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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이 있는 섬
슬로시티 청산도의 푸른 매력 속으로

전라남도 완도에 딸린 청산도는 이름처럼 푸른 섬이다. 사시사철 남녘의 푸른 기운이 섬을 휘감아 돈다.
1993년 영화 ‘서편제’의 촬영 장소로 이름을 알린 후, 2011년 국제공인 슬로시티 1호가 되었다.
느림의 미학을 좇아 청산도를 찾는 이들은 ‘슬로길’을 걸으며 삶을 재충전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푸른 산야를 만끽하러 청산도로 향한다.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 저자)

세계 슬로길 1호 청산도 가는 길

전라남도 완도군에 딸린 청산도는 한반도 남녘 바다에 있다. 청산도로 향하는 길은 만만치 않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쉬지 않고 5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KTX를 이용해도 광주까지 가서 다시
완도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완도에서 청산도 가는 배로 50분 정도를 달려야 비로소 청산도에 닿는다. 녹록지 않은 여정이다. 그래서일까. 여행의 설렘과 더불어 먼 곳까지
떠나왔다는 뿌듯한 만족감에 일정이 사뭇 기대된다.
청산도는 여느 슬로시티처럼 걷기 여행이 제격이다. 슬로시티(Slowcity)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의 정신을 삶으로 확대한 개념으로,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려는 국제운동이다. 1999년 국제슬로시티
운동이 출범한 이래 현재(2019년 5월 기준)까지 30개국 252개 도시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에도 15개의 슬로시티가 있다. 그 가운데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이다. 특히 청산도 전역에 실핏줄처럼 이어진 길들을 연결해 청산도 슬로길을 조성했는데, 이 길이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공식 인증한 세계 슬로길 1호로 지정되었다. 슬로길은 총 11코스 17개의 길로 섬을
한 바퀴 돌아 걷는다. 해안선의 길이는 42km에 달해 마라톤 풀코스에 버금간다. 마라토너가 아닌 이상 섬 전체를 한번에 둘러보기는 힘들다. 개인의 체력과 일정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청산도 여행의 시작과 끝, 도청항

오랜 여정 끝에 만난 청산도의 첫 관문은 도청항이다. 도청항에 내려서면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느림의 종과 슬로시티 포토존이다. 배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포토존에서 저마다
사진을 남긴다. 도청항 주변에 청산도의 모든 상권이 집중되어 있고 면사무소, 은행, 우체국, 파출소 등 중요한 관공서가 밀집해 있다. 청산도 여행의 시작과 끝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본격적으로 길을 나서기에 앞서 이곳에서 필요 물품을 구매하거나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청항은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도 그만이다. 슬로길 마지막 코스인 11코스 미로길은 도청항에서 출발해 2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마을의 역사와 소소한 일상을 만날 수 있는 길이어서 정감이
간다. 여행이 끝나고 배 시간을 기다리면서 다녀오기 좋다. 청산중학교에서 시작해서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로길은 한때 황금어장이었던 청산도의 옛 영화를 간직하고 있다.
추억이 묻어나는 청산도의 옛 사진 갤러리에서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안통길에는 과거 1930년대부터 1970년 후반까지 번성했던 청산도 파시의 옛 생활문화가 남아 있다. 청산도 근해에서는 매년 6월과 7월에 고등어와 삼치가 대풍어를 이뤄 파시가 들어섰다. 파시는 사라졌지만, 고등어와 삼치를 모티브로 한 벽화와 조형물들이 가득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파시(波市)란 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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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청산도 도청항의 소소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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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청산도는 황금어장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어획량이 많다. 사진은 굴양식장

청산도 간판스타 서편제길

청산도의 슬로길 11코스 길 중 가장 유명한 길은 어디일까. 십중팔구 1코스 서편제 길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미디어의 역할이 크겠지만 서편제 길은 청산도의 간판스타라 해도 손색이 없다. 도락리 입구에서 나지막한 언덕을 조금만 올라가면 전통 주막이 나온다. 연이어 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했던 서편제길이 등장한다. 쾌청한 하늘이 반긴다면 이곳에서 감탄사와 함께 사진을 찍기 마련이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한 서편제 길은 봄 시즌에 가장 포토제닉하다. 노란 유채밭과 푸른 청보리밭 위로 하얀 세트장 건물이 동화의 한 장면같이 그려진다. 뒤돌아서면 노란색
저고리 닮은 유채밭과 푸른색 치마 같은 청보리밭이 짙푸른 바다를 등지고 펼쳐진다. 그 색감들을 한땀 한땀 이어주듯 정감 어린 돌담이 띠를 두른다.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도
정취를 한껏 돋운다. 지금 화려한 꽃밭은 사라졌지만, 비취색 바다와 마늘 모종이 파릇하게 돋아나 여전히 푸르다.
청산도에서는 빠름보다 느림이 우선이다. 눈을 감고 느림의 감각을 체득한다. 하늘과 바다, 바람을 음미한다. 비릿한 바다 내음에 실려 오는 청산도의 신선한 공기로 온몸의 감각세포가 하나둘씩
행복하게 깨어난다. 걷거나 둘러보지 않아도 이미 청산도는 마음에 와서 콕 박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시 멈춰 청산도의 매력에 흠뻑 취한다.

바다를 품는 압도적인 전망, 범바위길

청산도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5코스 범바위로 향한다.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이르는 길은 경사진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이마에 살짝 땀방울이 맺힐 무렵 곧이어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범바위에 올라서면 청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병풍처럼 두른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보적산은 청산도 등산코스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범바위는 호랑이의 대가리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범바위에 얽힌 전설도 재미있다. 한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큰 소리로 포효했다. 그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더 크게 울리자, 자신보다 더 큰 호랑이가 살고 있을 거란
생각에 겁이 나서 섬 밖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범바위 지역은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근 상섬 일대는 범바위의 자성이 강해 나침판이 작동하지 않아 선박이 항해를 꺼린다고 한다.
클릭 한 번으로 순식간에 편지가 전달되는 시대에 손편지를 기다리는 간절함은 없어진 지 오래다. 범바위길에는 인스턴트 편지를 간절한 기다림으로 바꾸는 느림보 우체통이 있다. 1년 후에 배달
되는 느림보 우체통은 느린 섬 청산도와 똑 닮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한 발자국씩 꾹꾹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처럼, 간절한 기다림의 편지는 긴 여운이 남는다. 멀리 청산도까지 왔다면 이곳에서 꼭 한번 손편지를 보내보자.
슬로길 5코스 전체 거리는 5.54Km이며 1시간 20분가량 소요된다. 범바위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올 수 있어 어린아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여행객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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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범바위에 있는 느림보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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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호랑이의 위엄이 느껴지는 범바위

구들장 논과 상서리 돌담길에 감춰진 지혜

청산도에는 아주 특이한 논이 있다. 모르면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는, 아는 사람만 아는 ‘구들장 논’이다. 청산도는 논밭에 돌이 많아 농사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섬 지역의 특성상 천수답이 대부분이다. 우리 선조들은 환경에 굴하지 않았다. 구들장 논이라는 특별한 농사기법을 개발한 것이다. 물 빠짐이 좋게 바닥에 물구멍을 내고 그 위에 구들장을 올린 다음 자갈을 쌓고 다시 흙을 덮어
논으로 만들었다. 자투리땅도 놀리지 않고자 섬사람들은 이렇듯 지혜를 발휘했다. 육지보다 농토가 적고 물이 쉽게 빠지는 지형적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농사법이다.
신흥리 해수욕장을 지나 6코스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구들장 논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다.
청산도를 걷다 보면 유독 돌담이 많다. 돌담 사이로 정겹게 난 길을 사뿐사뿐 걷는다. 농사짓는 틈틈이 누가 저렇게 가지런히 돌담을 쌓았을까. 논밭을 경작하면서 골라낸 돌들을 가장자리에 모아
지금의 돌담이 생겼다고 한다. 돌담의 정체는 여유로움이 아니라 억척스러움이었던 거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경작해보고자 청산도 사람들은 억척스럽게 돌담을 쌓았다. 7코스 상서리와 동촌리를 지나는 길은 마을 전체가 마치 미로 담을 쌓아 놓은 듯 돌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상서리 돌담은 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될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7코스는 상서 돌담마을에서
신흥리 풀등 해변까지 약 6.21km 정도 거리이며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청산도에서 즐기는 레포츠, 자전거와 낚시

청산도에서는 도보여행 외에도 자전거 라이딩과 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이 많다. 해안 도로 42km에 달하는 청산도를 자전거로 완주하기에 길진 않다. 단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 많아서 초보자들에게 쉬운 코스는 아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오르막길을 이겨내고 상쾌하게 내리막길로 질주하는 맛은 특별하다. 청산도에 자전거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량 통행이 적어 다닐 만하다. 속도감 있게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동하는 것도 자전거 라이딩의 묘미이다. 마을마다 식당 한두 군데는 있어서 마을 주민이 내오는 현지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도 있다.
자전거로 청산도를 돌다 보면 곳곳에서 해수욕장을 만난다. 신흥리해수욕장은 1km가 넘는 은빛 모래밭을 따라 수령 200년 넘는 해송이 800그루 이상 심겨 있다. 방풍림으로 심은 나무가 세월이
흘러 고색창연한 풍경을 연출한다. 낙조 또한 아름다운 곳으로, 해가 질 무렵 해송 사이로 붉게 물드는 다도해 풍경과 마주한다.
한때 고등어 파시로 유명했던 청산도이니만큼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청산도는 섬 전체가 낚시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는 사계절 갯바위 낚시터가
있다. 참돔과 돌돔, 고등어, 학꽁치 등 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다. 특히 감성돔이 지나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전국에서 강태공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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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호젓한 청산도는 자전거 라이딩하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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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일과를 마친 농부가 구들장 논을 지나고 있다.


[ 여행 정보 ]

교통안내 완도에서 청산도 방면으로 가는 여객선은 오전 7시 첫배를 시작으로 1일 6회 운행한다.
문의 청산농협 061-552-9385
청산도를 순환하는 버스는 여객선 시간표에 맞춰 도청리 부둣가에서 출발한 다. 청산여객(농어촌버스) 010-6428-9432(동부 쪽 상서리 마을까지 8회, 도청-권덕 2회 왕복 운행), 청산도 마을버스 010-9981-0078(서부 쪽 진산리 마을까지 5회, 도청-권덕 2회 왕복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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