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차지은
멀어질수록 세상은 아름다운 법. 그래서일까. 서울은 어쩐지 밤에 더욱 빛이 나고 화려하다. 그 덕에 이미 많은 야경 명소가 즐비한 서울이지만, 그 중에서 용봉정 근린공원의 야경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꼭 관광지나 높은 타워에 오르지 않아도 동네를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용봉정의 야경은 바쁜 도시인들에겐 최적의 힐링 장소다. 어지럽게 펼쳐진 도로를 지나 한적한 공원을 조용히 오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색에 빠지게 된다. 골목길과 언덕으로 이뤄진 좁은 길을 따라 몇 번을 굽이굽이 돌다보면 어느새 용봉정에 다다른다. 그 과정이 꼭 시끄러운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를 헤매는 것과 같아 오르는 길부터 치유의 시간은 시작된다.
그렇게 용봉정 근린공원의 정상까지 닿기만 한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하다. 한강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빌딩 숲과 남산, 그 뒤로 수놓은 63빌딩과 노들섬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기 때문. 어디서 보아도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이지만 나 홀로 자동차 드라이브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용봉정 근린공원은 요즘 같은 시대에 꼭 맞는 한적한 야경 스폿이다.
얼마 전 대전 시내의 일출 명소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았던 곳이다. 대전부터 옥천군에 걸쳐진 식장산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자연경관도 수려해 ‘자연생태보존림’으로 지정돼 있다. 무엇보다 대전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대전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물론, 자동차 도로가 제법 잘 포장되어 있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기에 더욱 안전한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나 야경이 아름다운 식장산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와 멀어진 거리만큼 수많은 빛들이 장관을 이루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꿈을 향해 즐거운 일탈을 벌이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저 많은 사람들 속에 하나’라는 현실과 그 곳을 벗어나 만끽하는 자유. 아마도 영화 속 주인공이나 우리들이나 야경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닮아있지 않았을까? 비현실적이도록 아름다운 대전의 야경이 궁금하다면 지금 내비게이션에 ‘식장산 전망대’를 검색해 보자.
거가대교는 곡선과 직선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다리다. 2011년에는 올해의 토목구조물상을 수상했을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거가대교는 다이아몬드 형식으로 증축되어 부산과 거제를 잇는 역할을 한다. 8.2km 길이의 대교를 건너는 동안 해저와 해상을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거가대교는 추천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
세계 최대 수심을 자랑하는 해저 침매터널은 최고 수심이 48m에 달할 정도로 깊다. 물론 깊은 바닷속 터널을 달리면서 바다의 해저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바닷속을 달리는 경험만으로도 굉장히 신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가대교의 묘미는 침매터널뿐만이 아니다. 도로를 달리며 지나는 두 개의 사장교와 육상터널이 다채롭게 이어지며 먼 바다의 풍경과 흐르는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이야말로 거가대교 드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 여기에 감각적인 멜로디와 새벽의 감성을 더해줄 가사의 음악을 더한다면 몽환적인 드라이브가 완성될 것이다. 길지 않은 도로를 지나며 부산과 거제를 오갈 수 있다는 점도 드라이브에 재미를 더해주는 거가대교. 시원하게 달리며 여행의 갈증을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