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안전운전으로
한계와 편견을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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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택시운전사
장애로 직업과 일상이 바뀔 수는 있어도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안전 운행에 힘쓰는 장애인 택시운전사들. 현재 경기도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택시기사는 150명이다. 경기도는 경기도지체장애인
협회 등 유관기관과 손잡고 ‘장애인 택시운전사 양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택시운전사가 된 김동욱 씨는 다른 장애인
택시운전사들과 교류하며 장애인의 운전이 비장애인의 운전보다 위험할 것이라는 편견과 시선에 맞서고 있다.글. 편집실 사진. 조병우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택시운전
상쾌한 출근길, 힘차게 시동을 거는 소리만큼이나 매일 활기가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하루를 대하는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택시에 시동을 거는 김동욱 씨. 손님들을 태우기 전 차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거울을 보면서 단정하게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환한 미소도 지어 보인다.
택시운전을 시작한 지 이제 4년 차에 접어든 그는 5년 전까지만 해도 택시기사를 직업으로 택하게 될 줄 몰랐다. 2015년 퇴근길에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22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통신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들이닥친 불행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1년 반 동안 병원 입원과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병상에서 일어나 아내와 중학생 딸을 위해 직업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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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에 보조기를 찬 채 불편한 몸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일자리를 찾으러 다녔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밤낮으로 고민을 하던 중 경기도가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등과 협력해 ‘택시
운전사 양성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죠. 경기도에 주소를 둔 만 20세 이상이면 장애등급과 상관없이 운전만 할 줄 알면 된다기에 용기를 내 신청했어요.”
그는 차량 운전석 아래에 설치된 페달 대신 손으로 가속과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는 ‘핸드
컨트롤러’가 장착된 차로 교육을 받은 후 운수회사에 취업해 택시운전사가 되었다.
“퇴직 후의 삶을 고민한 적은 있었지만, 택시기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때 용기를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기력했던 일상을 일하는 즐거움으로 채워주었으니까요.” “일반 택시운전사보다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감각과 체력을 키웠어요.”
안전운전과 친절한 웃음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택시 운전대를 잡은 그는 무사고 4년 경력을 자랑한다. 보통 경력이 많지 않은 장애인 택시운전사는 하루 6~8시간만 일을 하지만, 그는 12시간 주야로 교대근무를 하는 일반 택시운전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운행한다. 3년 동안 법인 택시기사로 일을 했을 때도 한 달 27일 만근을 채우고 승객이 부르면 전국 어디로든 달려갔다. 올해 7월 개인택시 운전을 시작했지만, 하루 일정은 큰 차이가 없다.“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평균 17시간을 운행합니다. 지금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편견은 존재해요. 만약 사고가 난다면 장애인 택시운전사를 원망할 수 있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반 택시운전사보다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감각과 체력을 키웠어요.”
택시운전을 할 때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승객의 안전과 생명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는 것과 철저한 건강관리는 필수다. 빨리 가달라는 손님들의 요구가 안전이나 교통법규와 상충할 땐 무조건 안전한 길을 택한다. 사고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방어운전은 습관이 되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짜증 나는 상황도 겪게 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즐겁게
운전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그가 안전운전을 하는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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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기기별 휴대전화 충전기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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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손님들은 잘 몰라요. 요즘은 장애인 택시운전사라는 것을 안 후에도
오히려 격려해주고, 택시를 이용할 때면 연락을 해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손님들의 기분을 살피며 음악을
선곡해 틀어주고 항상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하니까 손님들이 많이 늘었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병원을 가기 어려운 분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몸이 아프거나 연세 많은 손님이 타면 명함을 드리면서 급한 일이 있거나 병원에 갈 때 연락을 해달라고 말씀드려요.”
그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운행하는 택시는 위험하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 내 장애인 택시운전사들과 교류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회가 닿을 때면 장애인 택시운전사들과 함께 탑승 체험도 진행하고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소통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안전운전으로 승객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모범 택시운전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