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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찾은 사소한 행복
나만 알고 싶은 설경 드라이브
흰눈은 모든 시름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조용히 세상에 내려와 검은 것들을 흰 것으로 덮어버릴 때야말로 비로소 눈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운전대를 잡아 본다.눈발이 흩날리는 하늘보다 아름다운, 눈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나만의 공간을 찾아.
글. 차지은 사진. 충남군청, 행복수니, 쫑이
ⓒ 행복수니_국사봉 전만대에서 바라본 옥정호 붕어섬 전경
겨울철 하얗게 물든 옥정호는
신비한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임실 옥정호 붕어섬
눈이 가져다 준 가장 큰 행복이라면, 아마도 그건 ‘쉼’이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눈길을 끌어주고, 세상을 천천히 움직이게 하는.
봄이면 갓꽃으로 노랗게 물드는 옥정호. 봄철이 옥정호의 절정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겨울철 하얗게 물든 옥정호는 신비한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옥정호의 시그니처 스폿은 물안개 길.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른 옥정호의 모습은 마치 신선이 노닐 법한 풍경을 선보인다고.
옥정호는 산이 호수를 감싸 안은 듯한 풍경과 사계절 다른 매력을 뽐내는 것으로 유명해 사진 작가들 사이에선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북서방향으로 호남고속도로가 나 있어 교통이 편리한 것도 옥정호의 인기 비결. 최근에는 인근에 감성적인 카페도 생겨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옥정호로 가는 길은 간단하다. 내비게이션에 옥정호 물안개길을 검색하면 그만. 12km에 달하는 구불구불한 물안개길을 따라 오르면 옥정호의 맑은 물과 산새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눈까지 쌓인 겨울이면 그림같은 한 폭의 파노라마가 완성된다.
옥정호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국사봉 전망대까지 올라보자.
옥정호 한 가운데에 놓인 붕어섬은 그중에서도 백미. 맑은 호수에 비친 하늘과 그 가운데 수놓아진 붕어섬이 마치 백두산의 천지를 떠올리게 한다. 나무데크를 따라 조용히 눈을 밟으며 걷기에도 좋은 옥정호. 뽀드득 소리와 설경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그곳이 올 겨울 당신에게 작은 쉼표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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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IS – CLOSER
-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노래는 스코틀랜드 밴드 Travis가 2008년에 발매한 앨범 <Closer>의 타이틀곡. 연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단 메시지가 담긴 가사는 화려한 언변이 아닌 담백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몽환적인 옥정호의 풍경과 함께 가사를 음미해 보자.
ⓒ 충남도청_칠감산
장엄한 칠갑산을 뒤로하고
칼바람에도 고고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절개를 지키는
선비와 닮아있달까.
충남 청양군 모덕사
콧구멍으로 찬바람이 깊숙이 들어오던 날. 그 날의 상쾌함을 기억한다. 평소보다 더 맑고, 새벽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의 냄새도. 눈에 뒤덮인 모덕사는 딱 그런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모덕사는 조선후기 애국지사인 최익현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우다. 영정과 위패가 봉인돼 있으며 유품도 전시 중이다. 영당을 비롯해 고택과 중화당, 장서각, 춘추각, 유물전시관 등이 마련된 역사의 장소. 청양10경에 들 만큼 아름다운 경관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눈으로 덮인 모덕사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장엄한 칠갑산을 뒤로하고 칼바람에도 고고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절개를 지키는 선비와 닮아있달까. 겨울 모덕사는 그 역사가 품고있는 이야기만큼이나 시리게 아름답다.
설경 드라이브는 칠갑산까지 이어져 그 위용을 더한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릴만큼 설경으로 이름난 칠갑산은 겨울이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고 경사가 완만해 눈 내린 겨울에 방문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길을 자랑한다. 이왕 설경을 즐기고자 마음먹었다면 ‘칠갑주차장’ 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감행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또 하나의 선택지로 청양 알프스 마을도 좋다. 모덕사에서도 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청양 알프스 마을은 주말 아이들과 함께 찾기도 좋은 체험공간으로 꾸며졌다. 그중에서도 얼음 터널은 저절로 사진을 찍게 만드는 핫스폿. 기억으로 시작해 추억으로 마무리되는 청양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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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청_모덕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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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청_청양 알프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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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톤 프로젝트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FEAT. 타루)
- 찬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곡. 에피톤 프로젝트는 015B, 토이(Toy)의 계보를 잇는 작곡가 중심의 음악을 선보이는 솔로 프로젝트 그룹이다. 떨리던 시작의 순간을 포착한 시린 감성과 순수함을 담은 감각적인 멜로디가 추운 겨울 드라이브의 매력을 더한다. 차분하면서도 깊은 감성 드라이브에 이 노래를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
ⓒ 쫑이_석포숲 공원
가끔은 ‘혼자’의 힘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용인 석포숲 공원이 딱 그런 곳이다.
용인 석포숲 공원
한 개인의 노력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가끔은 ‘혼자’의 힘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용인 석포숲 공원이 딱 그런 곳이다.
석포숲 공원은 송창근 선생이 2012년 식목일에 산림청에 기부한 공원이다. 송창근 선생 선친의 아호인 ‘석포’를 따 이름지어졌다. 약 200만 평의 임야에 나무를 심고 가꾸길 50여 년. 홀로 이뤄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북부 산림청이 선정한 명품 조망 10곳에 들만큼 아름다운 조망을 자랑하니 얼마나 정성스레 가꾼 장소였을까. 평생을 가꾸어 후대에 남긴 숲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용인 시궁산 자락에 있는 이곳은 자세한 주소가 나와 있지 않아 초행길이라면 반드시 내비게이션의 힘을 빌려야 쉽게 닿을 수 있다. 석포숲 공원 주차장(이동읍 묵리 176-1번지)을 검색하면 눈 내린 산세를 즐기며 공원 내 주차장까지 다다른다.
석포숲 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편도 1차선 도로를 따라 용덕저수지와 용덕사를 지나는 길목부터 고즈넉한 산새가 펼쳐지기 때문. 길목마다 작은 카페와 맛집도 즐비해 천천히 둘러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눈까지 내렸다면 금상첨화. 하얀 숲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포숲 공원에 도착했다면 여기서부터는 두 발로 설경을 즐겨야 할 때. 완만한 코스와 산행을 하듯 가파른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어디로 가든 하얗게 뒤덮인 숲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철에도 푸른 소나무가 흰 도화지에 반가운 초록빛을 더한다. 하늘에서 보면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설계된 목재데크길이 잘 조성돼 있어 아이들과 가볍게 오르기에도 안성맞춤. 걸어서 정자 전망대까지 오르면 석포숲 공원의 설경 뒤로 눈 덮인 산들이 켜켜히 겹쳐져 있어 강원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자신의 길을 일궈 온 용인 석포숲 공원이라면 혼자서도 즐거운 드라이브가 되지 않을까.
ⓒ 쫑이_석포숲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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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K SINATRA – MY WAY
-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봤을 명곡. My Way의 가사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이들을 위한 헌정곡과도 같다. 단단한 멜로디와 후회 없이 살아온 이야기기에 숙연해지기까지도. 석포숲 공원 드라이브로 이만한 노래가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