵에는 유모차를 자전거 앞뒤에 연결한 여인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노랑, 파랑, 하늘, 분홍 등 자전거의 색깔도 제각각이고 곳곳에는 자전거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운하 옆 난간이나 다리 위 역시 온통 자전거 거치대로 채워진다.
‘아이 바이크 홀랜드 I bike holland ’. ‘나는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이채로운 문구를 이곳 암스텔담 곳곳에서 살필 수 있다.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 된 일상은 운하와 다리, 옛 건축물들을 고스란히 지켜내면서도 거리의 소통을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도시는 지독한 매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에코 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여행자들 역시 풍경만큼 느리게 도시를 만난다. 암스텔담 중앙역은 도시의 관문이자 시선을 멈추게 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1889년 완성된 역사는 르네상스 양식에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다. 인공섬 위에 8,000여 개의 말뚝을 박아 육중한 열차들이 머무는 정거장을 만들어냈다.



미술관과 카페, 서브컬처의 골목

암스텔담에서 소소한 일상들은 모두 캔버스속 작품처럼 다가선다.

도시의 랜드마크인 담 광장 인근은 늘 인파로 북적인다. 광장주변으로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왕궁은 원래 시청사로 쓰이다가 프랑스 점령기때 나폴레옹 동생의 왕궁이었던 것을 네덜란드 왕실에서 이어받은 질곡의 사연을 지녔다. 왕궁 옆으로는 국왕의 대관식이 행해지는 신교회와 백화점 호텔들이 나란히 연결된다.
담 광장은 1960~70년대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히피들이 머무는 장소이기도 했다.
암스텔담은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도시다. 작은 도시 안에는 미술관과 박물관만 60여 개에 달한다. 렘브란트, 고흐, 베르메르의 그윽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리화나와 홍등가 등 서브컬처까지 도시는 품어내고 있다. 예술에 심취한 여행자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은 뮤지엄 광장이다. 국립박물관, 반 고흐 박물관, 시립 근대 미술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시민들의 자랑거리인 국립 박물관 Rijks 의 전시공간만 70여곳. 이곳에서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이 간직돼 있다. 반 고흐 박물관에는 ‘해바라기’ ‘노란 집’ 등 수백여점 대표작이 전시중이다.
암스텔담에서 소소한 일상들은 모두 캔버스속 작품처럼 다가선다.
거리의 카페는 암스텔담을 상징하는 또 다른 문화로 정착했다. 단골 카페를 몇 개 정해 놓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카페를 방문하는 것은 암스텔담 주민들에게 삶의 휴식이자 즐거움이다. 카페의 테라스는 운하를 향해 열려 있다. 간판 커다란 커피 체인점이 아닌, 독특한 개성을 지닌 아담한 카페와 그 카페에 몸을 기댄 사람들은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된다.

홍등가와 어우러진 17세기 가옥들

싱겔 꽃시장은 구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 잡아 도시를 더욱 싱그럽게 단장한다.

암스텔담의 실루엣을 완성하는 것은 운하와 어우러진 도심 꽃시장이다.
싱겔 꽃시장은 구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 잡아 도시를 더욱 싱그럽게 단장한다. 꽃시장 옆으로는 5개의 반원형 운하중 가장 첫 번째인 싱겔 운하가 흐른다. 다소 이채로운 홍등가나 차이나타운 역시 운하 옆에 자리잡았다. 암스텔담의 운하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마헤레 다리처럼 배가 오갈수 있는 개폐형 다리를 만나는 것도 암스텔담이 지닌 색다른 모습이다. 예전 암스텔담 사람들은 보트 안에 가옥을 만들어놓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기도 했다. 운하 옆으로는 실제 하우스보트 뿐 아니라 하우스보트를 테마로 한 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유대인 박해의 실상을 담은 ‘안네 프랑코의 집’도 프린센 운하 옆에 자리잡았다.
유람선들은 도심 곳곳을 가르며 평화로운 정경을 만들어낸다. 운하 따라 늘어선 16, 17세기 가옥들은 네덜란드가 가장 번영한 시절에 부를 얻은 시민계급들이 세운 공간이다. 집 정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유한 부를 상징하는 ‘코니스’라 불리는 계단, 종모양의 장식을 엿볼 수 있다.
암스텔담에서는 요일과 무관하게 노천시장, 벼룩시장이 곳곳에 들어선다. 골목길 카페와 커피숍이 구분돼 있는데 어두침침한 외관에 ‘커피숍’이라고 쓰여있는 곳은 커피 외에도 마리화나 등을 판매하는 곳이니 유념해야 한다. 레이체 광장, 렘브란트 광장 등은 자정 너머 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나이트라이프 스폿이기도 하다.

1. 운하옆에 들어서 도시를 싱그럽게 단장하는 싱겔꽃시장
2. ‘캐널 링’으로 불리는 운하는 소통 뿐 아니라 휴식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3. 17세기 ‘파사드’ 가옥과 교회당이 늘어선 골목길
4. 프레데릭스 광장의 벼룩시장에는 예술적 감각이 깃들어 있다.


TIP.

교통 & 문화
건물을 지을 때는 자전거길 확보

암스텔담의 구도심을 가르는 것들은 속도가 더디다. 자전거, 유람선, 트램들이 여유롭게 오간다.
출근길 운하 옆이나 골목길 중에는 아예 차량운행을 통제하고 자전거만 오갈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건물을 새롭게 지을 때도 자전거길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이 도시에서는 주요 관건이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노란색 자전거를 비치하고 외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한다.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호텔에 투숙하더라고 별도의 주차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대신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깐깐한 규칙은 주어진다. 자전거 도로에도 엄연한 일방통행길이 존재해 운하를 기준으로 는 우측으로 달리는 게 정석이다. 또 자전거 신호등이 별도로 있어 보행신호와는 구분해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암스텔담의 구도심 중앙은 전기로 다니는 트램들의 세상이다. 버스는 운하의 외곽지역을 연결할 뿐 구도심 안으로의 진입은 통제된다. 트램들은 운하만큼이나 더디게 흐르며 담 광장 등 도시의 명물들을 연결한다. “띠링 띠링” 경적을 울리며 1, 2차선 도로를 양보하며 가다 서다 반복하는 트램들은 암스텔담을 더욱 운치 있게 채색한다.
버스가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간은 트램의 운행 종료 후인 심야시간대다. 버스들이 도심 외곽을 달릴때는 중앙차로가 아닌 도로 한쪽으로 전용차선 2개가 나란히 있는 것도 이채로운 모습이다.
4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운하 위로는 여전히 뱃길이 이어져 도시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블루, 레드, 그린 라인으로 구분되는 보트들은 도심 곳곳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구도심 안에서는 트램 외에 버스 등의 대중교통의 운행이 제한돼 물길은 암스텔담을 오가는 훌륭한 소통로다. 운하위로는 노란색 수상택시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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