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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통행
현장 도로교통
  • 보행자가
    운전자보다 우선이다

    • 글. 윤형석 도로교통공단 전라북도지부 안전교육부 교수

# 보행자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

번잡한 시내의 어느 보행자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만삭의 임산부가 있었다. 많은 차량들이 그냥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 운전자가 횡단을 하려는 임산부 앞에서 일시정지를 해주었고 그제서야 다른 차들도 일시정지를 했다. 임산부는 배가 불러서 허리에 손을 대고 있었음에도 양보해 준 운전자에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길을 건너갔다.

이 해프닝을 보고 “이상하네. 운전자가 양보해준 건 고맙지만 굳이 임산부가 인사까지 해야하나?”라고 생각하신 독자라면 7월 12일부터 바뀌는 보행자 관련 법규에 대해 아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잘 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7월부터 시행되는 보행자 보호법규

올해 7월부터는 보행자의 입장에서 보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규가 시행된다. 기존에는 횡단보도를 ‘횡단하고 있는 보행자’가 있을 때 일시정지하게 되어있었지만 이제는 ‘횡단하려 할 때’에도 일시정지하고 보행자가 횡단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하면

‘Jaywalking’이라는 영단어가 있다. 무단횡단으로 번역 되는데 영국에서는 이 무단횡단이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횡단보도 유무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길을 건너려는 상황이 포착되면 운전자는 바로 정지해 준다.
앞서 말한 임산부 해프닝의 경우, 보행자 신호기는 없었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횡단하려고 했음에도 많은 운전자들이 멈추지 않았다. 영국처럼 무단횡단이 합법이 되길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보행자의 권리만큼 운전자의 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운전문화의 역사는 운전자의 편이었다. 1981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제정된 이래로 어린이 보호구역과 화물낙하방지조치위반 등의 사고가 운전자 면책에서 제외되는 등의 개정이 있었지만 아직 운전자가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이 되어 있으면 주요 12개 항목위반사고, 사망, 중상해, 뺑소니 등을 제외하고는 형사 처벌이 면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행자는 도로의 ‘전 구간’을 보행할 수 있다

7월부터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이 되면 보행자는 도로의 ‘전’ 구간을 보행할 수 있다. 이전의 보행자 관련 법규에는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도로의 오른쪽으로 보행을 했어야 한다. 또한, 도로가 아닌 곳의 횡단보도에서도 –예를 들어 아파트 내의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가 부과되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가 없어도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가 부과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우회전 후에 만나게 되는 횡단보도에서 사망한 보행자 중에서 44.3%가 횡단보도 내에서, 59.4%가 횡단중에 사망한다. 이 말은 우회전 중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보행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가 많다는 뜻이다.
보행자는 횡단보도 표지가 되어있는 곳에서 도로 표지와 신호를 믿고 보행자 신호에 맞추어 건너지만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균형추를 보행자 쪽에 맞추어야 할 때다. 보행자는 운전자에 비해 사회적 약자이다. 차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보행자보다 우선한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인식만 가지고 있다면 7월부터 바뀌는 법규뿐만 아니라 앞으로 강화될 여러 가지 보행관련 법규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