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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의식 없는 도로 위
질서를 소망하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이순재는 올 한해 스크린과 브라운관, 연극 무대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지난 10월에는 대중문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어디에서나 든든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는 때론 사회를 향한 직설적인 메시지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주고 있다.
연기 62년차, 쓴 소리 아끼지 않는 연예계의 어른, 이순재에게 교통안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글. 권유진 사진. 김오늘




국가의 품격을 드러내는 교통질서의식
11월의 어느 날, 성남의 가천대학교에서 배우 이순재를 만났다. 2012년부터 이곳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연극 한 작품을 가르친 뒤 무대에 올린다.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기본을 배우지 못한 채 현장에 나오는 젊은 후배들이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었다. “연기를 하려면 그 전에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그 시대에 그런 작품을 만들고, 대사를 썼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할 수 없거든.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이 화술이지요. 후시녹음 시절에는 성우들이 녹음을 해주니 화술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화술이 탄탄하지 않으면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그 기본이 되는 게 연극무대이고요.
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표준어를 구사하라고 가르쳐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제대로 보존하는 것도 우리 연기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은 교통안전법규를 지키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 덕목, 약속이 지켜지는 올바른 사회임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교통안전법규라는 것이다.
“유치원에 가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줄서기예요. 화장실을 갈 때도 내 순서를 기다리고, 버스를 탈 때도 줄 선 순서대로 타지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질서를 가르치는 이유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교통질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올바른 생각을 가졌는지는 교통질서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의식과 제도로 바로서는 교통법규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국을 다녀온 그는 해외 국민들의 교통질서 준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교통혼잡을 가중시키는 얌체운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일단 진입하고 보자는 식의 이른바 ‘꼬리물기’ 등 조금 먼저 가겠다는 생각에 교통질서는 뒷전인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수준이나 발전상황으로는 선진국인데 도로에 나가보면 다른 나라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요. 유럽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차도 위에 차가 한 대도 없고, 사람 하나 없는 캄캄한 밤에도 사람들이 신호를 반드시 지킨다는 점이에요.
차도 사람도 파란불이 될 때까지 미동도없이 그 자리에 서 있어요. 그 광경을 보니 대낮에도 눈치보다 슬쩍 신호를 위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모습과 비교가 되더라고. 이런 사소한 교통질서를 준수하는가 하지않는가의 차이가 국가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는 교통질서를 위반하는 것을 ‘특권의식’ 이라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국회의원의 음주운전, 갈수록 증가하는 고급 외제차의 교통위반 사례도 이 같은 특권의식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불편하면 다른 사람도 불편한 건데 외제차를 탄다는 특권, 나는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다보니 사고가 나는 거지요. 잊을만하면 터지는 기업들의 갑질 논란도 마찬가지에요. 모두가 질서를 지키려는 의식, 그리고 그 의식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4차 산업 시대로 진입하면서 자율주행차처럼 사람의 손이 없어도 되는 도로 위 기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같은 문명의 이기를 보다 선진적인 의식속에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고령 운전자 문제,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
올해 84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매니저가 없을 때 직접 운전해 이동한다. 고령운전자 사고가 증가하면서 운전면허에 나이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행동이나 반응하는 시간이 느려질 수밖에 없어요. 그걸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보니 운전 실력을 과신하는 사람들은 사고가 생기는 거지. 그렇다고 무조건 노인들의 운전을 금지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고령 운전자들도 있고, 심각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거든.”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고령화사회가 돼버린 선진국에서는 고령자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지기능에 따라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안전수칙을 규정하기도 한다.
“교통사고는 나 혼자 다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빼앗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 문제처럼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인틀을 만들어 나가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많아 운전에 지장이 있다는 걸 알수 있는 시스템, 가이드라인이 보다 확대 되고 대중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장르를 넘나들며 바쁘게 대중을 찾은 배우 이순재는 다가오는 2019년에도 꾸준한 연기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살아보니 조그만 손해는 감수하고, 모자란듯 사는 게 좋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도로 위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규칙을 준수할 수 있는 방법을 엿볼 수 있었다.
“기본이 되는 교통질서를 지키는 나라, 그렇게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사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신호등 독자 여러분들도 그런 발걸음을 내딛는 데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다사다난 했지만, 힘들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시고 2019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도 더 안전한 나라,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를 만들도록 미약하게나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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