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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시작과 끝을 만나다
1132번 지방도 따라 제주 동부 드라이브 요즘 가장 핫한 여행지가 있다면 단연코 제주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이색적인 풍광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제주 동부는 그중에서도 향토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사랑받는 곳이다. 해안가를 따라 달리며 제주의 매력을 한껏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글. 차지은 사진. 비짓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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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➊ 섭지코지 - ➋ 광치기 해변 - ➌ 두산봉(말미오름) - ➍ 월정리 해수욕장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하는, 1132번 지방도
돌과 여자 그리고 바람. 제주는 삼다(三多)의 도시다. 그 세 가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해안가. 해안을 따라 가는 제주도 드라이브 코스가 인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주도에서 드라이브를 하면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도로가 1132번 지방도다. 제주해안일주도로 또는 제주제1우회도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제주국제공항이 있는 제주시에서 출발해 한림, 서귀포, 성산을 지나며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주시로 돌아오는 노선으로 총연장 177.8km다. 포장률 100%로 잘 닦여있어 운전이 미숙한 이들에게도 시원한 드라이브감을 선사한다.
제주를 바깥쪽으로 크게 도는 노선인 만큼 주변 해안가를 따라 자연경관을 즐기며 달리기 좋다. 특히 시계 반대방향으로 달리면 오른쪽으로 해안 뷰가 펼쳐져 1132번 지방도의 매력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제주 서쪽 지역의 인기가 높아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조금 더 한적하고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동쪽 코스를 공략할 것. 제주 동부에는 제주 특유의 풍광과 멋진 문화유산이 포진해 있다. 이미 유명한 성산일출봉은 시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을 선사하고, 달이 머물다 간다는 월정리 해수욕장에선 잔잔한 파도가 주는 여운을 남긴다.
가파른 절벽과 화산바위의 합작품, 섭지코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제주 동쪽에서 시작하는 드라이브를 계획했다면 이곳 섭지코지에서 출발해 보자. 선돌바위의 전설을 품고 있는 땅. 섭지코지는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을 뜻하는 코지가 합쳐진 이름이다. 원래 가파른 절벽만을 뜻했지만 지금은 돌출된 지형 전체를 가리킨다.
고요한 풍경과 탁 트인 해안풍경을 자랑하는 섭지코지는 사계절 중 언제 가도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어 아직까지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섭지코지의 매력은 ‘제주스러움’에 있다. 한적한 제주의 시골 풍경과 탁 트인 전망, 몰아치는 바람과 까만 돌이 돋보이는 곳이기 때문.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이런 섭지코지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 한다.
여유가 된다면 주차장에서 잠시 내려 전망대에 올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전망대만큼 그 지역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곳은 없을 테니 말이다. 만약 너무 거센 바람이나 추운 날씨가 걱정이라면 자동차에서 굳이 내리지 않아도 좋다. 섭지코지를 바깥으로 도는 도로를 따라 달린다면 산책길이 아니어도 그만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하니까.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검은 해변, 광치기 해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24-33
섭지코지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달리면 광치기 해변을 만날 수 있다.
광치기 해변은 제주올레 1코스의 마지막이자 2코스가 시작되는 지점. 제주 동쪽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백사장이 아닌 검은 모래로 뒤덮인 해변 덕이 아닐까. 맑고 푸른 바다가 제주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면, 광치기 해변은 묵직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현무암의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검은 모래사장은 그 빛깔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광치기 해변이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비경. 용암의 지질과 녹색 이끼가 연출하는 장관은 전 세계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는 시기에 광치기 해변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내려서 이 광경을 눈으로 확인해 보시길. 일몰과 일출이 모두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해 시간대에 맞춰 지나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움트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출을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
올레길 맛보기 코스로 추천하는, 말미오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산1-5
시간이, 혹은 체력이 허락한다면 잠시 차에서 내려 걷기 좋은 곳도 있다.
1132번 지방도에서 잠시 비켜나 두산봉으로 향해보자. 두산봉 혹은 말미오름이라 불리는 이곳은 오르기 쉽고 전망이 좋은 곳으로 제주 오름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제주 올레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입구까지 자동차를 이용하면 쉽게 다다를 수 있다. 말미오름 입구에도 주차장이 있으나 사람이 붐비는 시기에는 제주 올레 1코스 안내소에 주차한 뒤 오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특히 말미오름의 시작점 까지 가는 길이 다소 좁아 초보 운전자가 도전하기엔 어려울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말미라는 이름은 ‘말이 많은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름 덕분인지 목장을 겸하고 있어 오름을 오르면서 실제로 말이나 소를 만날 수도 있는 곳이다. 만약 걷다가 말이나 소를 마주치면 동물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지나가자.
오름으로 올리는 진입로는 산기슭을 따라 다소 가파르게 느껴지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숨이 거칠어 질 때쯤이면 완만한 경사가 나타나 휴식을 선사한다. 잠시 고개를 돌리면 성산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왼쪽으로는 우도가, 오른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그 뒤로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 짧은 시간 내에 오르기 쉬운 데에 비해 전망이 탁월해 어느 오름보다도 ‘가성비’가 좋은 곳이다. 동부권에 있는 오름 중 유일하게 일출을 확인할 수 있어 사람이 붐비는 성산일출봉을 피하고 싶다면 말미오름에서 해를 맞이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달이 머물다 가는 한 폭의 수채화, 월정리 해수욕장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33-3
동쪽 드라이브의 공식적인 마지막 코스다. 달이 머물다 간다는 이름처럼 서정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에메랄드 빛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바다의 빛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녁 어스름엔 그 위로 밝은 달빛이 비쳐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한다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월정리 해수욕장은 파도가 몰아치는 여느 제주바다와 달리 고즈넉하고 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개껍데기가 만들어낸 새하얀 모래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 그 뒤로는 풍력발전기가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싸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가까워질수록 월정리 해수욕장에 다다랐다는 증거. 1132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에메랄드 빛 바다와 풍력 발전기, 하얀 모래사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다이내믹하다.
월정리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 여름이면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또한 서퍼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일정한 높이의 파도가 지속적으로 들어와 초보 서퍼들도 파도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