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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만나다
다시 쓰는 단양팔경 외전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도다.” 지혜의 왕 솔로몬의 말이다. 여행도 그렇다. 어제까지는 핫스폿이었던 곳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오던 명승지인 단양팔경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른바 ‘단양팔경 외전外傳’이다.

글·사진. 임수아(여행작가)

변하지 않는 단양팔경, 치유와 여유를 전하다
세조의 왕위 찬탈을 도와 부귀영화를 누렸던 세력을 훈구 파라 한다. 사림파는 이들과 달리 세조의 왕위 찬탈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기회가 되면 조정의 요직에 들어가 자신들의 뜻을 펼쳤다. 이 두 파벌의 정쟁을 사화士禍라 한다. 당대 최고 학자로 칭송받던 퇴계 이황(1501~1570) 선생 역시 사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잡지 말아야 한다’는 말처럼 퇴계는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길 원했다. 하지만 당시 임금이었던 명종(1534~1567)은 그를 떠나보낼수 없었다. 퇴계는 조선 성리학의 체계를 구축하고 완성한 학자가 아니던가. 이것이 성균관 대제학을 지냈던 선생이 단양 군수로 부임한 이유다.
단양 군수로 부임할 당시 선생은 인생무상의 깊은 고뇌 속에 빠졌다. 비단 그것은 사화 때문만이 아니었다. 21살에 맞은 아내를 상처하고 이후 둘째 부인마저 세상을 등진 것이다. 게다가 단양 군수로 부임한 이후 둘째 아들마저 세상을 먼저 떠남으로써 상심이 더욱 깊었다. 그럴수록 업무에 매진해 불행과 상심에서 벗어나려 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그 무렵, 퇴계는 단양의 관기 두향을 만난다. 그의 나이 48세, 두향의 나이 18세였다. 두향은 퇴계의 학문과 인품을 흠모하고 있던 터라 그들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연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처자식을 잃은 퇴계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며 철옹 성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높디높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일이 있었다. 두향이 퇴계에게 선물한 매화 화분 때문이었다.
퇴계는 평소 매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단순히 매화를 좋아 해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그 매화에 담긴 내력 때문이었다. 그 매화는 두향의 어머니가 유품으로 남긴 것으로 단순한 꽃을 넘어 혈육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담긴 가족애를 담은 하나의 메시 지였다. 이후 두 사람은 매화를 매개로 가까워지기 시작했 다. 함께한 시간들은 시문과 거문고 선율로 채워졌으며, 그들의 사랑은 은은한 매화 향기처럼 그윽하게 깊어갔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단양의 빼어난 산수를 유람하며 정분을 나누었다. 퇴계는 그때 단양의 경치 좋은 곳을 하나로 묶어 ‘단양팔경’이라 명명했다. 퇴계와 두향의 러브스토리가 정사가 아닌 까닭에 모두 믿을 수는 없다 해도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와 여유만큼은 시대나 역사 앞에서도 변함없는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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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제4경 옥순봉과 첩첩이 이어진 산봉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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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도담삼봉은 단양을 대표하는 포토존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이 현실로

고즈넉한 남한강에 홀연히 솟은 도담삼봉의 풍치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우열을 따질 수 없지만 도담삼봉을 단양팔경의 으뜸으로 꼽는다. 그 뒤를 이어 석문, 사인 암, 옥순봉, 구담봉,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꼬리를 물고 경치를 뽐낸다. 8경 모두 절경이다. 그럼에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 않던가. 단양팔경도 시대에 따라 외전 外傳 이생겼다.
그 으뜸은 해발 600m에 자리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달리면 하늘과 맞닿은 듯한 공터에 이른다. 누군가 이곳의 이름을 묻는다면 ‘하늘공원’이라 불러도 될 만큼 시야가 탁 트였다.
공터 끝자락엔 포토존이 설치돼 있어 가장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단양의 풍경은 거침없고 막힘없다.
모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가도 ‘뛰어! 뛰어! 뛰어!’ 하는 구령에 귀를 쫑긋 세운다. 소리의 진원지에서는 달팽이처럼 등짐을 짊어지고 뜀박질하는 패러글라이더가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외마디 비명 ‘으악!’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날아간 이후 활공장엔 다시 평온이 깃든다.
‘새처럼 나는 기분은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이끌려 패러글라이딩 체험에 도전한다. 안전교육을 받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 앞에 선다. 구경할 때와 비교할 수없는 긴장감에 손에 땀이 마르지 않는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긴장감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교관이 기념사 진을 찍어주는데 한쪽 입꼬리만 애써 끌어올려 사진을 찍는다.
드디어 이륙 준비 끝. 등 뒤에 바짝 달라붙은 교관이 소리 친다. 그 목소리는 칼날보다 예리하고 비수보다 날카로워 귓불을 찢을 듯 후벼 판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하늘 이다. 하늘을 유영하듯 날고 있는 내 모습에 감격 또 감격 한다. 겁에 질려 쫄깃쫄깃하던 심장은 짜릿한 쾌감으로 변한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유쾌하고 바람을 가르는 것은 한없이 상쾌하다는 것을. 내 인생 최초의 비행은 성공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 시간은 보통 15분 안팎이다. 숙련된 교관이 등 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조작해주기 때문에 체험 자는 그냥 믿고 맡기면 된다. 적잖은 비용이라 부담스럽지 만, 평생에 한 번쯤은 체험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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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단양 상공을 활공하는 패러글라이딩

하늘에서 보는 특별한 풍경과 짜릿함

단양팔경 외전 제2경은 만천하 스카이워크다. 단양강 수면에서 80~90m 지점에 25m 높이로 세워진 전망대인데 이곳에서 보는 풍광이 압도적이다. 꽈배기처럼 배배꼬여 하늘로 솟구친 전망대를 향해 한발 한발 오르면 발아래 전망이 조금씩 넓어진다. 전망대 꼭짓점에 이르면 허공을 향해 돌출한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바닥은 천 길 낭떠러 지가 고스란히 보이도록 고강도 삼중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해 놓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늘을 걷는 기분이 다. 발끝에서부터 찌릿하게 전해지는 야릇한 느낌. 싫지만 미워할 수 없고, 두렵지만 외면할 수 없다.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았지만 산 정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장쾌한 풍경 이다. 손에 잡힐 것 같은 단양 읍내와 멀리 소백산까지 또렷하게 조망된다.
만천하 스카이워크 아래에 짚 와이어가 있다. 과거 호주와 뉴질랜드 개척시대에 음식물이나 우편물 등을 전달하려고 설치했던 것이 오늘에 와서는 스릴을 맛보는 익스트림 레포츠로 자리 잡았다. 짚 와이어는 산기슭을 따라 980m 구간을 최고 속도 약 80km로 하강한다. 소요시간은 1분 남짓으로 눈 깜짝할 사이다. 1코스는 만학천봉과 환승장 을, 2코스는 환승장과 주차장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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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단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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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짚달팽이 집을 걸어가든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망대

트레킹 그 이상의 감동

중국의 항산 절벽에 설치된 가교를 뜻하는 ‘잔도’가 단양 에도 있다. 단양강 잔도가 그것인데 단양팔경 외전 중 제3 경이다. 공식 명칭은 ‘수양개역사문화길’이지만 전체 구간 에서 백미인 이곳을 흔히 ‘잔도길’이라 부른다. 단양역에서 출발할 경우 상진대교를 건너 왼편에 잔도길 진입로가 보인다. 단양역에서 1km 남짓한 거리다. 종착지인 수양개선 사유물전시관까지는 4.2km 가량 된다.
본격적인 잔도길은 상진대교와 철교를 지나면서부터다.
강물 위 깎아지른 절벽 20m 정도 위치에 보행 길이 설치 되어 있다. 보기엔 아찔하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눈이 호사를 즐긴다. 잔잔한 수면에 물그 림자를 드리운 잔도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 위로 기암괴석의 물그림자가 춤추듯 일렁인다. 잔도 끝자락에 이르면 만천하 스카이워크로 연결된다. 여기서 1.5km 정도를 더 가면 이끼터널이다. 왕복 2차로 비스듬한 벽면에 초록색 실크벽지를 붙여놓은 것 같은 이끼가 꽤나 볼만하다. 날씨가 습할수록 그 진가가 드러난다. 이끼터널을 지나면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에 이른다.
유물전시관 뒤편엔 빼놓지 말고 챙겨봐야 할 단양팔경 외전 제4경이 있다. 수양개 빛 터널이다. 길이 200m, 폭 5m 규모인데 국내 최초의 빛 터널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방치되던 것을 2017년 4월 빛 터널로 리모델링했다. 해가 질 무렵이라면 야외에 조성된 인공 장미 군락지도 챙겨 보자. 5만 송이에 이르는 인공 장미가 화사한 조명을 밝히며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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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일명 개구멍이라 불리는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백령동굴의 진면목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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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잔도길은 수양개역사문화길의 핵심구간이다.

지역 별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위치한 ‘카페 산’이 단양의 핫플레이스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카페라 불리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카페임에 분명하다. 커피는 물론이고 직접 구워내는 빵까지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유명세를 타는 만큼 주말에는 극심한 교통정체를 감수해야 한다. 정오 부터 오후 4시까지가 가장 심하다. 마늘은 단양의 특산물이다. 마늘을 주재료로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 꽤 있다. 마늘석갈비막국수(043-423-7575)는 마늘로 맛을 낸 돼지갈비와 고추장 갈비를 내놓 는다. 장다리식당(043-423-3960)은 마늘한정식 에서 다양한 마늘요리를 선보인다.
내비게이션 정보
단양패러글라이딩
단양군 가곡면 두산길 196-91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짚 와이어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94

수양개역사문화길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0
문의
단양 관광안내소 043-420-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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