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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사고 분석실

늦은 밤, 보행자 교통사고에 대한 가설

야간운전 시 도심지에서는 네온사인 간판이나 가로등 불빛 때문에 도로가 밝지만, 시외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로등이 적어 운전자 시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장소에 서 있다면 발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야간에 한적한 도로를 차량이 주행하는 중에 보행자가 도로 위에 있다면 과연 운전자는 보행자를 발견하고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글. 박기정 사고조사연구원 (사고분석개선처)

  • 1. 택시가 1차로로 주행하는 모습 2.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1차로에 서있는 피해자가 보이는 모습 3. 택시가 피해자 하체를 충격하는 상황 4. 충격 후 피해자가 1차로에 최종 정지한 상황 5. 동시간대 야간 조사 시 사고현장 밝기 정도
    - 사고 보행자가 서 있는 위치 75m 후방에서 촬영
야간 주행 중인 운전자는 보행자를 피할 수 있을까?

늦은 밤, 택시 운전자가 경기도 소재의 비교적 외진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택시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지나자마자 보행자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보행자를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결국 보행자는 사망했다. 택시 운전자는 과속을 하거나 전방주시를 게을리 하다가 뒤늦게 도로 위에 서 있는 보행자를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도로가 너무 어두워서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일까?
사고 당시 택시 운전자는 1차로를 주행 중이었고, 보행자 역시 횡단보도를 약 70m 지난 지점 1차로에 불상의 이유로 서 있었다. 택시가 급제동하면서 발생한 스키드 마크 길이와 사고 당시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택시의 주행속도를 분석한 결과, 횡단보도를 지난 후에는 약 60~70km/h의 속도로 주행하다가 충돌 직전 급제동하며 40km/h로 감속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로 제한속도보다 20km/h 이상일 때 과속이라 하는데, 사고도로의 제한최고속도는 60km/h이므로 택시 운전자는 사고 당시 과속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택시 운전자는 도로주변 환경이 어두워 보행자를 미리 발견하지 못하고 충격할 수밖에 없었거나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야간 주행보다 무서운 전방주시 태만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보행자가 택시와 가까워졌을 때야 비로소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지하고 제동하여도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사진 1~4 참조). 다만, 블랙박스 렌즈는 보통 조리개가 작아 눈으로 보는 것보다 어둡게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블랙박스 영상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사고 당시와 똑같은 시간대에 직접 확인한 결과, <사진 5>와 같이 보행자가 서 있는 위치인 75m 후방에서도 보행자를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현장은 밝았다. 택시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종적으로 택시 운전자는 당시 전방주시를 게을리 하다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야간운전 주의사항
• 반대편 차량에 내 차를 인지시키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조등을 미리미리 켜주세요.
• 주변 운전자와의 소통 창구인 방향지시등을 반드시 켜주세요.
• 야간 주행 시 실내등을 켜게 되면 전면 유리에 빛이 반사되어 외부 도로 환경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실내등은 꺼두는 것이 좋습니다.
• 마주보며 달려오는 차량의 전조등이 시야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2~3차로로 진행합니다.
• 밤 늦은 시각에 운전 중 하품이 나올 경우, 졸음쉼터 등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약간의 잠을 통해 휴식을 취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