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골목, 기분 좋은 방황,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 산책은 맛과 향이 깃든 기분 좋은 방황으로 연결된다.
뒷골목에 들어서면 복고풍 가게, 개성 짙은 음식들의 기다림조차 즐겁다.
타이베이의 거리에는 옛것과 새것, 멋과 맛이 소담스럽게 공존한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세계가 주목한 영화 <기생충>의 소재가 된 ‘대왕 카스테라’는 ‘대만 카스테라’가 원조였다.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타이베이의 딤섬 가게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타이베이 관련 책자는 식도락 내용이 주류다. 거리의 가게들은 맛과 색채가 다르고, 비슷한 모양새의 메뉴라도 구역에 따라 간판 식당이 따로 있다.
용캉제’의 맛, 상점 산책
타이베이 나들이의 오랜 명소는 서울의 명동 격인 시먼딩 일대 다. 신도심의 ‘타이베이 101 타워’ 역시 새 랜드마크로 주목받 는다. 영화 <비정성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었던 지우펀이나 온천마을 베이터우는 외곽 투어의 인기 루트다.청춘들은 용캉제를 필수 코스로 꼽는다. 타이베이의 예쁜 골목과 맛집들은 남쪽 용캉제 거리에 모여 있다. 세계 10대 레스토 랑에 이름을 올린 딤섬 식당 ‘딘타이펑’ 본점이 용캉제에 있으 며, 육즙이 배어나는 ‘샤오롱바오’는 필수메뉴로 생강과 곁들여져 독특한 향미를 전한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고기가 통째로 들어가는 ‘뉴러우몐’(우육 면) 역시 용캉우육면을 인정해 준다. 배를 두둑하게 채운 뒤에는 망고빙수나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게 용캉제 투어의 수순 이다. 식당 덧문을 기웃거리며 줄을 서는 모습은 이 일대에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최근 용캉제 체험은 단순한 식도락에 머물지 않는다. 용캉제는 일본강점기 때 푸주팅으로 불렸으며 일본 관원들의 관사가 있던 아담한 골목이었다. 옛 일본식 가옥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골목은 보행자용 거리로 조성돼 산책과 휴식을 선사한다. 전통찻집을 겸한 책방, 영국인 도예가의 야생초 허브빵집, 공정무역 테마의 수공예품점 등 반전의 가게들이 용캉공원 주변을 단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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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용캉제에 남아 있는 옛 일본식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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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용캉제의 망고빙수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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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용캉제의 골목에서 만나는 타에베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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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타이베이 여행의 필수코스인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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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마오쿵의 차와 용캉제의 허브 음식
예술이 녹아든 거리
타이베이의 거리는 진화 중이다. 번화가의 흐름도 서쪽 시먼딩 에서 도심 곳곳으로 이동했다. 고전적 중심가인 시먼딩은 일본 인들이 도쿄 아사쿠사를 모방해 1900년대 초반 세운 거리였고 영화관들이 즐비하던 곳이었다. 거리의 상징 건물인 시먼홍 러우는 옛 영화관에서 기념품을 판매하고 거리공연이 펼쳐지는 관광명소로 변모했다.개성의 바통을 이은 곳은 중산역 일대다. 중산북로로 이어지는 길은 예전 외국인들이 오가던, 미국식 클럽의 아지트였다. 백화 점, 고급 호텔의 거리 뒷골목에는 개성 가득한 카페와 숍들이 취향을 저격한다. 옛 미국 대사관저였던 2층 건물은 필름하우스로 간판을 새롭게 달았다. '비정성시'의 허우샤오셴 감독의 흔적이 서린 필름하우스는 독립영화관 및 노천카페를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화산문화예술특구는 100여 년 세월의 양조장이 문화예술공원 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빛바랜 담장 너머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 갤러리, 야외공연들과 연중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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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모터사이클을 타고 골목을 가르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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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문화예술특구의 소담스런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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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영화관의 흔적이 담긴 시먼딩 거리
도시의 세월을 간직한 공간들
수도 타이베이는 19세기 청나라 때 단수이강 서쪽에 다다오청 항구가 들어서고 미국, 일본 등의 외세를 겪으며 도시의 기틀이 마련됐다. 간직된 세월은 오랜 향과 함께 피어오른다. 타이베이 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자 사찰인 용산사는 주민들이 마음의 성지로 섬기는 곳이다. 도교, 불교. 토착 신앙이 결합된 공간은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향을 손에 쥐고, 운세의 나무토막을 던지고, 인연을 기원한다. 중정기념당은 대만의 초대총통인 장제스를 기리는 역사 공간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국민당 정부가 중국 본토를 떠나며 가져온 유물 60만여 점을 소장 중이다.고궁박물관 인근에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스린야시장이 들어선다. 100년 세월을 간직한 야시장에서는 타이베이의 길거리 음식을 죄다 맛볼 수 있다. 바삭하게 구운 빵 안에 소가 들어간 ‘다빙바오샤오빙’은 시장의 명물이다. 라오허제, 닝사루등 타이베이의 7개 대표 야시장만 둘러봐도 도시의 밤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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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100년된 양조장을 개조한 화산문화예술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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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타이베이의 가장 오래된 사찰 용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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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국 본토 유물이 간직된 국립고궁박물관
온천 동네와 차밭 언덕마을
번잡한 도심을 떠올리면 타이베이 외곽 풍광은 한결 다소곳하 다. 타이베이 북쪽에는 온천마을 베이터우가 있다. 유황 냄새 피어오르는 온천은 나무 전봇대, 돌계단 숲길 등이 어우러져 시간 이동을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타이베이 영화의 전성기 때 베이터우는 단골 촬영지로 ‘타이베이의 할리우드’로 불리기도 했다. 주민들이 쓰던 공중목욕탕은 온천박물관으로 변했지만, 온천 호텔과 천연온천 계곡은 옛 모습으로 남아 있다.타이베이의 남쪽 언덕은 마오쿵은 차밭 세상이다. 마오쿵 구릉 꼭대기까지 대만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오른다. 타이베이 분지와 도심 마천루가 이곳에서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언덕 아래 길목은 찻 가게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대를 이어 운영 하는 유서 깊은 찻집에서는 시간이 차향만큼 더디게 흐른다.
홍등이 매달린 옛 금광 마을 지우펀, 유럽식 건물을 간직한 항구 마을 단수이까지 타이베이의 설렘은 연결된다. 어느 길목을 서성이든 샤브샤브인 훠궈 한 그릇. 대만식 호떡 총좌빙이 입맛을 유혹하는 곳이 타이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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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벽화로 단장된 화산문화예술특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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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초대총통 장제스의 흔적이 담긴 중정기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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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별도의 신호대기 공간에 늘어선 모터사이클
- 모터사이클만의 신호대기 공간.
지하철서 음식 먹으면 벌금 타이베이의 거리에는 추억의 토큰이 남아 있다. 1회용 승차권은 한국의 옛 토큰처럼 푸른색 플라스틱 코인으로 돼 있다, 토큰 안에는 IC칩이 내장돼 있어, 탈 때 코인을 태그하고 내릴 때개찰구 구멍에 넣으면 된다. 요즘은 이지카드라는 플라스틱 카드가 대중화돼 버스, 지하철을 편리하게 탑승, 환승할 수 있다.
타이베이 주민들은 대중교통 외에도 모터사이클을 즐겨 탄다.
도심의 모터사이클 운영체계는 독특하다. 차량들의 신호대기선 앞에는 직사각형인 별도의 공간이 존재한다. 모터사이클만을 위한 대기선인데 이 때문에 모터사이클과 차량이 뒤엉키지 않고 먼저 출발이 가능하다. 온천지대 베이터우에는 모터사이클 택시가 오간다. 길이 좁은 마을에서 시장에 가는 사람들은 모터사이클 택시를 즐겨 애용한다. 모터사이클에는 배기량에 따라 녹색, 흰색, 노란색 등 다른 색상의 번호판이 달려 있다.
버스는 정류장에서 한국의 택시처럼 손을 들어야 정차한다. 도심 신호등은 남은 시간에 따라 걷는 영상이 빠르게 흐르는 흥미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만의 따릉이인 공유자전거 ‘유 바이크’는 교통카드가 있으면 외국인도 빌릴 수 있다. 타이페이의 지하철은 동서남북을 촘촘히 연결한다. 지하철 좌석은 평행한 방향 외에도 정, 역방향이 공존한다. 초행자들이 주의할 점은 지하철 안에서 껌을 씹거나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것. 개찰구 넘어, 무심코 음식을 먹다가 적발되면센 벌금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