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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도로 위 사람들

자부심으로 달리는,
도로 위 안전 특공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김태준 경사

‘도로 위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이들이 있다.
꽉 막힌 도로를 뚫고 홀연히 나타나 일순간에 체증을 풀기도 하고 도로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이들을 단속하기도 한다. 운전하는 시민들과 속도를 맞추고 눈높이를 맞추어 달리며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교통순찰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김태준 경사가 그중 하나다. 언제 어느 때고 그의 발이 되는 이륜자동차와 함께, 오늘도 서울 도로 구석구석을 누빈다.

글. 이은정 사진. 김범기

Day1 8:00 출근 9:00 주간 시간 도로 순찰 및 법규 위반 집중 단속(오전) 12:00 점심식사 및 출동 대기 14:00 주간 시간 도로 순찰 및 법규 위반 집중 단속 근무(오후0
AM 8:00 1시간 일찍 출근

눈 예보에 긴장한 출근길
아침 8시. 눈 예보가 있어 1시간 일찍 출근했다. 폭설이 예보되면 대개는 전날 청사 근처에서 머물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기한다. 오늘은 적설량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교통순찰대는 일근, 당직, 비번을 번갈아 근무한다. 일근은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당직은 오전 9시에 출근해 24시간 근무한 뒤 다음날 9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오늘은 김 경사의 당직 근무일이다. 순찰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6층 상황실로 올라간다. 동료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밤새 교통사고는 없었는지, 폭설 등으로 얼어버린 도로가 있는지, 싱크홀 등이 발생했는지, 내부적으로 장비와 시설 점검은 마쳤는지 등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뤄진다. 전날 업무와 상황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각자 배차된 차량 혹은 이륜자동차(오토바이)를 점검하고 9시부터 주간업무를 개시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내외빈 경호를 맡는 행사팀이 출동한 후, 김 경사는 도로 위에서 그의 발이 돼줄 이륜자동차와 무전기, 3단 봉, 교통단속용 PDA, 수갑 등을 챙겨 동료와 함께 이륜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AM 9:00 추위와의 전쟁

법규위반 집중단속,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오전 9시. 2인 1조로 도로 위를 누비는 교통순찰대. 2015년 교통순찰대로 배명받은 김태준 경사는 이 생활을 벌써 6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울권역 전체의 도로며 골목이 속속들이 머리에 있지만, 순찰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교통순찰이나 법규위반 단속을 위해 이륜자동차를 타는 것은 일반적인 개념의 운전과 다릅니다. 그저 멋있거나 재밌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정말 위험합니다. 교통순찰대는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시민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죠.”
이륜자동차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서는 교통순찰대로서 기본 매뉴얼 외에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 도로는 교통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살아 꿈틀대기 때문에 그저 내비게이션을 따라간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늘 집중단속 구간은 교통사고 다발 지역인 광진구. 특히 건국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밀집해있어 배달 이륜자동차가 자주 오가는데 도로 상황이 열악해 사고위험이 크다. 김 경사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정차해 있는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안전계도 활동을 폈다.
“간혹 면허를 막 취득한 청소년이 곧바로 배달 업무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운전이 미숙한데 안전의식 또한 희박해 위험하죠. 이들에게 안전의식을 심고 계도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순찰을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나자 옷 속을 파고드는 칼바람에도 어느새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스팔트 열기와 이륜자동차 엔진 열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에 젖는 여름과 달리, 겨울엔 칼바람을 뚫고 혹시 얼었을지 모를 도로 상황에 마음을 졸이며 그 긴장감에 땀을 훔치는 일이 다반사다.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는 누구보다 호흡이 잘 맞다. 잠시 흩어졌는가 싶은데 어느 순간 다시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다.

17:00 저녁 식사 및 출동대기 18:00 당직업무 (청사관리 및 상황실 업무) Day2 8:30 전날 상황 인수인계 9:00 퇴근
PM 2:00 안전을 위한 단속

어려움보다 앞선 책임감
오후 2시. 점심을 먹고 대기하다 다시 도로 위로 나선다. 최근 낮 동안 음주운전이 부쩍 많아져 이를 집중 단속하는 중이다.
“차량의 움직임만 봐도 운전자가 어떤 상태인지, 운전 외에 어디에 한눈을 팔고 있는지 훤히 눈에 보입니다. 차량 움직임이 이상해 옆에 가보면 운전자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요. 또 술에 취한 운전자도 있고요. 정말 위험합니다.”
김 경사는 법규를 위반해 현장에서 적발했는데도 별의별 핑계를 대면서 단속을 면하려는 분들이 많아 현장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욕을 먹는 것은 다반사, 때로는 단속을 취소해달라고 순찰대나 집까지 따라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럴 때마다 그는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각오를 더 다지게 된다.
“저희가 아니면 위반을 단속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할 사람이 없다는 책임감이 어떤 상황도 감내할 수 있게 하더라고요. 또, 무리하게 단속하지는 않습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하죠. 사실, 저희의 존재 자체가 교통사고 예방효과가 있습니다. 교통순찰대로서 보람을 느끼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에요. 도로 위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면, 거기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청량리역 근처며 경동시장,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를 누비며 안전계도 활동을 진행하고, 권역을 넓혀 순찰하던 중에 올림픽대교 근처에서 길이 막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도로가 막힐 시간이 아닌데 막힌다는 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꽉 막힌 차들 사이로 달려가니 앞쪽에 차량 세 대 추돌사고가 나 있었다. 운전자들도 경황이 없어 도로 한복판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김 경사는 동료와 함께 사진을 찍어 현장을 보전한 후 사고 차량을 갓길로 이동 시켜 길을 확보했다. 그러자 시나브로 체증이 풀리고 교통이 원활해졌다.

AM 9:00 자부심으로 보낸 25시간

무사고로 마무리된 하루
오후 5시. 교통순찰대로 복귀한다. 온종일 함께하며 도로의 흔적으로 얼룩진 이륜자동차를 닦고 점검한다. 저녁은 동료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그리고 이어진 당직 근무. 다른 팀들은 야간 순찰에 나섰고 김 경사는 오늘 청사관리 업무를 맡았다. 시설 및 장비를 점검하고 상황실에서 밤새 시내 교통상황을 지켜보며 대기해야 한다. 아직 업무가 끝나지 않았지만, 주간 순찰 업무를 무탈하게 마친 것이 감사하다.
“이륜자동차를 타고 도로 위를 순찰하는 일이 어찌 보면 위험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노면이 얼었을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죠. 그래서 사고 없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 것에 늘 감사합니다.”
김 경사는 2010년 경찰 배명을 받고 5년 뒤 교통순찰대에 자원했다. 경찰교육원에서 4주간 교육과 훈련받는 동안에도 힘든 줄 몰랐다는 그는 스스로 서울청 교통업무의 ‘특공대’라고 자부한다. 어디든 신속하게 투입돼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을 해소해 응급환자를 빠르게 이송하거나, 터널 안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교통순찰대만이 그 틈을 비집고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몇 해 전 주요 내외빈 경호를 맡은 경험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필리핀 대통령을 에스코트할 때는 폭설이 내려, 또, 터키 대통령을 경호할 때는 비가 오락가락하며 날이 궂어 애를 먹었다. 그래도 국빈을 제시간에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에스코트했을 때 느꼈던 임무 완수의 안도감과 짜릿함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젊은 시절 소방관을 꿈꾸다 우연히 들어선 경찰의 길, 그리고 자원해 시작한 교통순찰대의 삶. 힘들 때가 많지만 도로 위를 안전하게 달리는 운전자들의 밝은 미소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 경사의 눈빛은 더 형형해졌다. 그는 천생 교통순찰대다.