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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 교통문화 정착,
외국에서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어떻게 운영 중일까?
교통사고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사례는 차대 보행자 사고다. 그중에서도 보행 중에 일어난 사고는 2018년 기준 영국이 25.7%, 미국은 17.5%, 독일은 14%, 프랑스는 14.5%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39.3%로 높은 사고율을 보이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교통문화가 절실한 지금, 다른 나라에서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글. 편집실
NETHERLANDS
보행자 우선도로의 선행 사례
네덜란드 본엘프
보행자 우선도로를 논하면서 네덜란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네덜란드 ‘본엘프’는 1960년대부터 보행자를 우선하는 교통문화를 조성하며 선진국들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본엘프는 과거 농작업이 이루어지고 우마차가 드나들며,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혼용공간이었지만, 현재는 주거지역의 도로를 뜻한다. 본엘프에서는 디자인 수단을 통해 물리적으로 차의 통행은 가능하지만, 이동을 불편하게 해 교통량이 감소되도록 했다. 도로의 포장을 다르게 하거나, 요철이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차량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로써 도로는 안전한 놀이 장소, 시민 생활의 터전이 된다. 사람과 차가 동일 공간을 공유하지만, 우선권은 사람에게 있어 사람들에게 위협되지 않는 속도로 차량이 통행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제약을 만든 것이다.
네덜란드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본엘프 구역에서는 보행자는 통행이나 놀이를 할 때 도로 전체를 이용할 수 있고, 차량은 보행속도(15km/h)를 초과해 달릴 수 없으며 주차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허용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도로의 관리를 위해 ZONE 30, ZONE 50, ZONE 70으로 세분화되었지만 현재 주거지역 대부분은 ZONE 30으로 30km/h 제한구역에 속해 있다.
본엘프 사업 사례는 이후 공유 도로(Shared Space), 홈 존(Home Zone), 속도 30(Temp 30), 커뮤니티 도로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여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국가와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JAPAN
주민참여형 안전 정책
일본 커뮤니티 존
일본은 1970년대부터 생활도로의 안전 확보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커뮤니티 존은 주민참여를 유도해 조성한 일본형 본엘프로, 보행자의 자유로운 통행을 우선하는 주거지역의 보행자·차량 혼용도로 구역을 뜻한다. 1996년 제6차 교통 기본계획의 중점과제로 시행된 커뮤니티 존 조성 사업은 도쿄 미타카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도입되었다. 당시 「도로표식, 구획선 및 도로표지에 관한 지침」이 개정되어 구역의 시작점, 구역 내, 종점을 나타내는 보조표식이 신설됨과 동시에 규제를 실시할 경우에는 도로표식을 설치하여 운전자에게 명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개정에 따라 커뮤니티 존에서의 최고속도를 30km/h로 규제하고, 도로표식을 설치해 운전자들에게 명시하기 시작했다.
지정지역 내부 통과 교통량 억제, 차량의 주행속도 감소, 보행자 및 교통약자의 안전성 확보, 불법주차 억제를 목표로 설계된 커뮤니티 존은 계획과정부터 지역주민의 의견과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역협의회를 구성하고, 주민참여를 유도한 것이 큰 특징이다. 최근에는 배리어 프리, 자전거 대응책, 지구환경 개선 등 다양한 도로의 역할이 커뮤니티 존에 집중되고 있어 일본 내 커뮤니티 존의 확대는 필연적일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대다수다.
GERMANY
차와 보행자가 동등한
독일 교통완화지역
교통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은 평범한 보행자·차량 혼용도로를 교통완화지역(교통진정구역)으로 지정해 자동차가 10km/h로 달릴 수 있도록 했다. 1977년 처음 도입돼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교통완화지역은 독일 주택가 등에서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곳임을 알려주는 네덜란드와 동일한 표지판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가 보행자의 걷는 속도에 맞춰 주행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속도를 올리는 건 위험한 행위로 간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엘프나 커뮤니티 존처럼 보행자가 우선되는 구역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차량의 이동권을 보행자가 함부로 방해하는 행위도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차와 사람에게 동등한 이동 속도와 권리가 주어진 공간이라는 뜻이다. 차와 보행자가 서로를 배려하며 안전한 주택가 도로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쓴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독일의 교통완화지역. 이미 시민들은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불편함 없이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
SWITZERLAND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
스위스 만남구역
독일이 보행자와 차의 통행권을 동등하게 한다면, 스위스는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하는 국가다. 특히 스위스는 만남구역(Begegnungszone)이라는 교통 구역을 지정해 자동차는 20km/h의 속도로만 다닐 수 있도록 제한했다. 보행자의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이 만남구역은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이후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으로 퍼져나갔고, 독일의 교통완화지역보다 훨씬 다양한 지역에 적용되고 있다.
스위스는 만남구역 외에도 다양한 교통체계로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취리히의 경우 인구가 40만에 달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가 0명이다(2017년). 보행자 중심의 교통 도시로서 스위스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무단횡단’이 없다. 회전교차로에서 보행자는 언제든 마음대로 도로를 횡단할 수 있다. 제한 최고속도가 20km/h인 ZONE 20에서는 언제나 보행자가 우선 통행권을 갖기 때문. 보행자가 자동차 사이를 다니는 것이 아닌, 자동차가 보행자 사이를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이 전반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혀 있다.
이렇듯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철저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스위스에서는 자가용 이용보다 대중교통이 훨씬 편하도록 교통체계를 마련했다. 기차와 트램, 버스 간 환승에 걸리는 시간을 분으로 나눠 배차 간격을 정확하게 맞춰 보행자가 편하게 이용하도록 했고, 보행자 신호등의 간격을 좁혔다.
차대 보행자 사고 시 다른 나라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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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최근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한 처벌수위를 강화했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교통의식은 외국 선진 국가에서도 시행중이다. 엄격하게 다뤄지는 국외 각국별 어린이 보호구역 처벌 규정을 알아본다.
미국: 미국은 도로교통법에 횡단보도 진입 시 반드시 좌·우를 확인한 후 보행자가 있으면 먼저 가도록 양보해야 하는 규정이 있을 정도로 보행자 배려 운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실제로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도로주행시험에서 보행자에게 양보 운전을 하지 않으면 면허시험에 불합격될 정도. 하지만 대인사고에 대한 규정이 따로 있지 않아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사망 또는 중과실 사고의 경우만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상해 여부보다는 법규위반(사고유형)에 따라 처벌이 결정된다. 물론 주마다 차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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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프랑스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의해 무단횡단을 합법화할 정도로 보행자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운전자가 과속할 경우엔 최대 면허정지 3년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우선이다. 막상 사고가 났을 경우 인명피해가 없으면 경찰에 신고할 필요도 없고 당사자끼리 합의 후에 헤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일본: 일본은 교통사고에 있어서 철저하다. 보행자와 탑승자를 불문하고, 중상해가 아니더라도 상해를 입힌 경우 대부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미한 사고에도 전과자가 양산되어 경미한 사고일 경우에는 형을 면할 수 있다는 규정을 형법에 추가하기도 했다.
참조. 안전문화운동 실천 교육교재, KIRI 교통사고 처리과정과 과실상계
참고문헌 네덜란드 Woonerf 및 북유럽권 보행친화 주거지 사례 탐방 보고서, 교통과학연구 브리프 8호, KOTI 교통사고제로화 브리프 VOL.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