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신호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잘못된 심리

안전을 위한 행운의 신호!

운전대 심리학
글. 임은주(임은주심리상담센터장)

최근 발생한 교통사고의 절반에 가까운 사고가 교차로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교통사고 20만 3,130건 중 교차로 교통사고는 9만 9,545건으로
49%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고율이 높은 교차로 운전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신호에 맞춰 안전 운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황색신호에서 더 속도를 내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런 사람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요?

황색신호와 무의식의 상관관계
‘조건부’의 함정

교차로 신호등은 적색과 녹색 그리고 황색으로 구분됩니다. 적색신호와 녹색신호는 그 뜻이 명확하지만, 황색신호는 정지 또는 신속한 진행이라는 두 가지 뜻을 모두 내포하고 있지요.

황색신호가 켜진 시점에 정지선을 넘지 않았다면 주행하지 말고 정지선 내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이미 정지선을 넘은 시점에 황색신호가 켜진 경우라면 중간에 서지 말고 지나가야 합니다. 황색신호는 말하자면 ‘조건부 정지’인 셈이지요. 이때의 조건은 황색신호가 켜진 시점의 정지선과 운전자의 관계가 됩니다. 조건부라는 말은 매우 유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모호함이 있어서 자의적 해석의 오류에 취약합니다. 기준을 왜곡하고 내 멋대로 판단하는 인지 편향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인간의 감각은 사실 그리 정확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감각을 정확하다고 믿기 쉽지만, 감각이 인식되는 지각은 개인마다 다른 이전 과거의 경험 기억에 영향을 받습니다. 각자의 다른 기억 정보에 의해 다르게 지각되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 다르게 느끼는 이유입니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마음을 3층 구조로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의식 아래에 잠겨 있는 커다란 부위를 무의식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강한 본능과 인식하지 못한 불편한 감정들이 바로 이 무의식에 해당하지요. 무의식은 뇌에서의 처리 속도가 의식을 담당하는 대뇌의 전전두엽 부위에 비해 월등히 빠릅니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해도 무의식에 저장된 자동화 기억에 압도되어 버리기 쉬운 것입니다. 의식의 감각적 영역이 무의식의 경험 기억과 감정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 때문에 의식에서 감각 부분은 최신 뇌과학에서도 완전한 해명이 어려운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과 행동은 실제로 인지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감각과 지각은 무의식 기반의 ‘조건부 의식 영역’인 셈입니다. 의식도 아니고 무의식도 아니랄까요?

갈등의 상황에서 무의식적 억압이 큰 사람은 오히려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형성됩니다.
황색신호에서 속도를 더 내는 심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상 체계가 작동하는 인간의 뇌는 억압으로 피해를 본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보상받고 싶은 것이지요.
황색신호가 주는 통제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인간에게 높은 쾌감을 선사합니다.
딜레마 존에서 나타나는 보상심리
통제 거부의 욕구

1895년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연구>를 통해 자신이 고안한 개념인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적 ‘감정전이’를 설명합니다. 감정전이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마음, 즉 무의식에 새겨진 특정한 감정이나 정서가 다른 대상에 옮겨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다른 사람 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감정전이가 일어납니다.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초월하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자동차는 숨겨진 욕망과 욕구, 감정을 전이하기 쉬운 대상이지요. 숨기고 싶은 열등감이 큰 경우 자동차는 우월감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보다 큰 자동차를 마음대로 제어할 때 느끼는 쾌감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신호등은 이러한 감정적 전이의 대상인 자동차를 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넘쳐나는 도로에서 안전하고 원활한 통행을 위한 통제는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조건부 정지 신호인 황색신호에서는 통제를 거부하려는 욕구가 드러나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 것이지요. 모호한 것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억압된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황색신호가 켜졌을 때 차량이 교차로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간을 ‘딜레마 존’이라고 부르는데요. 가느냐 마느냐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구역입니다. 일종의 갈등인 셈이죠. 갈등의 상황에서 무의식적 억압이 큰 사람은 오히려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형성됩니다. 억압은 그 자체가 원치 않는 억눌린 마음이므로 늘 피해를 보았다는 무의식적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색신호에서 속도를 더 내는 심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상 체계가 작동하는 인간의 뇌는 억압으로 피해를 본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보상받고 싶은 것이지요. 황색신호가 주는 통제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인간에게 높은 쾌감을 선사합니다.

황색신호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고
더 큰 자유를 주는 긍정의 대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전을 위한 심리학 처방
황색신호를 긍정의 신호로 인지하기

이렇듯 황색신호에서 오히려 속도를 내고 싶은 위험한 운전 습관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방어기제를 다루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위협을 느낄 때 인간은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를 작동하고, 억압은 더 큰 분노 등의 이차적인 문제를 낳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황색신호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고 더 큰 자유를 주는 긍정의 대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교차로의 딜레마 존뿐만 아니라 마음의 딜레마 존에서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게 합니다.

뇌간1)의 연수 부분 그물 형성체 안쪽에는 ‘의문핵’ 혹은 ‘애매핵’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운동신경 세포의 그룹이 있습니다. 애매핵은 그 이름처럼 어디에 쓰는 것인지 모호하고 알 수 없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의문핵이 인간의 정서와 감정 그리고 언어에까지 매우 깊숙이 관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관계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황색신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일종의 모호함을 지닌 황색신호가 교차로의 흐름을 부드럽고, 안정되게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운전하게 되면 진정한 강자로서의 통제력과 즐거움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운전 중에 무의식이 반영된다는 뜻이겠지요. 심리학적으로도 맞는 말입니다. 운전이야말로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운전 습관을 고치기는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황색신호 앞에서 어떤 무의식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1)

뇌간(brainstem) : 뇌줄기라고도 부르는 부위로 뇌의 뒷부분에 위치하며 척수로 이어지는 부위.

운전대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