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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달리는 수호자
문성준 일산동부경찰서 경위
삐용삐용! 길에서 마주치는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구급차 길터주기 영상으로 다수의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문성준 경위의 등장에 오토바이를 타던 배달기사들이 알은체를 한다. 도로 위 안전을 위해 오늘도 싸이카에 오르는 문성준 경위. 그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글. 차지은 사진. 김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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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6:30
출근
철저한 준비로 교통안전을 지킨다
오전 6시 반. 그의 하루는 남들보다 빠르다. 출근길 몰려드는 인파를 피하려면 더 일찍 움직여야 하기 때문. 누군가는 잠에서 덜 깨 눈을 비비는 시간. 그의 몸은 이미 일산동부경찰서에 있다. “시민들이 많이 이동하는 시간에 업무가 집중돼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죠.” 그의 첫 일과는 근무 일정표를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출근시간이나 등교시간엔 교통정리를 하고, 이후 단속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후에 PM(개인형 이동장치)과 이륜차 단속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최근 이용자가 늘면서 안전사고도 많아지고 있거든요.” 도로가 붐비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도로 안전을 살피는 것이 그의 일. 오늘도 그는 도로로 나갈 채비에 분주하다. 도로 위에서도 눈에 띄는 흰색 경찰복은 교통경찰의 상징. 그 위에 형광색 안전 조끼까지 입은 그가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한다.
“이게 저한텐 안전장치예요. 에어백 조끼거든요. 사고 시 에어백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도로 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는 거죠.”
이륜차를 이용하는 만큼 안전을 위해 착용하는 에어백 조끼. 다리와 발목을 보호하는 장화와 안전모도 필수다. 한 몸과도 같은 싸이카 점검까지 마친 그가 도로로 나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 AM 07:30
- 출근길 교통정리
- AM 11:30
- 집중 단속
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단속
오전 11시 반. 한 차례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낸 그가 다시금 도로로 향한다.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음식 배달이 많아지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 중 가장 바쁜 시간. “단속을 하는게 실적이 되진 않지만,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엔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가 작년 한 해 동안 단속한 건수만 해도 1,200여 건. 그 중 1,000건 정도가 이륜차다. 도로 위 상황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그가 기억에 남는 사고 사례를 떠올렸다.
“제가 오전에 안전모 미착용으로 단속했던 분이 있었는데, 그날 저녁 교통사고로 병원 이송 중 사망하셨어요. 그때 제가 단속하면서 안전모 착용을 더 강조해 드렸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한 듯, 그의 안타까운 마음이 눈빛으로도 전해졌다. “또 다른 사례는 철길건널목 사고였어요. CCTV영상을 보니 오토바이가 열차에 그대로 부딪혀서 20m 이상 날아갔는데, 그분은 살았어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거든요.” 두 번의 사건 이후 그는 다짐했다. 적어도 이 지역의 이륜차 운전자만큼은 안전모 착용률 100%로 만들겠노라고.
“가끔 타지역에서 권역단속으로 지원을 오기도 하는데, ‘여긴 그래도 안전모를 잘 착용하고 계신 것 같다’는 말을 듣곤 해요. 그때 제 마음이 참 좋더라고요.”
이륜차 이야기를 할 때면 배달 기사를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비교적 어린 연령층이 배달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그의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큰 형, 작은 아빠 정도의 존재까지도 되고 싶어요. 단속을 하는 와중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거기에 크게 반감을 갖지 않아 주시고, 자주 뵙는 분하고는 친하게 지내기도 하는데, 참 감사하죠.”
- PM 16:00
- 단속 및 교통상황 정리
위급한 상황이면 언제든 달려간다
오후 4시. 집중 단속 시간이 지나도 교통경찰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쉬는 중에도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야 하고, 교통정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문성준 경위는 여기에 더해 ‘구급차 길 터주기’에도 열심이다.
“원래도 긴급출동 지원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경찰이 위급상황에 소방서랑 공조하는 일은 있긴 합니다. 저는 거기에 아주 조금 더할 뿐이죠.”
구급차 길 터주기는 지난 2018년 시민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던 문성준 경위가 찾은 일종의 사명이었다. “일반 시민들을 단속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회의감이 들었었어요. 물론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단속자와 피단속자라는 입장이 오히려 시민들과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의 안전모에 항상 달려있는 액션캠은 구급차 길 터주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했다. “복기용이었어요. 위급 상황에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죠. 평소에 영상을 되돌려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보면 실제상황에서 몸이 먼저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가 찍은 영상은 이후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덕분에 유명세를 탄 그는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교통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설파하는 중이다.
“그 영상이 시민들에게는 간접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소방차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나면 당황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영상을 보면 운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미리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유튜브 채널 ‘안깨남(안전을 깨우는 남자)’ 영상* 문성준 경위의 소방차 길 터주기 활동을 담은 장면
- PM 18:00
- 퇴근길 교통정리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린다
오후 6시. 모두가 하루일과를 마치는 시간. 문성준 경위는 다시 한 번 안전모를 고쳐 쓴다. 퇴근길 교통정리를 위해서다. 꽉 막힌 도로 상황 속에서도 교통경찰의 손짓 몇 번이면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도로에도 다시 생기가 돈다. “이럴 때 가장 뿌듯해요. 교통경찰이라는 직업의 매력이죠. 바로바로 결과가 눈에 보이니까요.”
그때,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싸이렌을 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멈춰선 곳은 한 전동킥보드 앞. 안전모도 없이 인도 주행한 것이 단속 원인이었다. “요즘 PM 이용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안전수칙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면허, 음주운전, 안전모 미착용과 인도주행으로 최근에 많이 단속하고 있어요.” 문성준 경위는 지난 6월 관내에서 PM 이용자의 음주운전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단속했다. 개인형 이동장치에 관한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한 달 만이었다. “PM 음주운전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면허정지나 취소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전의식을 가지고 이용해야 하는 이동수단인 만큼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의 시선은 항상 도로 위를 향해 있다. 다른 운전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륜차(싸이카)에 오르기에 누구보다도 운전자들의 마음에 공감한다는 문성준 경위. “시민의 최일선에서 교통안전을 꽃피우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