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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 이렇게 관리하세요! 알쏭달쏭, 매번 헷갈리는
엔진오일 관리법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엔진오일이 있습니다. 제조사와 가격은 물론이고 사양과 용도도 각자 다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대부분의 설명은 영어와 숫자로 되어있고, 똑같이 생긴 병에 숫자만 바뀐 제품들이 제조사마다 몇 개씩 있습니다. 이러한 불친절함(?) 때문에, 엔진오일은 지금까지 정비사의 영역이었습니다. 운전 경력이 오래 되었어도, 어떤 오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운전자가 대부분인 이유죠. 친숙하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엔진오일'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글. 김경래 (에세이스트)

기후와 차량에 따라 달라지는 엔진오일

엔진오일은 엔진 내부의 부품들의 윤활작용을 돕고, 엔진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외부로부터의 이물질을 막고, 내부의 이물질을 운반하여 걸러주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시 말해 엔진오일만 잘 교환해줘도 엔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의 고장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기후조건이 어떠한지, 자동차의 엔진이 가솔린인지 디젤인지에 따라서도 사용하는 엔진오일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딱 맞는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선행학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집마다 열대씩 자동차를 갖고있지는 않으니까요.

미국 자동차 기술자 협회(SAE)에서 제정한 규격 분류 W winter의 약자 5 W 저온점도 낮을수록 저온에서 강하다 - 4 0 고온점도 수치가 높을수록 점도가 진하다 C 3 ACEA 규격 C등급은 DPF를 보호한다
엔진오일도 스펙이 있다

‘5W-40, C3’은 실제로 제가 사용하는 엔진오일의 규격입니다. 5W는 ‘온도’, 40은 ‘점도’, C3는 ‘성능’이라고 이해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W 앞에있는 숫자는 사용할 수 있는 날씨의 규격입니다. 아주 덥거나 추운 극지방에서도 자동차는 운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온도에 따른 규격이 나눠져 있습니다. 낮을수록 추운 지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스펙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과 겨울이 존재하고, 계절마다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사계절용 스펙인 ‘5’를 사용합니다.
W 뒤에 있는 숫자는 ‘고온점도'입니다. 시동 후, 엔진이 움직이는 동안에 고온에서 엔진오일이 어느 정도의 점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와 관련있는 수치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묽고, 높을수록 진합니다. 묽은 오일을 사용할수록 연비는 좋아질 테지만 소음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진한 제품을 사용할수록 고성능을 내는 가혹한 주행환경에서는 유리할 수 있겠네요. 30에서 40정도는 연비와 성능을 고루 갖춘 중간쯤의 스펙입니다.
마지막 C3는 ‘ACEA’라는 엔진오일의 성분에 따른 성능기준입니다. 디젤 차량의 경우 중요합니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 엔진의 경우, 배기가스를 다시 걸러주는 ‘DPF’라는 매연저감장치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 DPF를 파괴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된 요소가 배기가스 내에 들어있는 황산회분(SA), 인(P), 황(S) 입니다. C등급의 제품들은 이 성분들을 최소화해서 DPF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다시말해 A등급이나 B등급의 제품들을 사용할 경우, DPF가 망가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죠.
일반적으로 DPF가 장착되어 있는 디젤 차량들의 경우, C3등급 이상을 권해드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가솔린 차량에도 사용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동시에 시중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규격이기도 합니다.

엔진오일 관리법

‘자주 갈면 좋다.’가 불변의 진리이지만, 매번 비용이 발생하기에 적당한 교환 시기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제조사마다, 오일의 종류마다 권장 주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시내 주행이 많고, 기온차가 큰 대한민국의 가혹한 주행 여건상 합성유 기준 ‘7,000~10,000km’ 정도를 권장합니다. 대한민국 자동차들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20,000km정도라고 했을 때, 매년 2번에서 3번 정도 교환하면 되겠네요. 큰 수리비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엔진 고장은 엔진오일 교환 주기를 지키지 않아 생긴다는 점을 한 번 더 알려드립니다.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 필터도 함께 교환해줘야 합니다. 엔진오일 속의 이물질을 직접 걸러주는 ‘오일 필터’와 엔진으로 공급되는 외부 공기 속 먼지를 걸러주는 ‘에어필터’ 모두를 교환해야 합니다. 필터를 교환하지 않고 오일만 교환하는 것은, 더러운 용기에 물을 담아 마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잊지 말고 꼭, 신품으로 교환하시기 바랍니다.
엔진오일이 일정량보다 아래로 줄어들면 계기판에 알라딘 램프 모양의 오렌지색 경고등이 점등됩니다. 이 경우, 엔진오일이 누유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최대한 빨리 정비소를 찾아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엔진 블로우나 화재로 연결되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보다 중요한건 규격

엔진오일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엔진오일 제조사 입니다. 물론 믿을만한 회사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조사 이름보다 더 중요한 건 앞서 설명한 오일의 ‘규격’입니다. 어디서 만든 것 보다 중요한건 내 차에 잘 맞는 것 일테니까요. 자동차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엔진오일의 스펙을 확인하고, 본인의 운전 습관과 살고 있는 곳의 기후를 고려해서 정비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내 차에 딱 맞는 오일을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교환 때에는 정비사와 ‘엔진오일’이야기를 한번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 차에 어떤 오일이 언제, 얼마나 들어가 있고, 다음 교환 주기는 언제쯤이다.’ 정도만이라도 알고있는 사람의 자동차라면 정비사는 조금 더 꼼꼼하게 작업을 진행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